2019년 7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축적의 길’ ‘축적의 시간’

‘샌드위치 한국’의 살길

도전적 시행착오가 한국이 살길이다

  • 황다예 한동대 언론정보학과 졸업·Book치고 1기

    입력2019-06-24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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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 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검증된 지식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에 드물어서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씩 책 한 권을 고재석 ‘신동아’ 기자와 함께 읽는다. 5월 28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Book치고 세 번째 모임이 열렸다. 함께 읽고 토론한 책은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저서 ‘축적의 길’과 공저서 ‘축적의 시간’이다. 멤버들이 정성스레 써온 서평 중 일부를 골라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책의 저자인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 [이상윤 객원기자]

    책의 저자인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 [이상윤 객원기자]

    “공학자들은 현장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 

    ‘축적의 시간’에서 고언을 내놓는 교수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메시지다. 그 신념이 생생하게 전해진 덕일까. 책을 읽는 내내 ‘신성장 동력’의 생생한 현장에 발 딛고 선 기분이 들었다. 

    책은 서울대 공대 교수 26인의 입을 빌려 한국 제조업이 당면한 위기를 논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책의 문패인 ‘축적의 시간’은 바로 그 위기의 원인이다. 선진국이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지식을 쌓아온 반면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극복 방안에 대한 청사진은 교수마다 제각기 다르다. 그만큼 다채롭다. 기술 장인 존중, 인센티브 체계 재정비,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 분위기, R&D(연구개발) 투자 효율화가 여러 석학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축적’을 논하며 놓치지 말아야 할 줄기가 하나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책이 쓰인 시기는 2014년이다. 일부 교수는 중국이 ‘시간이 아닌 인구수’로 ‘축적’의 경험을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광대한 인구를 대상으로 수백, 수천 번의 비즈니스 시행착오를 축적한 결과 중국의 ‘경제굴기’가 가능해졌다는 것.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은 중국 기업들이 시행착오 끝에 세계 무대로 뛰어오를 수 있는 든든한 도약대가 됐다. 

    2019년 바라본 중국 기술력의 성장은 ‘축적’에만 의지하는 게 아닌 듯하다. 냉전시대 이야기로 치부됐던 산업 스파이가 활개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나서 중국 기업들의 기술탈취를 문제 삼고 있다. 디지털 자본주의의 상징인 구글이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책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초강대국 간 ‘기술 주도권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하긴, 누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를 예상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기술에도 국경이 있다’던 한 교수의 예지력이 돋보인다.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과거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던 시절, 뛰어난 인도 엔지니어가 자국 인포시스 CEO로 돌아가는 것을 목도했다. 자국 인력과 이들이 일할 회사가 없으면 산업의 미래는 남의 손에 좌우될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더욱 필요한 충고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은 화웨이에 부품을 제공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에 놓였다. 시간을 축적해 앞서간 선진국과 공간을 축적해 뒤따라오는 중국 사이에 껴 있다. 늦더라도 절박하게 살길을 모색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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