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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⑭

프로 ‘삶꾼’ 임성빈 명지대 교통공학과 명예교수

“교통공학? 나보다 잘하는 놈 많지 하지만 나보다 잘 사는 놈은 세상에 없어”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프로 ‘삶꾼’ 임성빈 명지대 교통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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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삶꾼’ 임성빈 명지대 교통공학과 명예교수
그의 아버지는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임 교수가 보기에 어느 면에서나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군사정변을 일으켰을 때 아버지는 ‘혁명정부’의 상역담당차관보로 발탁돼 수출 정책을 입안했다. 그러나 그가 민정이양 약속을 깨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자 자리를 던져버렸다. 이후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사경을 헤맸고, 손대는 사업은 번번이 망했다. 5남매의 장남이던 임 교수의 삶은 빈한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고 재학 시절, 그는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등하굣길을 걸어서 오가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까”를 고민했다.

“그때는 좋은 학교 졸업하고 좋은 회사 들어가 출세하거나 돈 많이 버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그 관점으로 보면 내 미래가 너무 암울한 거예요. 나보다 훨씬 잘난 우리 아버지도 돈을 못 벌고 출세 못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나.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사나.”

행복의 비밀

그때 예술인의 삶이 뇌리를 스쳤다. 음악에 미친 사람, 연극에 미친 사람…. 돈도 못 벌고 사회적으로 대우받지도 못하면서 미친 듯 행복해 하는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잡기(雜技)에 빠져든 이유다. 처음 익힌 건 국악이었다. 음악 하는 행복이 뭔지 알고 싶었다. 복사기가 없던 시절이라 국악원에 가서 악보를 하나하나 필사해가며 연주법을 익혔다. 예인(藝人)들의 삶에 매료돼 음반과 영화 비디오테이프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임 교수의 자택 1층 서재는 그의 관심 이력을 보여주는 ‘여러문제연구소’다. 직접 설계한 세 겹의 슬라이딩 책장에는 수천 장의 DVD와 CD가 빽빽이 꽂혀 있다. 한쪽 코너에는 그가 한 자 한 자 옮겨 적은 한문 단소 악보가 있고, 다른 책장 속에는 침술을 익히는 데 썼을 법한 인체 모형과 한의학 서적들이 모여 있다.



“국악에 빠지면서 우리 것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역학과 무속 같은 것들이죠. 마침 집 근처 건물 2층에 사주작명소가 있었는데 거기 계신 형님과 친해져 역학을 배웠습니다. 그 건물 1층은 한의원이라 거기도 자주 갔어요. 내기 장기나 바둑을 두고 술을 마시며 한의학에 대해 주워들었지요.”

한참 이곳저곳 관심을 키워갈 무렵 신문에서 기공 수련에 대한 광고를 봤다. 호기심에 발을 들였다. 동래 신선문(神仙門)의 내가기공(內家氣功)이었다. 동시에 침술도 배웠다. 지금은 홍익대 교수가 된 대학 후배가 ‘침술이 아주 신기하더라’며 권한 게 계기였다. 소악 이주송 선생의 팔상체질침을 배우며 자연스레 한의학의 기본 원리와 사상처방을 익혔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생 시절이다. 교통공학을 공부하고 대학 강의도 하는 겉보기엔 멀쩡한 공학도였으나, 남는 시간은 온통 음악과 의술과 비기(秘技)에 몰두했다.

“어느 날 강의를 하려는데 학생 한 명이 슬리퍼를 신고 들어오는 겁니다. 예의가 없다고 야단쳤더니 발등에 혹이 나서 구두를 못 신는다는 거예요. 병원에 갔는데 수술해도 재발할 수 있다고 당분간 두고 보자고 했다더군요. 이걸 침으로 고쳐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굴 죽이려고 하느냐’며 펄쩍 뛰는 제자를 어르고 달래 침을 놓았다. 그런데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그만 학생은 눈을 뒤집으며 졸도해버렸다. 근육이 경직돼 침이 뽑히지도 않았다. 얼마가 지난 후 학생이 큰 숨을 내쉬며 의식을 찾은 뒤에야 임 교수도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무모한 첫 실험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그 학생의 발에서 혹이 사라진 게 확인되면서, 이 ‘난리’는 끝이 아닌 시작이 됐다. 소문은 금세 퍼졌고 순식간에 침술의 달인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한번은 후배 부인이 입덧이 심해 음식 냄새도 못 맡을 정도로 고생한다고 해서 침을 놓아줬어요. 그런데 일주일 뒤 다시 한 번 놓아달라는 겁니다. 침을 맞은 뒤 식욕이 너무 돌아서 과식을 했다고, 이번엔 소화 잘되게 해주는 침을 부탁한다고 해요. 대충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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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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