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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회원제 골프장의 위험성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기형아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회원제 골프장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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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없는 답습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골프 회원제도는 골프장 조성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일본에서 창안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의단체제에서 법인 회원제로, 법인 회원제에서 주주 회원제로, 주주 회원제에서 예탁금 회원제의 순서를 거쳐 발달해왔다. 특히 오늘날 회원제 골프장의 대명사로 일컫는 예탁금 회원제도는 1958년 도리테코쿠사이 컨트리클럽이 문을 열면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 최초의 정규 골프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컨트리클럽 군자리코스가 재건된 1954년이나, 해운대에 부산컨트리클럽이 개장한 1956년 무렵까지만 해도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컨트리클럽이나 부산컨트리클럽이 예탁금 회원제가 아니라 사단법인 회원제인 이유다.

반면 1960년 이후 최초로 생긴 골프장이라 할 한양컨트리클럽은 법인 회원제나 주주 회원제가 아니라 예탁금 회원제를 지향하면서 1964년에 개장했다. 이 때는 일본에서 예탁금 회원제도가 탄생한 지 6년여가 경과한 시기이자 일본에서 1차 골프붐이 시작됐다가 끝나는 시점으로, 골프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하나같이 예탁금 회원제도를 취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골프 회원제도는 일본의 그것을 아무런 검토나 비판 없이 답습한 것으로 판단된다. 골프 회원제도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예탁금 회원제가 일본에서와 달리 아직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 제도가 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회원권 시세가 예탁원금(또는 입회금)을 상회할 만큼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명백해 보인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일본에서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 즉 골프회원권과 골프클럽의 법정 성격, 골프회원권의 내용, 골프회원증서의 유가증권성, 골프회원권의 승계, 골프회원권의 소멸 등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노출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일본은 억제, 한국은 조장



정부에서는 ‘소관부처가 분산되어 있거나 관계법령이 미비된 체육시설에 관한 업무를 체육부 소관으로 일원화하고, 체육시설업을 건전하게 발전육성시킴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에 이바지하게 하려는’ 취지를 내세워 1989년 법률 제4106호로 체시법을 제정, 공포했고, 이후 오늘날까지 체시법은 골프장에 관한 특별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제정 당시의 체시법은 회원제 골프장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4년 법률 제4719호로 체시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비로소 회원제 골프장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된 것이다.

정부가 체시법에 회원제 골프장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기 직전인 1992년 일본에서는 예탁금회원제 골프장과 관련해 희대의 사기사건이 터져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었다. 1992년경 이바라키현에 새로 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던 한 사업자가 시설을 완성하기 전에 2만여 명의 회원을 모집해 골프장을 조성하던 중 입회비를 모기업에 전용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의 병폐를 예방하기 위해 1993년 5월 ‘골프회원권 등 회원권의 적정거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공포해 시행했다. 이 법의 형식적인 취지는 회원제 사업자들로 하여금 회원에 대한 입회금 내지는 예탁금의 반환을 확실하게 하고자 하는 데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원모집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회원제를 억제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사정이 이러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의 병폐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1994년 체시법을 개정하면서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을 조장하는 취지의 규정을 신설했다.

체시법이나 지방세법, 특별소비세법 등 여러 법률이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을 차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일반 골퍼가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을 차별해 인식하고 있는 게 주 원인일 것이다. 대부분의 골퍼는 대중 골프장은 질이 낮고 회원제 골프장은 수준이 높은 명문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100대 골프장 가운데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나 페블비치 같은 대중 골프장이 수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나 일본 굴지의 가와나 골프장도 대중 골프장인 점을 감안하면, 골퍼들의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남의 돈으로 하는 사업

결국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차이는 골프장의 질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본적으로 골프장 조성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서 기인한다. 나아가 회원제 골프장의 사업계획승인에 관한 체시법이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의 규정을 종합해 보면, 골프장 사업자가 사업계획 승인신청 당시 반드시 사업부지를 소유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회원제 골프장 사업자는 땅 한 평 갖고 있지 않은 채 회원모집이라는 수단을 빌려 오롯이 남의 돈으로 골프장사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기 자본 한 푼 없이 시작하는 사업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을 것인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너무도 막연하게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을 구분해 차별하는 체시법 등 우리나라의 골프장 관계법은 하루빨리 시정될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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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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