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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안 배워도 즐길 수 있는 2가지? 섹스와 골프!

-나바타니(Navatanee) 라운딩 6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안 배워도 즐길 수 있는 2가지? 섹스와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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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건 야망

안 배워도 즐길 수 있는 2가지? 섹스와 골프!

골프는 웃으면서 즐겁게! 직업으로 삼지 않은 골퍼들은 스코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사진은 LPGA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털리 걸비스.

인코스 9홀을 돌고 나서 아웃코스 1번 홀 티잉그라운드 근처로 와서 보니 홀이 비어 있었다. 그런데 옆 홀인 2번 홀에서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위아래 모두 하얀 옷을 입고 체구가 듬직한 사람이었다. 골프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골퍼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캐디에게 물었더니 나바타니 골프장의 주인이라고 알려줬다. 80세가 넘었지만 골프광이라 거의 매일 혼자서 라운딩을 한다고 했다. 부인이 골프를 좋아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홀로 플레이한다는 것. 나바타니 주인이 혼자 라운드하는 광경을 잠시 지켜보고 있노라니, 골프를 시작한 뒤 언제 어떤 모습으로 골프를 그만둘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가슴에 새겨둔 두 가지 일화가 생각났다.

구라나시 기요히사(倉重淸久)는 1899년생이다. 그가 처음으로 에이지슈터(age shooter·골프 라운드에서 자신의 나이 또는 그 이하의 타수로 치는 사람)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시기가 1976년. 묘하게도 그는 77세 생일에 77타를 기록했다. 한번 기록을 깨자 그해가 가기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에이지슈터를 기록했다.

그러자 그는 골퍼로서 아주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가장 이상적인 샷을 추구하며 78세에 ‘스윙 대개조’에 착수한 것. 그 나이가 되면 날마다 볼을 치는 것만으로도 육체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고 한다. 그는 1978년 6월에 네 번째 에이지슈터를 달성했다. 그로부터 9년간 공식전에서만 70회나 에이지슈터를 기록했다. 이것으로 만족하나 싶더니만 또다시 스윙의 대개조에 들어갔다. 나이가 듦에 따라 힘을 덜 들이고도 볼을 치는 스윙 기법을 습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가 ‘Swing The Thing’이라는 골프스쿨에 들어갔다.

헨리 니콜슨이라는 외과의사는 보비 존스의 홈구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애틀랜타 인근 이스트레이크클럽의 회원이었다. 이스트레이크골프클럽은 보비 존스의 홈코스이자 오는 9월 치러질 예정인 PGA 투어 페덱스컵의 최종 대회 ‘The Tour Championship’의 코스다. 이 골프장은 2번 214야드, 6번 168야드, 11번 197야드, 18번 235야드 등 4개 홀이 파3홀이다. 그중에 11번 홀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 뒷부분이 보이지 않는 포대 그린이 있는 홀로, 퍼팅그린의 길이가 40여 야드나 된다. 이 홀에서 투어 프로들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4번 아이언에서 6번 아이언을 잡고 티샷을 한다. 그린 오른쪽에 커다란 참나무가 서 있고, 그린 앞쪽에는 좌우에 깊은 벙커가 있다. 태생적으로 약골인 니콜슨이 드라이버로 쳐도 온그린이 되지 않는 홀이었다.



어느 해 여름날의 일이었다. 아침 일찍 코스에 나와 4라운드를 했는데, 이 홀에서는 매번 티샷이 벙커로 들어갔다. 그러자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느껴졌다. 사나흘 뒤 그는 드라이버와 2다스의 볼을 가지고 캐디 1명을 동반해 이 홀을 찾았다. 그리고 3시간가량 계속 티샷을 날렸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온그린시키지 못했다. 그는 이후 거의 매일같이 이 홀을 찾아 같은 방법으로 온그린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광기를 부리기 시작한 지 달포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태양이 눈부시도록 빛나고 초가을의 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가운데 그가 티샷한 볼 하나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더니 멋지게 벙커를 넘어 그린 바로 앞 에지에 올라갔다. 볼은 또렷한 윤곽을 드러내며 잘 손질된 퍼팅그린의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니콜슨은 한동안 그 볼을 바라보고 서 있더니 드라이버를 캐디에게 건네고 클럽하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이것으로 내 일생을 건 야망이 실현됐다. 이제 더 이상 골프에 미련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잠시 뒤 클럽하우스의 문을 나선 이후로 그는 두 번 다시 클럽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최악의 스코어

나바타니 아웃코스 1번 홀에서 무난히 파를 잡았다. 그러자 10번 홀에서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위험은 방심에서부터 온다던가. 389야드 파4인 2번 홀에서 티샷은 멋지게 페어웨이를 양쪽으로 가르며 똑바로 날아가 페어웨이의 한가운데에 안착했다. 세컨드 샷을 하러 가보니 볼 근처의 스프링클러 위에 ‘159야드’라 적혀 있었다. 6번 아이언을 꺼내 잡고 회심의 샷을 했다. 볼이 날아가는 모양을 뒤편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볼이 핀에 붙어 깔끔하게 버디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뿔싸! 볼은 홀컵 바로 옆 그린 왼쪽의 벙커 턱에 맞으며 그대로 처박히고 말았다. 1m만 더 갔어도 틀림없이 버디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보니 직접 홀컵을 향해 샷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려니와, 뒤쪽으로 쳐내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트리플보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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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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