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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연예인만 걸릴까?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공황장애 연예인만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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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연예인만 걸릴까?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

학교 폭력과 불안장애

앞으로 공황장애나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만한 근거가 있다. 지금 대도시에 사는 어른의 상당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컸다. 반면에 지금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도시에서 살고 있다.

뇌는 청소년기까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시기의 뇌는 유연하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뇌의 신경 회로가 배열된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신경 회로가 변한다. 반면 어른의 뇌 회로는 큰 변화가 없다.

도시 환경은 뇌의 발달에 좋은 곳이 아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되는 학교 폭력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어릴 때 학교 폭력이나 왕따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 편도 등 뇌 특정 영역의 구조를 거의 영구히 바꿔놓음으로써 평생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성년기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정신분열증 같은 문제에 시달릴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부모의 과잉보호도 스트레스에 취약한 뇌로 만든다. 과잉보호는 세계가 위험하고 나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청소년에게 심어줄 수 있다. 그 결과 어떤 상황을 실제보다 더 위험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지속적이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에 풍요롭고 자율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면 튼튼하고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뇌가 된다.



사람은 본래 자연에 속한 생물이기에 포식자를 두려워하는 본능적 불안을 타고난다. 하지만 학습되는 공포와 불안도 있다. 살아가면서 뇌에 각인되고 기억되는 것들이다. 연구자들은 모든 공황발작이 그렇다고 추측한다. 공황발작은 미지의 공포가 아니라 이미 알려져 있는 스트레스 사건을 통해 촉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거짓 경보임을 인식시키면 공황발작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공황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기억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려움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는 눈 코 귀 등 감각 기관에서 오는 정보와 위험 통증 같은 정보를 처리한다. 편도는 이런 정보들을 결합해 회로로 새긴다. 커다란 개가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시각 정보와 다리의 아픔을 함께 접수해 이것을 두려운 사건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세포 수준에서 보면 기억한다는 것은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를 통해 특정한 신경세포들 간에 확고한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나중에 같은 위험에 처하면 자동적으로 그 회로가 작동하면서 공포를 느낀다. 이 회로가 형성되는 걸 막으면 공포를 줄일 수 있다. 약물을 주입하든지 두려움을 일으킨 기억을 불안이 없는 안전한 상황에서 다시 끌어내어 약화시키든지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사람의 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미래 사회에선 불안이나 공황을 일으키는 기억 자체를 지울 수단을 지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숨 막히는 경쟁사회의 그늘

우리에게는 공황장애나 불안장애에 대처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뇌와 관련된 의학 기술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 자체를 줄여나가는 일이다. 숨 막히는 경쟁을 조금만 완화시키고 좀 더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나간다면 확실히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공황장애의 고통을 떨쳐낼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가 안전하고 예측 가능해야 사람은 불안을 덜 느낀다. 그러나 위험이 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1대 99의 양극화 사회로 거꾸로 가고 있다. 99%는 직장을 못 얻어서, 직장을 잃을까봐, 노후에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한다. 어쩌면 기억을 지우는 기술을 개발하는 쪽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사람은 무엇보다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상태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나름대로 준비하고 예방 조치도 취하고 회피하는 방법도 익혀둔다. 그러나 충분치 않다.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한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대처할 매뉴얼을 지니고 있지 않다.

신동아 201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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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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