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한국의 사상가들이 밝힌 한민족의 미래를 취재하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구한말 시대의 종교가이자 사상가인 강증산 선생(1871∼1909년)을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산 김석진옹은 스승인 야산의 일화를 빌려 강증산의 후천세계를 언급했고, 탄허스님과 봉우 선생 역시 그들이 남긴 기록에서 강증산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도대체 강증산은 누구인가? 현재 민족종교단체인 증산도에서 추앙하고 있는 강증산은 선천(先天)의 묶은 하늘과 땅을 뜯어고친다는 의미로 9년간 ‘천지공사(天地工事)’를 했다고 하는데, 바로 여기에 한민족의 미래와 관련한 말들이 부지기수로 들어 있다고 한다. 다음은 증산도 홍보부장 경규오씨와 인터뷰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강증산 선생은 21세기를 맞이한 한국에 대해 어떤 예언을 했는가?
“먼저 증산도에서는 증산의 천지공사에 대해 예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선천(先天)세상을 뜯어고쳐서 앞으로 다가오는 후천(後天)세계를 건설하는 프로그램으로 증산이 집행한 일련의 일이 천지공사인데, 바로 그대로 세상이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증산은 21세기 한반도 상황을 바둑판으로 설정한 다음 ‘두 신선이 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훈수하고 한 신선은 주인이라.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하고 다만 손님 대접만 맡았나니 연사(年事)에 큰 흠이 없어 손님 받는 예(禮)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을 다한 것이니라. 바둑을 마치고 판이 헤치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이에 대한 보충 설명. 증산은 이미 100년 전에 한반도가 삼팔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갈라진다고 했다. 그리하여 상투 튼 주인끼리(남과 북끼리) 한판 씨름을 붙게 되는데 이때 네 신선, 즉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4대 강국이 훈수를 두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수싸움 끝에 바둑을 다 두게 되면 주인인 한반도에 돌려주는데, 이것은 남북통일을 의미한다는 것.
―그렇다면 바둑을 끝나는 시기, 즉 남북통일은 언제쯤 되는가?
“우리나라의 남북통일은 후천개벽과 연결되는 것이므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
증산도에서도 남북통일이 한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적·우주적 차원의 개벽 문제라고 보고 있는지 구체적 시기를 공개하기를 꺼렸다.
―구체적이 아니라도 전조나 징후 같은 것은 밝힐 수 있지 않나?
“증산은 ‘남북 씨름판에 소(牛)가 나가면 판을 걷게 된다’고 하셨다. 증산도인들은 98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를 몰고 판문점을 건너간 것을 두고 판을 걷을 시기, 즉 남북통일이 될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증산도의 다른 한 간부는 후천 개벽 시기를 이렇게 암시했다. “증산은 천지개벽 운수란 천지에 가득 찬 원원한 천지대운(天地大運)인데, 갑을(甲乙)로서 머리를 들 것이요 무기(戊己)로서 굽이치리니 무기는 천지의 한문(閑門)이다”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무기는 1998년의 무인(戊寅)과 1999년의 기묘(己卯)를 가리킨다고 했다. 그러니까 정주영씨가 소를 몰고 북한으로 간 무인과 기묘년이 천지의 한문, 곧 후천세계로 들어가는 빗장문이기 때문에 남북통일도 조만간 닥쳐올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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