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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모든 날”

31세 말기암환자 김현경씨의 절망속 희망찾기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모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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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너무너무 아픕니다. 아침부터 지금 오후까지 한시도 저를 쉬게 하질 않는군요.

한참 아픈데 엄마가 오셨습니다. 지금까지는 용케도 엄마가 오는 시간은 크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는데 오늘은 들키고 만 것입니다.

엄마는 제 손을 붙들고 우셨습니다. 기도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점심을 먹었지요. 입맛이 없는 저는 여전히 툴툴거리며 밥을 먹었어요.

밥을 먹고 나서도 자꾸 아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신음소릴 내는데 엄마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밖에서 엎드려 기도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애원을 하다가 나중엔 원망을 하시더군요. 난 순간 내가 지금 죽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불쌍한 엄마의 고통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저도 울고 엄마도 울고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엄마는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하면서….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 아이가 아플 때의 그 괴로움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실까요.

차라리 나를 대신 데려가 달라는 엄마의 기도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불효를 도대체 어떻게 갚을 수 있을 지.

하지만 답은 언제나 하나지요. 내가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지요.

아, 오늘은 정말 힘들군요.

참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내야겠지요.

글을 올린다는 것 2000년 9월 5일

오늘은 멀리서 아빠도 오시고 맛있는 점심도 사오시고, 무엇보다 많은 님들의 기도와 위로 때문인지 견딜 만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긴 겁이 나서 진통제를 왕으로 먹은 탓도 있겠지만요.

매일 이 시간이 될 때까지는 글을 올리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힘도 들고, 아프고, 또 뭔가 쓸 얘기도 없고….

하지만 거의 매일 뭔가를 쓰게 되는군요. 이것도 작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으니 하나님이 주신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여기에 저는 무엇보다도 많은 님들의 격려가 그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칼럼에 들어와 쓰지 않고 나가더라도 읽어주시고 뭔가 마음에 느끼시는 그 자체가 제게 울트라 바이올렛 슈퍼 짱!(맞나?)의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어제 그런 푸념의 글을 써놓고는 창피해서 칼럼에 들어오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평소보다 더 많은 님들의 격려의 글을 읽으며 정말 행복한 사람임을 절감했습니다.

그래도 자꾸 힘들어져만 갑니다. 이젠 제 주위 사람들에게 끼치는 폐 때문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웃음 한번 웃어주지 못하는 아내의 마음을 누가 알겠어요?

참 좋은 아내라고 자부하며 살아가던 저였는데 말예요.

그래요. 아무리 힘들어도 웃어줄 수는 있겠지요. 그래요. 웃을게요. 님들의 그 큰 사랑의 힘으로 오늘은 남편에게 웃음을 꼭 선물하겠습니다.

칼럼이 점점 짧아져 가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사실 자판 두들기기도 힘이 드는군요.

여러분의 사랑,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답글을 한다는 것 2000년 9월 6일

오늘은 하루종일 약 먹은 쥐처럼 먹고 졸고 먹고 졸고 하고 있습니다.

참 무기력합니다. 힘들고요.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꿈틀거립니다.

하지만 피곤이 이렇게 심한데도 먹기도 해야 하고, 관장도 해야 하고, 그리고 칼럼도 써야 하고….

칼럼이 이렇게 제 생활에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하도 아파서 글을 못 올려 칼럼이 폐지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럼 어쩌나 남편에게 대신 사과의 글을 올리라고 해야 할까 하는 걱정만 잔뜩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군요.

답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망설이고 있습니다. 답글을 쓰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쪽입니다.

저도 모르게 답장하기에 손이 가는 걸요.

정말 걱정입니다. 이젠 칼럼을 쓰고 나서 힘이 들어 한참은 꼼짝도 못합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하지만 여러분, 정말로 손가락 하나 까닥 못 할 때까지는 꼭 한마디라도 하러 들어올 생각입니다.

저 오늘도 살아 있어요.

기다리는 많은, 걱정해 주는 많은 님들이 계시기 때문이지요.

여러분께서도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자꾸 한숨이 나오네요. 오늘은 여기서 접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좋은 오후 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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