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노동과 여가의 이분법적 사고에 전환이 이뤄진 것은 언제쯤일까.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각종 기계가 개발되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부터 여가는 노동하고 남는 시간, 노동으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 시간이란 제한적 의미를 탈피할 수 있었다. 이는 20세기말의 일이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취미나 가족을 위한 시간, 여행 등에서 점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은 주말의 즐거움을 위해 주중에 노동한다는 생각을 갖기에 이른다. 여가를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노동을 위한 여가’에서 ‘여가를 위한 노동’으로의 인식 전환이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 주5일 근무제의 도입 덕분이다. 주5일 근무제는 수면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 즉 자신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노동시간보다 더 많아짐을 의미한다. 사회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산업사회에서 여가사회로 전환하는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인생의 목적은 노동을 통한 성취와 성공이었다. 때문에 여가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를 뜻할 뿐이다. 그러나 노동이 여가를 위해 존재하는 여가사회에서는 자유의 개념이 ‘무엇을 위한 자유(free to)’ 즉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를 뜻한다. 인생의 의미가 노동을 통한 성취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통한 행복으로 전환된 것이다.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의 노동은 산업사회의 노동과 그 내용 및 형태가 전혀 다르다. 일하는 시간이 아닌 창의적 능력의 유무에 따라 생산력이 결정되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아닌 창의적 지식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쌓느냐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이같은 지식기반사회에서 재미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재미가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창의적이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여가사회는 이처럼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노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바본가? 공짜로 놀아주게!”
글머리에 적은 세 가지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면 여가의 개념이 더욱 분명해진다. 어떠한 방식이든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 그러나 행복을 무엇인가 성취한 뒤에 얻어지는 결과로만 생각하면 웬만해선 행복해지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차를 사도, 아무리 큰집을 사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순간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가학자들은 행복을 과정으로 볼 것을 요구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 즐거움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 재미가 곧 행복이라는 논리다. 결과로서의 행복은 어지간해선 얻기 힘들지만, 과정으로서의 행복은 자기가 즐기는 일만 있으면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기쁨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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