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술가, 임상심리학자, 재담꾼, 1년에 80일을 호수와 강, 바다에서 보내는 못 말리는 낚시꾼. 낚시하고 싶을 때 낚시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다가 물고기와 함께 생을 마감하는 것이 소원인 저자에겐 낚시에 얽힌 일화도 많다. 말기암에 걸려 친구들과 생의 마지막 낚시를 하러 온 사람이 50kg짜리 넙치를 잡자 “때로는 낚시 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되뇐다. 낚시와 섹스의 멋진 결합을 이야기할 땐 수줍은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가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낚시를 즐길 때는 여지없이 ‘미친 낚시꾼’이다. 풍부한 유머감각으로 펼쳐놓는 낚시 이야기 속에는 철학이 있다. “제대로만 하면 낚시는 스포츠가 아니라 인생을 사는 방법이다.” 바다출판사/ 388쪽/ 1만2800원
김정일과 양빈 관산 지음/ 황의봉·정인갑 옮김
2002년 9월24일 북한은 갑작스럽게 대외개방을 선포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초대장관은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양빈이었다. 사람들은 양빈이 누구이며, 어떻게 김정일의 신임을 얻었는지 궁금해 했다. 그때까지 양빈에 대해 알려진 거라곤 2001년 미국 ‘포브스’지가 꼽은 중국대륙 100대 부자 중 2위라는 사실뿐이었다. 저자는 잡지사 기자로, 나중에는 양빈의 전기작가로 7개월간 함께 생활하며 ‘신의주특구기본법’이 만들어지고 4차례 회담이 이루어지는 전 과정을 목격했다. 이 책은 베일에 싸였던 양빈의 네덜란드 유학 이전의 삶과 신의주특구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다 돌연 중국 당국에 의해 전격 체포되는 과정도 낱낱이 담았다. 두우성 펴냄/ 462쪽/ 1만3800원
국민연금 합법적으로 안 내는 법 김선택 지음
선진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며 국민연금을 탄생시킨 지 17년. 바로 그 연금 때문에 목숨을 끊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사채를 얻어서, 혹은 장기(臟器)를 팔아서라도 납부하라는 협박도 받는다. 국민 10명 중 7명은 나중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당장 탈퇴할 수만 있다면 10명 중 6명은 그렇게 할 것이다.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인 저자는 이 모든 일이 국민연금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소득이 없으면 납부유예신청을 하면 되는데 내버려두었다가 체납하고 압류당한다. 또 공단의 편의와 관행에 의해 자행된 초법적·불법적인 일도 고발하고 있다. 국민연금, 합리적으로 내고 합법적으로 내지 말자. 행복한 책읽기/ 272쪽/ 9000원
아버지 노릇 펑쯔카이 지음/ 홍승직 옮김
“삶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미묘한 요소를 하나 들라면 무엇보다 ‘점점’을 꼽겠다. 조물주가 인간을 속이는 수단을 들라면 역시 무엇보다 ‘점점’을 들겠다.” 중국의 대표적인 삽화가인 펑쯔카이의 산문 23편을 엮었다. ‘점점’이라는 제목의 산문에서도 나타나듯이 그는 스쳐지나는 일상에서 삶의 본질을 본다. 천진난만한 아이에서 야심만만한 청년으로, 기개와 의협이 넘치는 청년이 냉혹한 성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바로 ‘점점’ 아닌가. 펑쯔카이는 글 속에 자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생각, 생활, 가족, 친구 모든 이야기가 그의 글과 그림에 담겨 있다. 산문집은 1920∼30년대 중국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궁리/ 300쪽/ 1만원
캄보디아 선묵혜자 지음
삼각산 도선사 주지인 선묵혜자 스님이 캄보디아의 남방불교를 체험하고 돌아와 쓴 산문집. 스님은 현지 불교의식에 따른 출가수행과정에서 수행자가 간직해야 할 초발심(初發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삶과 격리된 종교가 아니라 결혼과 장례 등 민중과 가장 가까이 있는 생활불교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의 앙코르와트 체험 또한 남다르다. 관광객으로 가서 한나절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차우사이테보다 사원이 주관하는 복원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삽질을 하고, 흙을 나르고, 무너진 돌들이 정확한 위치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이었다. 킬링필드의 현장인 쯔응아익과 뚜올슬랭 감옥에서는 20세기 지옥을 체험하고 천도의식으로 여정을 끝냈다. 장문산/ 292쪽/ 1만5000원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지음/ 이승은 옮김
‘자본론’의 저자 칼 마르크스와 이름이 같은 것은 불행일까. 만약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는 이 시대에 마르크스가 환생한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동명이인의 저자는 마르크스에 대한 애증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풀어나갔다. 어느 날 한 편집자가 입수한 낡은 수첩이 칼 마르크스가 쓴 일기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일기장은 마르크스가 고귀한 이상과 도덕적 윤리를 외쳤지만 정작 자신은 퇴폐적 자본주의의 속물이었음을 말해준다. 소설은 마르크스의 이중성을 비난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와 환멸을 담고 있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강의한 철저한 픽션. 생각의 나무/ 312쪽/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