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대 박사가 의명학에 입각해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불교철학 박사에서 중의사로 변신
원래 한의학자가 아닌 인문학자인 정경대 박사가 의명학이란 독창적 의학체계를 내놓게 된 데는 어떤 특별한 배경이 있는 걸까.
이는 우선 그의 다양한 학문 편력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인도 티베탄대학(Tibetan University)과 팔리 부디스트 칼리지(Pali Buddist college)에서 불교철학을 연구,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4년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대에서 역사연구학자 자격으로 동양철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중의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정식으로 중의사 자격증을 땄다. 1997년에는 몽골 국가사회과학원에서 종교철학 상박사 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객원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불교철학과 동양철학을 연구하면서 갑자기 한의학(중의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주 명리학은 학문적 호기심 때문에 유학 가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특별히 무게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도에서 유학 하는 동안 틈틈이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 12지지의 동물 띠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티베트, 몽골 등에 이르기까지 민중 속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마다 혹은 해마다 차례차례 배치해 놓은 열두 짐승에 예사로움 이상의 뜻이 숨어 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됐지요.
특히 제 전공인 불교철학에서도 반수반인(半獸半人)의 12지상이나 12신장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회자되고 있어요. 동방의 부처라고 일컫는 우리나라 원효대사는 ‘대승기신론’에서 “자시(子時·쥐띠 시간)에 수행을 할 때 삼매에 들고자 하면 쥐의 머리를 한 기이한 마귀가 나타나거나 혹은 부처나 천신으로 둔갑한 쥐가 나타나 수행을 방해하므로 마음속으로 ‘너는 수행을 방해하려고 나를 미혹시키고 있다’고 외치면 즉시 사라진다”고 했어요.
또 시간별로 보면 쥐는 야밤(23~01시)에 배치되고, 소는 새벽(01~03시), 범은 이른 아침(03~05시), 토끼는 아침(05~07시), 용은 늦은 아침(07~09시), 뱀은 오전(09~11시), 말은 정오(11~13시), 양은 오후(13~15시), 원숭이는 해거름(15~17시), 닭은 초저녁(17~19시), 개는 밤(19~21시), 돼지는 늦은 밤(21~23시)에 배치돼 있는데 이런 시간에 맞추어서 관세음보살이 짐승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 인간을 경계하거나 인간세계를 두루 살펴본다고도 하지요. 수행하는 불교도라면 불교의 주요 경전 중 하나인 천수경의 다라니가 이 짐승들에게 구원을 청하는 주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아무튼 저는 원효대사의 말이 상징이 아닌 실제 수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직접 체험한 후 지지(地支)에서 띠를 다루는 명리학도 단지 상징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습니다. 그것이 급기야 한의학에까지 손을 뻗치게 돼 의명학이란 이론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지요.”
수(水) 기운 왕성한 이효리
-건조하거나 습한 체질, 냉하거나 열한 체질, 차거나 더운 체질이 겉모습에도 드러날까요? 이를테면 사상의학 체질론이 체격이나 체형 등으로 가지 체질의 특징이 있다고 하듯이 말입니다.
“가장 정확한 것은 당사자의 출생 연월일시에 나타난 10간 12지지의 오행 기운 중 강한 기운과 약한 기운을 판별해내는 것이지만,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에서도 단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오행 가운데서 약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약한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인체 스스로 보호벽을 두텁게 두릅니다. 그래서 약한 기운에 해당하는 인체 부위는 유달리 크게 보이지요.
이를테면 화 기운에 속하는 심장이 허약한 사람은 가슴이 크고, 여성의 경우 젖가슴이 풍만하거나 축 늘어진 모양새를 합니다. 간이 허하거나 약한 사람은 눈이 큰데, 눈이 큰 사람은 겁이 많다는 속설도 간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