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맞춤형 가발 생산이 가능해져 젊은 층에서도 가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은 하이모 연구소.
가발을 사용하는 여성은 남성처럼 젊은 층이 아니다. 40∼50대가 많고, 대머리보다는 부분적인 탈모를 커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가르마 부분에 머리숱이 적거나 볼륨이 약해서 가발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여성용 가발은 남성용보다 구입비는 저렴하지만 관리비는 많이 드는 게 특징이다.
하이모는 1999년 5월 상호를 ‘애드아트’에서 하이모로 바꾸면서 고민에 빠졌다. 기존 가발시장을 뛰어넘어 잠재고객을 끌어들일 묘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잠재고객들이 따로 모이는 행사도 없었고, 그런 행사를 펼친다 한들 소극적인 탈모자들이 그 자리에 모일 리도 없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불특정 다수에게 다가갈 수 있는 TV광고였고, 모델은 탤런트 이덕화씨였다.
‘똑딱이 단추’는 가라!신문이나 잡지가 아닌 TV에 가발 광고가 나온 것 자체가 신기한데다, 모델이 이덕화씨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가발을 쓴다는 사실조차 언급하길 꺼리던 그가 광고에까지 출연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이모 관계자들도 그가 광고 출연 제의에 응할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도 선뜻 응할 리가 없겠더라고요. 광고회사 담당자와 함께 시간 날 때마다 이덕화씨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야말로 삼고초려 끝에 결국 승낙을 얻어냈죠.”
그 광고는 이덕화씨가 출연한 것만으로도 놀랄 일이지만, 그가 착용한 캐주얼한 가발 또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그거, 진짜 가발이야? 정말 세련됐던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멀리서 봐도 가발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만큼 부자연스럽던 이전의 가발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고, 스타일 또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나 할 만한 짧은 머리였다. 그 가발은 이씨가 실제로 착용하는 제품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덕화 가발은 태풍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다’는 말도 돌았다.
가발 부착 기술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예전에는 ‘똑딱이 단추’로 고정하는 방식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부착 방식만도 10가지가 넘는다. 착용 방법도 간단해졌고 착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가발 쓰기 ABC
자연모, 이젠 중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워
| 가발을 사용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우선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고,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선정해 전화로 이런저런 궁금증을 확인한 다음 업체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회사를 방문한다고 모두 가발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고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몇 시간에 걸쳐 정밀하게 상담을 받는다. 그러다 ‘아직 가발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되면 두피관리로 기존 모발을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낫다. 가발업체에서도 무리하게 가발을 권하지는 않는다.
가발을 맞추기로 했으면 3D 스캐너로 두상을 촬영하고, 고객 두피와 모발의 컬러, 두께와 가장 비슷한 모발을 찾고, 고객에 대한 자료를 완성한다. 이 자료는 중국에 있는 공장에 보내지고, 그곳에서 석고를 사용한 두상 몰딩 작업을 시작으로 가발을 만들기 시작한다. 상담과 검사는 하루에 끝나지만 완성품은 3∼4주 후에나 받을 수 있다. 검사과정이 5∼6회나 되기 때문이다. 가발의 길이가 20cm를 넘으면 추가 비용이 든다.
100% 자연모나 인공모를 사용하기보다는 대부분 두 가지를 혼합해서 가발을 만든다. 밀란은 100% 자연모를 사용하므로 하이모 제품보다 20% 정도 비싸다. 당연히 100% 자연모가 좋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두피에 붙어 있지 않을 경우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보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가발에 사용하는 자연모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머리카락이다. 파마나 염색을 했던 머리는 금방 상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이제는 중국에서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모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인모 생산 기지가 미얀마, 베트남, 인도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산업화가 더 진행되면 자연모 구하기가 더 어려워져 가발은 100% 인공모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가발업체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자연에 가까운 인공 모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