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호감에서 호감 연예인으로 변신한 MBC `무한도전` 멤버들. ‘리얼 버라이어티’의 핵심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진화하는 이들의 캐릭터에 있다.
신선도라면 ‘1박2일’도 뒤지지 않는다. ‘무한도전’의 성공 이후 그 아류작들은 ‘무한도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1박2일’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간다. 멤버는 꽃미남 연예인이 아니라 각자 개성이 있는 여섯 연예인으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상황은 반복되지만 대본은 없는 리얼 콘셉트를 유지하며 ‘복불복 게임’으로 의식주를 결정한다.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은 따뜻한 방에서, 지는 사람은 텐트에서 추위와 싸워가며 자는 식이다.
강원도 정선으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서 가수 김종민이 우동을 먹다가 일행이 탄 기차를 놓치는 장면이나, MC몽이 가거도에서 영하의 날씨에 텐트에서 자기 싫어 한껏 숙성된 까나리 액젓 한 통을 단숨에 들이켜는 장면은 각본이 아닌 돌발상황이었고, ‘에이, 설마 하란다고 하겠어’ 하던 시청자의 예상을 단숨에 뒤집었다. ‘복불복 게임’은 새롭지 않지만 매번 달라지는 출연자의 행동과 스토리의 전개는 분명 새롭다. ‘똑같은 것’에 질려버린 시청자를 장악하는 핵심 수단이다.
▼ 이해하기, 그 네 번째 - TV라도 맘 편히 보자, 살기도 빡빡한데!
스스로를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 칭하는 ‘무한도전’의 멤버와,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1박2일’의 멤버들은 분명 어딘가 비슷하다. 연예인이지만, 부담 없는 외모와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을 법한 동네 이웃 같은 이미지를 가졌다. 긴 무명시절을 겪은 유재석, 가느다란 인기에 만족해야 했던 박명수, 몇몇 히트작 외엔 내세울 게 없던 정준하, 안 웃긴 개그맨 정형돈, 길거리 VJ이던 노홍철, 가수로 못다 핀 꿈을 가진 하하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강호동, 김C,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MC몽으로 구성된 현재의 ‘1박2일’ 멤버들 역시 ‘완벽할 것 같은’ 연예인의 허점을 드러내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마찬가지다. ‘누나들의 로망’이던 이승기와 ‘은각하’라고 불리던 은지원은, 야외 취침과 공복의 두려움 속에서 로망을 벗고 각하를 던졌다. ‘야생의 끝’에서 살아남기 위해 ‘1박2일’ 멤버들은 때로는 순한 양이, 때로는 거친 악동이 된다.
특히 이들 출연자들이 ‘견고하고도 유연한 캐릭터 설정’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음은 가장 큰 공통점이다. ‘무한도전’은 캐릭터들의 찰떡궁합으로 이뤄지는 ‘캐릭터 쇼’라 칭해도 과하지 않다. 프로그램 초기에 유재석은 1인자, 박명수는 2인자 혹은 제8의 전성기, 박 사장, 아버지 등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정준하는 식신과 뚱뚱보 혹은 어머니, 정형돈은 어색한 뚱보, 노홍철은 퀵마우스, 하하는 꽃미남 또는 단신이었다.
자리를 잡았으면 이번에는 버린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를 위해 캐릭터는 ‘유연한 변화’를 이어나간다. 박명수는 회를 거듭하면서 개그계의 ‘거성’과 ‘고유명수’, (하)찮은 형, 소년 명수로 변화했고, 하하는 꽃미남 이미지보다 작은 키가 부각돼 꼬마로 불리다 최근 ‘상꼬맹이’로 진화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이 자랑하는 ‘캐릭터를 주무르는 재주’는 새해 들어 실시한 ‘반장 선거’ 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상치 못하게 박명수가 반장에 당선되면서 졸지에 1인자와 2인자의 위치가 바뀐다. 이는 ‘캐릭터의 극적인 변화’를 이용해 프로그램 전체를 잠시나마 환기시키는 시도였다. 그리고 이 시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수많은 네티즌이 ‘무한도전’ 홈페이지에 ‘유 반장 체제로 돌아가자’라는 글을 차고 넘치게 올리고 있고, 각종 연예뉴스도 연일 이를 이슈 삼아 보도를 이어나간다. 무한도전 팬카페에는 ‘지못미 유 반장’론(論)이 대세를 이룬다. 여기서 ‘지못미’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를 줄여 만든 젊은 세대의 신조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