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유의 스타들. 투지의 스콜스(왼쪽), 살아있는 전설 긱스.
하지만 그는 그 포지션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 상대 수비수들이 ‘호날두가 조롱하듯 볼을 다룬다’며 불평하는 현란한 드리블, 무회전 대포알 프리킥 슈팅, 발뒤꿈치로 불쑥불쑥 패스와 슛까지 해대는 라보나 킥, 방향을 순식간에 90도로 바꾸는 발목 꺾기, 지단보다 더 자연스러운 마르세유 룰렛, 헛다리짚기…. 오늘날 호날두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에 불과하다. 포르투갈 대표팀 선배인 루이스 피구는 “호날두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호날두가 나의 계승자라고? 아니, 내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그동안 내가 왜 피눈물 나게 운동을 했겠는가? 호날두는 빠르고 지능적이고 강하고 기술적으로 흠이 없다. 그는 완벽한 선수다”라며 극찬한다.
퍼거슨이 박지성을 부른 까닭
퍼거슨은 왜 박지성을 영입했을까.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박지성에게서 무한한 미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로이 킨보다 더 많이 뛴다. 폴 스콜스보다 더 투지가 좋다. 퍼거슨의 권위에 절대 순종한다. 말썽 부리는 일도 전혀 없다. 비록 기술은 호날두만큼 좋지 않지만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경기장을 헤집고 다닌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땐 박지성 같은 선수가 절대 필요하다.
박지성은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능숙하다.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창조적이다. 상대 수비가 꼭 있어야 할 지점에 한 발 앞서 지키고 있다가 동료의 앞길을 터준다. 박지성의 움직임은 주로 좌우 횡쪽에서 이뤄진다. 그러다가 공간이 생기면 득달같이 골문을 향해 달려든다.
어느 땐 최종 수비수로 변신해 위험한 볼을 걷어내기도 한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서 맨유로 떠났을 때 아인트호벤 동료들은 “박지성 1명이 떠났지만 실제는 1.5명이 떠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죽하면 프랑스 TV의 한 해설자는 “빠흐크(박지성)는 분명 하나밖에 없는데, 마치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진에 빠흐크가 1명씩 있는 것 같다(챔피언스리그 아인트호벤-리옹전)”라고 했을까. 퍼거슨은 말한다.
“라이언 긱스의 나이(35세)를 생각해야 한다. 긱스는 지난 18년간 왼쪽 측면에서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렇게 오래 그 역할을 해낸 선수도 없었다. 긱스가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어떤 팀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긱스는 갈수록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한 드리블과 패스의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박지성을 영입한 것은 그가 측면에서 놀라운 에너지와 스피드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훌륭한 양발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팀의 돌파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지성은 스피드와 돌파력이 뛰어나지만 특히 에너지는 환상적이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 있을 때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 있을 때 인상 깊은 경기들은 왼쪽 측면에서 뛸 때와 중앙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그래서 나는 박지성을 그 자리에 놓고 시작하면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볼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내게 ‘박지성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여러 가지 선택권을 갖고 있다. 박지성이 가진 넘치는 에너지와 폭발적인 스피드는 팀 전체 플레이 속도와 경기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난 아인트호벤에 괜찮은 선수가 입단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수십 차례나 박지성의 경기를 보며 움직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박지성의 움직임은 환상적(fantastic movement)이었고 집중력도 돋보였다. 더구나 박지성은 젊고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 기존 선수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친다. 앞으로 2~3년 경험만 좀 더 쌓인다면 매우 훌륭한 선수가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