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세상의 모든 풍경 _ 전광식 지음, 학고재, 356쪽, 1만8000원앙드레 지드의 말을 빌리자면, 헤르만 헤세는 세상을 두 가지 눈으로 바라보는데 하나는 시인의 눈이요, 다른 하나는 화가의 눈이란다. 따라서 그가 누비던 테씬의 마을과 언덕을 글로 표현하고 그림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의 글은 그림 같고 그의 그림은 글 같다. 이처럼 헤세에게서 글과 그림,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본다.
유명한 미술관에 소장된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글은 미술관 탐방이나 그림 탐구의 형식을 취하면서 정보의 제공이나 지적 호기심의 충족으로 기술돼 있다. 그러다보니 그림 속에 나타난 모든 장면과 그 안에 숨은 모든 내밀한 것을 마치 외과의사처럼 진단하고 해부해 파헤쳐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여 그림 속의 고운 것들이 세상에 까발려지고 해부되어 속살을 보이고 있다. 슬픈 일이다.
나는 우선 그렇게 난도질당한 유명 미술관의 작품들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세상의 곳곳에 숨은 그림들 가운데 정말 보면 가슴이 서늘할 정도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풍경화들만 찾아내 소개했다. 특히 ‘섬뜩하고 무서운’ 그림들이 아니라 평화와 위안을 안겨주는 풍경화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모았다. 이를테면 몬타뇰라를 그린 헤세의 해맑은 수채화, 푸른 달빛이 쏟아지는 드네프르 강의 언덕을 그린 쿠인지의 달밤 풍경, 저문 강 풀길 따라 걷는 양치기 소녀를 그린 피어스의 풍경화, 그리고 겨울의 황혼녘 프라하의 블타바 강을 내려다보는 고독한 여인을 그린 쉬카네더의 작품, 그리고 죽은 아버지를 묻으러 시베리아 들판을 달리는 슬픈 가족의 풍경을 그린 페로스의 그림 등이다.
이런 작품을 대상화해 그것을 분석하고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완성한 감상과 그림의 무대를 직접 누비며 깨달은 정취들을 합해 문학적 단상의 형태로 담담히 적어 내려간 것이다. 이 글은 말하자면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그림 수상록’이다.
다른 이들은 그림을 떼어놓고 보려고 하는데 나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그림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내가 아니면 내가 사랑한 연인들이었고, 또 고독한 나그네길의 벗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나는 그림을 통해 나를 만났다. 특히 그림 속에 나타나는 아늑한 강과 언덕은 바로 내 고향이었다. 그래서 세상의 풍경화는 바로 고향의 풍경화였다.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 외에 슬픈 장면들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을 되돌아보며 숙연케 하는 꿈처럼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영국 시인 셸리가 ‘가장 슬픈 노래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고 했듯이 실상 이 슬픈 그림들도 가장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전광식│고신대 교수, 독수리중고등학교 이사장│
New Books욕망의 코드 _ 롭 워커 지음, 김미옥 옮김2001년 12월 어느 날, 마이애미의 해변에서 에너지드링크 레드불(Red Bull)의 홍보마케팅 이벤트가 열렸다. 주 내용은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로 이루어진 소수 정예부대가 풍력 카이트보드를 파고 플로리다 주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쿠바의 바라데로 해변까지 142㎞를 횡단하는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TV나 언론사의 취재 경쟁도 없었고 관중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레드불 마케팅이 지나치게 모호해(murky) 보여 그것을 묘사하기 위해 저자는 ‘murky’와 ‘marketing’을 합성해 ‘머케팅’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벤트 결과는 어땠을까? 몇 년 안에 레드불이 주류가 된 것을 보면 레드불의 머케팅은 의외로 먹혀들었던 듯하다. 이처럼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지배하는 욕망의 코드를 해독해야 한다.
비즈니스맵, 376쪽, 1만5000원창업국가 _ 댄 세노르·사울 싱어 지음, 윤종록 옮김이스라엘 하면 흔히 ‘중동 분쟁의 화약고’ ‘기독교 성지’ 등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1948년에 건국되었고, 자원이 부족하며, 주변국의 위협으로 안보가 불안정하다. 또한 교육을 중시하고 과학기술 강국으로 일어서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좀 더 특별한 데가 있다. 전쟁의 포화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구글, MS, 인텔 등 세계 굴지의 기업과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투자가가 이스라엘에 투자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왜 그럴까? 이스라엘은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과 과학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생산적인 군대 시스템 그리고 혁신적인 벤처창업 문화를 바탕으로 ‘21세기형 선진국’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스라엘을 가리켜 창업국가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한다.
다할미디어, 336쪽, 1만5000원한국경제와 진보운동 _ 민경우 지음“세계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선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용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고, 자영업의 몰락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태풍을 예고하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2000년대 이후 해외 수요에 기반한 대자본과 일부 엘리트 계층 주도의 경제성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출현해야 할 시점이다. 2009년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경제위기가 끝나더라도 다시금 위기 이전 시대로 돌아가기보다는 새로운 시대로 변모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도 불가피하다. 핵심은 과학기술의 혁신과 국제정치·경제 지형에 대한 적절한 위치 정립, 그리고 현대적인 과학기술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갖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창출일 것이다.”
열다섯의공감, 287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