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처럼 몸통이 큰 생선은 살 때부터 토막 내 소금을 뿌려달라고 부탁해, 집에 와서 깨끗이 씻은 뒤에 당장 저녁에 구워 먹을 것만 남기고 모두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는다. 살이 얼어붙어 서로 엉키지 않게 밀가루를 살짝 뿌리거나 가로와 세로를 엇갈리게 넣는다. 요리하기 하루 전쯤 하나씩 냉동 칸에서 꺼내 냉장고로 옮겨 해동하는 건 상식. 이런 식으로 신선도를 유지해 보관하면, 갈치 한 마리로 다섯 번의 식사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
6. 나의 세끼 아침은 보통 빵과 우유, 제철 과일 두어 가지로 간단히 시작한다. 빵은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바게트나 잡곡식빵, 견과류나 과일이 첨가된 건강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더운 여름이나 시간에 쫓길 때는 두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기도 한다. 에너지 보충이 필요한 겨울철에는 빵과 과일에 아몬드나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 그리고 달걀을 곁들여 좀 푸짐하게 차리는 편이다. 달걀은 삶거나 호박이나 양파, 버섯, 부추, 굴, 새우 등을 넣어 오믈렛을 부친다. 그때그때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활용하자는 게 내 원칙이다. 점심은 주로 밖에서 사 먹고, 저녁은 집에서 만들기 쉬운 단순한 음식을 해먹는다. 건강도 챙기고 돈도 절약할 겸 하루 한 끼 이상의 외식을 삼가려 노력한다.
7. 조리기구는 간단하게 갓 독립한 독신이라면 너무 욕심내어 요리기구나 그릇을 장만하지 않기 바란다. 세트로 사면 싸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기를. 차 주전자나 커피포트, 5인용 전기밥솥, 미역국을 끓여도 넘치지 않을 중간 크기의 스테인리스 냄비, 달걀 2개를 넓게 부칠 수 있는 프라이팬, 여기에 단호박이나 고구마를 쪄 먹을 찜통 냄비 하나면 충분하다.
8. 밥공기는 넉넉하게 우리 집 부엌에는 깨지지 않는 재질의 ‘코렐’ 밥공기가 7개쯤 있다. 한번에 일주일치 밥을 해서 7개의 공기에 나눠 담고 랩을 씌운 다음, 식으면 냉동실에 넣는다. 이렇게 얼린 밥을 끼니마다 하나씩 꺼내(저녁밥을 미리 아침에 꺼내 상온에 해동시킨다) 랩을 벗겨 전자렌지에 돌려 데우면 마치 새로 한 밥처럼 쫀득쫀득 따뜻하다. 보관용 식기를 따로 세척하지 않으니 설거지거리도 줄어 저녁이 우아해진다. 밥에 잡곡을 골고루 넣어 밥과 김치, 마른 김과 멸치 같은 밑반찬에 두부나 달걀만 곁들여도 한 끼 식사로 크게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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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와인 한 잔의 여유 식탁이 다 차려졌으면, 마지막으로 와인을 한 잔 따라 손에 쥐고, 음악이라도 틀어 기분을 내라. 춘천에 살며 나는 가끔 집 앞의 꽃집에서 꽃을 사서 식탁을 장식했다. 애인이나 남자친구가 옆에 없더라도 행복한 저녁을! 생활의 향기를 누릴 권리가 당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