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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노 리미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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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마시멜로, 462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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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의뢰를 받은 직후 독일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전 세계에 있는 이 책의 번역자들을 독일로 초대해서 일주일가량 함께 지내며 저자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내용이었다. 항공권만 본인이 마련하면 숙식은 물론 공항 픽업까지 다 해주겠다고 했다. 독일을 다녀온 직후였고 갈 상황이 안 되어서 참석할 수 없다는 답을 보냈다. 소설책에서 저자에게 물어볼 게 얼마나 많겠다고 독일로 부르는지 의아했다.

번역을 시작하면서 먼저 오디오북을 들어봤다. 미리 들으면 읽는 것보다 이해가 빠르고 머릿속에 내용이 들어 있어서 번역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CD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성우의 목소리는 생전의 히틀러 목소리 그대로였다. 현대 독일어가 아닌 그 당시 베를린 사투리까지 똑같이 구사해서 히틀러가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독일이 발칵 뒤집힐 만했다. 거북해서 CD 대신 책을 펼쳤다. 저자가 전 세계의 번역자를 왜 불렀는지 이해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살아 돌아온 히틀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정도를 상상했던 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66년 만에 베를린에서 깨어난 히틀러는 현 시대를 완벽히 자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의 이데올로기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그를 ‘히틀러를 연기하는 사람’ 쯤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사람들은 극단적인 히틀러 연기를 풍자로 받아들여서 그의 연설에 더 열광한다. 마침내 TV에도 출연하게 되고 일약 스타가 된 히틀러는 미디어란 도구가 선동에 얼마나 좋은 무기인지 깨닫게 되고 군중심리를 이용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 하지만, 역으로 현대인은 나치를 비꼬는 정치 개그에 그를 이용하려 한다.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지 모를,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이야기는 계속된다.

2011년에 나타난 히틀러는 독일의 정치, 사회,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아리아인의 순수 혈통을 유지하려면 인종청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터키인과 유대인에 대한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풍자라는 이름에 가려진 그의 이야기를 듣자면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작가는 더도 덜도 아닌 완벽한 히틀러의 눈으로 써내려간다. 그러기에 이데올로기와 이념뿐 아니라 히틀러가 몇 십 년 만에 새로운 세상에 나와 느꼈을 감정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TV리모컨이 뭔지 몰라 이것저것 눌러보고 스스로 터득하는 모습이나 길거리에서 개의 배설물을 봉투에 넣는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는 대목에선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다.

히틀러의 관점으로 보는 정신세계와 나머지 사람들의 그것은 너무 다른데도 작가는 두 그룹을 엮어가며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작가의 놀랄 만한 상상력에 감탄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독일인에겐 기막힌 블랙코미디이지만 다른 언어로는 ‘전혀’ 우습지 않을 수도 있는 벽을 넘어야 하는 숙제는 번역자의 몫이니 말이다.

송경은 | 번역자 |

동이 한국사 | 이기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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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외고 중국어 교사인 저자는 중국 북경어언대학교에서 한자와 한국 문명의 밀접한 관계를 증명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동북아 고대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중국 정사인 24사의 동이전(東夷傳)을 번역하고 한국 측 사서와 비교해 한국 고대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했다. 중원문명의 창시자인 동이(東夷)와 한국의 관계, 한반도 왜의 실체, 백제의 중원 점령 배경 등 한국 고대사의 많은 미스터리를 실증 자료와 논리를 토대로 명쾌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한국사를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중심의 ‘국가사’가 아닌 한국인의 근간이자, 고대 중원문명의 창시국인 상나라(은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족과 맥족이 만들어간 역사, 곧 ‘동이 역사’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새롭게 해석해냈다.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한국의 고대사를 만날 수 있다. 책미래, 432쪽, 1만8000원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 | 남정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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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담았다. 반 총장이 서구 언론들의 편견과 공세를 어떻게 헤쳐나가며 유엔 조직에 안착할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기름장어(slippery eel)’란 별칭을 ‘테플론 외교관(Teflon Diplomat)’으로 바꿔 현지 기자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등 영민한 대처가 눈길을 끈다. 외국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사면초가 상황에서도 반 총장이 펼친 조용한 외교의 실상, 그리고 2011년 6월 연임하며 성공적인 안착에 이르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뉴욕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미움보다 나쁜 게 무관심인데, 고군분투하는 반 총장의 활약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게 안타까웠다”며 “반 총장은 조용한 외교를 통해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서서히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그 뒤엔 원칙만은 지키는 단호함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영사, 396쪽, 1만6000원

슈퍼서바이버 | 데이비드 펠드먼·리 대니얼 크라비츠 지음, 이은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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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상처를 딛고 시련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세운 슈퍼서바이버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시련에 맞서 행복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안내한다. 백혈병을 이겨내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수영 선수, 보트로 대서양을 횡단한 맹인,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뒤 인공 발을 달고 스턴트맨이 된 남자, 종족학살의 비극을 딛고 인권운동가가 된 여성, 자신의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함께 달려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말기 암 환자, 9·11 테러로 친구를 잃고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은 CEO 등 드라마 같은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이런 사례와 함께 외상 후 성장에 관한 최신 연구 내용을 풍부하게 소개하며, 시련과 성장 사이의 놀라운 관계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 읽는 수요일, 24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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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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