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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과 나는 견우와 직녀 칠월칠석에만 보죠”

‘위대한 멘토’ 김태원의 다시 본 음악인생

“이승철과 나는 견우와 직녀 칠월칠석에만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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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과 나는 견우와 직녀 칠월칠석에만 보죠”

김태원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혼자서 기타를 배웠다.

▼ 방황했던 지난날을 후회한 적 있나요.

“제가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무수히 떠오르는 멜로디입니다. 멜로디가 계속 머리 위에 있는 거죠. 그것을 주체할 수 없는 거죠. 그것을 들려줄 수 없을 때, 그것을 남에게 들려줄 기회조차 없을 때 그 상황이 미칠 만큼 힘든 것이죠. 저는 떠오르는 멜로디가 있기 때문에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 떠오르는 멜로디를 기록해두시나요.

“머릿속에 있어요. 늘 떠 있어요. 그건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영등포시장을 지나가면서 문득 맡은 어떤 향이 초등학교 때 맡은 향과 같다는 기억을 합니다.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것은 초능력에 가까운 것이죠. 40년 전에 맡은 냄새를 기억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멜로디를 담습니다. 그것을 꼭 기억해두지 않아도 그 멜로디를 생각했다면 언젠가 그 부분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렇게 쌓아놓는 거죠.”

▼ 외로움, 고독이라는 감정 때문에 자살을 꿈꾼 적이 있나요.



“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첫사랑과….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이성에 눈을 떴어요. 평생을 짝사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좋아하기만 한 것이죠. 그러다가 처음으로 사랑이 이루어진 것이 고등학교 2학년 때인데 그 사랑이 너무 버거워서,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아끼는 것을 망각해버렸죠. 아꼈어야 되는데 아끼질 못하고, 학생이니까 학교 다니면서 만날 수도 있는 것인데 그 자체를 소유하고 싶었던 거죠. 취해버렸죠. 그러다 엄청난 오점들이 생기면서 결국은 비극으로 치닫죠. 동반자살을 꿈꾼 거죠. 병원에 실려가서 살았지만.”

▼ 우울증 때문이었나요.

“상사병이죠. 다른 종류의 병이죠. 소유하고 싶은 병. 둘이 잘해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학생이고, 갈라놓으려고만 하니까 과감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 자살의 주된 원인인 우울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것은 인간의 병 가운데 가장 슬픈 병입니다.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죠. 왜냐하면 정신적으로 아픈 것이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을 때 상황은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이 안 돼요. 그 기분은.”

1989년부터 그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1991년 그의 두 번째 옥고도 우울증에서 촉발했다. “이승철과 결별 후 찾아왔다”는 우울증은 1992년까지 계속됐다.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러 갔는데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도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겐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뜻하지 않은 일도 겪지만 뜻밖의 일도 찾아온다. 기다려라. 지금은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기다리면 희망이 찾아온다.’ 우울증은 기다림을 망각한 병이에요. 기다림 자체가 뇌에서 사라지죠. 내일이 없습니다.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달렸어요. 자신을 움직이는 건 자신이거든요.”

▼ 어떻게 우울증에서 벗어나셨어요.

“음악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서 벗어날 수 있었죠. 1993년 3집 타이틀곡인 ‘사랑할수록’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잖아요.”

▼ 밴드생활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고 3때, 어찌 보면 지금 내가 치는 기타의 프레이즈(phrase)가 그때 다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연습을 했죠. 그때 기타를 다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불면증이라는 병을 앓기 시작한 게 그즈음이에요.”

음악을 사랑한 외로운 소년

불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부활 6집 수록곡 ‘불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의 시 같은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이 새벽 나를 걷게 하는 알 수 없는 이에게 지루한 기다림을 길들여 내는 신이여/ 우연한 기적으로 내게 영원히 머물러온 오래된 시계 속에 숨겨진 너로/ 저 산 위 구름이 빨갛게 물드네/ 희미한 달빛에 저 별들이 지네/ 이 새벽 나를 걷게 하는 알 수 없는 이에게 잠들어 가는 나를 항상 흔들어 대는 이여/ 우연한 기적으로 내게 영원히 머물러온 오래된 시계 속에 숨겨진 너로/ 저 산 위 구름이 빨갛게 물드네.’

요즘도 그는 불면의 밤을 보낸다. 그때마다 그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기타를 들고 그만의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편다. 1집 수록곡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불면의 밤에 탄생했다. 고교시절 만든 처녀작이자 첫사랑 이야기다. 그의 첫사랑은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갑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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