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광고를 금지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아직도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국민이 많은데,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박카스를 왜 마시냐는 것이었다. 1976년 당시 박카스는 100원이었는데, 커피 한 잔 값과 자장면 한 그릇 값은 177원이었다. 또 100원이면 연탄 세 장을 살 수 있었다.
또 한번의 위기는 1989년에 찾아왔다. 단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이 발암물질로 판명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사카린 대신 과당을 사용하자 본래의 박카스 맛이 나지 않는다며 ‘물탄 박카스’란 항의가 빗발쳤다. 몇 달 동안 연구한 끝에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오사이드를 찾아냈고 박카스 본래의 맛을 되찾을 수 있었다.
동아제약은 감미료를 스테비오사이드로 대체한 뒤 ‘박카스-에프’란 상품명으로 새롭게 시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대중매체 광고 금지, 사카린 파동 등으로 한풀 꺾인 매출세는 도무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종점에서 박카스 달라는 학생들
1993년 의약품 광고 금지가 전면 해제되면서 동아제약은 다시금 대량광고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대신 광고의 내용에는 변화를 줬다. 기존의 광고와는 달리 보통 사람들을 모델로 내세워 휴머니티 광고를 제작하는 모험을 단행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선보인 광고가 묵묵히 음지에서 일하는 보통 사람들을 담은 ‘새 한국인’ 시리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는 카피와 함께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광고를 통해 전달하자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다. ‘중장비 수리공과 수위아저씨’ ‘학생과 버스기사’ ‘ 농촌부부’가 출연한 광고는 소비자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고, 이는 곧바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1998년부터는 ‘대학생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을 전개해 젊은 소비자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홍보팀의 이상훈 팀장은 “학생과 버스기사 광고를 내보내고 나서는 버스 회사로부터 박카스를 보내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어요. 학생들이 운전기사에게 ‘종점까지 왔는데 왜 박카스를 주지 않느냐’고 한다는 거예요. ‘지하철 노약자 좌석을 비워두는 젊은이’ 광고를 내보내고는 좌석을 양보하는 일이 늘었다며 도시철도공사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습니다”며 광고 뒷이야기를 전해줬다.
수십 년간 국내 제약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해온 동아제약은 최근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국내 1위’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1981년 아랍에미리트에 박카스를 수출했고,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검정을 받고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박카스는 전세계 13개국에 수출된다. 지난 2000년부터는 동남아시아와 미주지역 현지인의 취향에 맞는 맛과 디자인을 개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02년 10월 베트남 현지인의 기호에 맞춘 캔 형태의 박카스 매출 규모는 당초 목표인 80만캔을 훌쩍 뛰어넘는 200만 캔을 기록해 베트남에서의 박카스 시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신약 개발로 제2의 도약 꿈꿔
한편 동아제약은 박카스 신화에 이어 신약 개발로 ‘제2 도약의 발판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979년 반합성 페니실린계 항생물질인 ‘탈암피실린’의 합성에 성공했고, 1988년에는 국내 최초로 에이즈(AIDS) 진단시약을 개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위염치료제 스티렌을 개발 발매했으며, 금년에는 개량 신약인 흑피종 치료제인 멜라논을 시장에 내놓았다. 발기부전 치료제, 세포를 이용해 피부를 만드는 인공피부, 골다공증 치료제, 알레르기 치료제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슐린, 성장호르몬, 인터페론 알파,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췄다. 신약개발을 위해 연 250억원을 투자하고 있고 연구원도 현재 130명에서 2004년까지 200명으로 대폭 증원할 계획이다.
‘박카스 신화’를 탄생시키며 제약업계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선 동아제약이 어떤 신약개발로 또 하나의 신화를 일구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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