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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림현미 고종환 회장 “서구식 개인주의 버려야 중소기업 살아난다”

(주)세림현미 고종환 회장 “서구식 개인주의 버려야 중소기업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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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 회장은 ‘겨레얼 찾아 가꾸기 모임’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우리 민족사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고대사에 대해서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해왔다. 지난해에는 수년 동안 자신이 연구한 역사 자료들을 중심으로 ‘아 그리운 강토여 겨레의 노래여!’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첫 저서인 이 책에서 그는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과 도라지타령의 참뜻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다.

“수많은 노래 중 유난히 아리랑과 도라지타령이 오랜 세월 민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아리랑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니 아리랑의 노랫말이 주로 유적지, 유배지를 중심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에 따르면 아리랑은 씨알을 의미하는 ‘알’이 변화된 말이다. 알은 중원의 대국으로 대접받던 고구려 시절을 의미한다. 그 시절을 잊고 가는 사람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것이다.

“고려 때만 해도 실지(失地)회복이 국가의 목표였어요. 그런데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중국을 대국으로 섬기고 우리를 소국으로 자처하게 됐죠. 당시 뜻 있는 지사들이 이태조를 등지고 유배지에 은둔하면서 아리랑의 노랫말을 만들어낸 겁니다.”

그는 도라지타령의 경우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고통을 받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우리 민족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두 뿌리만 뽑아도 대바구니가 넘친다’는 노랫말에서 알 수 있듯 민족의 기개와 능력은 뛰어나니 반도에 묶여 있음에 실망하지 말고 요동벌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라는 뜻이라는 것.



아리랑, 도라지타령 의미 되새겨야

“저는 지금도 중국 조선족을 만나면 ‘이곳은 우리 땅이니 긍지를 가지고 살라’ ‘우리가 실지를 회복할 날이 언젠가 온다’고 말합니다. 실지 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우리 민족 스스로 대국민이란 긍지와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반도에 갇히고 난 후 많은 상처를 입으면서 우리 민족성 자체가 변한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그는 앞으로 한민족 고유의 얼과 긍지, 자부심을 후학들에게 가르치는 민족교육가로서 여생을 마치겠다고 한다. 특히 우리 민족의 본성이 서로 보듬고 아우르는 것인 만큼 서구식 개인주의가 더이상 우리나라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요즘 중소기업이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이 역시 서구식 개인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그 부분을 보충할 때까지 도와줬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 때까지 국가나 대기업에서 어버이가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도와줘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아요. 완전히 약육강식이예요. 거대한 자본으로 중소기업이 죽을 때까지 숨통을 조이거든. 그렇다고 그 자본이 순수한 우리 것이냐 하면 그렇지가 않아요. 만약 한반도에 위기가 생기면 모조리 빠져나갈 외국 자본이지요.”

그는 또 중소기업이 원자재 구입부터 제품 수출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을 통할 수밖에 없어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원료는 중소기업 스스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판매 역시 국내시장이든 해외시장이든 대기업을 통하지 않고 중소기업이 직접 해야 합니다. 물론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힘을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는 2월27일에 있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선거에 출마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중소기업 경영의 원칙을 다시 세우고 한국 경제의 틀을 고치기 위해서다.

인터뷰 내내 고 회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민족성에 기반을 둔 자신만의 경영 원칙을 역설했다. 다소 감상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의 힘찬 목소리는 옛 고구려인의 기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신동아 200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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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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