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분의 5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도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의 이득과 현재 배당 수익을 저울질하며 경영진이 대우조선 인수 후의 확실한 비전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새 정부의 첫번째 M&A작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소지가 적지 않다. 공기업으로 탄생해 성장한 포스코로서는 ‘과거사’가 다소 껄끄러운 처지다.
포스코는 지난해 신정아-변양균 사건 때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의 요청에 따라 신정아씨가 일하는 성곡미술관에 거액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올해 초엔 BBK특검이 ‘도곡동 땅 매각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1995년 포스코건설에 매각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고, 이를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이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김만제 전 회장은 특검에서 “실무자가 매입을 주도해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지만, 당시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은 “김만제 회장이 263억원이라는 가격까지 정해 도곡동 땅을 사라고 지시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무혐의’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포스코도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점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M&A 전문가는 “대우조선이 새 정부의 첫 번째 M&A 작품인 만큼 불필요한 특혜논쟁이나 정치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포스코가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인데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도덕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의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들어 원자재값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다른 철강 회사들과 달리 가격 상승폭을 인위적으로 낮게 가져 간것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포스코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중국산 철강재보다 싼 가격에 철근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어 물가안정을 정책 1순위에 올려놓은 현 정부의 코드에 부합, 정치적 부담을 상당부분 덜었다는 해석이다.
GS그룹, 시너지 효과 강조

허창수 GS그룹 회장.
GS그룹은 2005년 출범 직후부터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여 국내외 전문기관 및 전략 컨설팅업체 등과 지난 3년간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왔다. GS그룹 관계자는 “일본, 중국의 경쟁 조선업체 실무진, 전세계 주요 선주, 선박 브로커들과의 10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 등을 통해 치밀한 사전계획을 짜 왔다”며 “대우조선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포스코가 전면에 내세우는 해양플랜트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에 초점을 맞추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GS그룹은 GS칼텍스와 GS건설 등 에너지와 건설 계열사와 대우조선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특히 GS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로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서는 원유 및 가스의 시추·생산장비의 리스·운영 등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진출할 그랜드 플랜까지 짜 놓은 상태다.
실제 최근 들어 GS칼텍스는 지난 5월 제3중질유 분해탈황시설 건설을 포함해 오는 2011년까지 총 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1조5000억원이 소요된 제2중질유 분해탈황시설의 약 3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GS칼텍스 창립 이래 최대 규모 투자다. GS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투자를 적극 권해온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춰 인수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GS그룹이 대우조선 주력 선박인 LNG선의 주요 고객들과 연관이 깊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GS칼텍스는 대우조선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관련 선박의 주요 고객인 중동 산유국 정부 및 석유 메이저와 오랜 동업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GS건설은 중동 및 동남아 산유국의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를 통해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자금 마련이다. 그룹의 주요 자금줄인 GS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지주회사인 GS홀딩스가 단독으로 인수 주체가 된 것이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GS그룹은 “전략적 투자자와 공동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대우조선 지분 50% 중 20%는 또 다른 우호적 투자자에게 넘겨 자금부담을 최소화하고 경영권을 거머쥐겠다는 구상까지 나온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