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증하는 노동분쟁
최근 중국 사회보장국이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노동쟁의 건수가 2007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최근의 파업 사태는 외자기업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허난성의 핑멘(平棉)방직 공장 등 일부 국유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는 1988년 올림픽 전후 한국에서 나타난 패턴과 매우 유사한 면이 있어 중국 노동자의 권익의식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억눌렸던 불만이 한꺼번에 표면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중국의 노조 격인 ‘공회(工會)’는 한국과는 달리 친근로자적 성격보다는 친기업적 협의창구 역할과 노사 간 충돌을 막는 완충기능을 수행해왔다. 노동자들이 파업 사태를 벌일 때 공회 직원들이 오히려 노동자와 맞서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처럼 노동자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는 공회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앞으로는 공회가 노동자의 권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챙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신세대 노동자들은 기성세대의 의식수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전체 농민공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3고(높은 교육 수준, 높은 직업기대치, 삶의 질에 대한 높은 기대치)의 특징을 지닌 반면 3저(낮은 임금 수준, 낮은 사회보험가입 및 노동계약 체결 비율)의 현실에 직면해 있어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1자녀 세대’답게 자신의 불만을 쉽게 표출하고, 열악한 환경과 불공정한 대우를 잘 견디지 못하는 반면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훨씬 강렬하다. 실용주의적이면서 차별에 대해 민감하고 권리의식이 높다. 혼다 공장 파업 사태 때 한 20대 신세대 근로자는 베이징 대학의 법학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자료를 요청한 뒤, 중국의 대표적 메신저인 QQ를 통해 노동자들의 지지를 끌어 모았다.
다가오는 ‘루이스 전환점’
임금 추세를 좌우하는 근본 요인인 노동력 수급관계도 점차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1자녀 정책 탓에 중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2015년 전후에 최고치에 달한 후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15~29세의 젊은층 비중 역시 서서히 줄어들 전망이다. 2010년 2·4분기의 도시 인력 수급 현황을 보면 25~34세 연령대의 공급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세계은행도 2010년 중국 인구의 평균 나이가 34.2세, 2030년에는 40세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농민공 부족 현상이 연해지역뿐 아니라 내륙까지 확산되면서 중국은 이미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즉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유입이 줄어들면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임금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농업부문 잉여노동력은 아직 75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50% 이상이 40대 이상이라는 점이 잉여노동력 고갈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