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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장’은 장밋빛 최저임금·건설경기 주시해야

심상찮은 하반기·내년 경기

  • 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3% 성장’은 장밋빛 최저임금·건설경기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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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다(소수점 이하 제외). 바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경제성장률 추세에서 탈피할 것인가. 그 시발점인 올해 경제성장률 지표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수출은 ‘슈퍼 사이클을 탔다’고 할 정도로 초호황이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지만, 낙수효과는 가계로까지 내려오지 않고 대외적으로는 북핵 위기가 도사린다.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선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그러기에는 역부족이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지만, 민간 경제연구소 및 해외 투자은행(IB) 전망은 2.6~2.9%에 그친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6%로 보며,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2.8%로 제시했다. KDI 관계자는 “2.6%는 지난 7월에 밝힌 전망치인데, 11월에는 이보다 오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로서는 3%까지는 아니고 2.8% 정도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수출은 사상 최고치 경신

최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북핵 리스크 등에 의한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실물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3% 성장 경로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및 설비투자 증가세, 사상 최고치 경신을 반복하는 코스피, 안정적인 환율 등을 근거로 한 발언이다.

매년 4월과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발간하며 각국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는 IMF도 지난 10월 10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와 비교해 올해는 0.3%포인트, 내년은 0.2%포인트 높인 것이다.



3% 전망에 대해 한 민간경제연구소 소속 전문가는 “정부는 경기 전망을 하는 기관은 아니”라면서 “의지를 갖고 경제정책을 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긍정적 수치를 제시하며 여러 노력을 기울여가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F 전망치에 대해서는 “IMF는 본래 세계경기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보이는 편”이라며 “IMF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4% 가까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고수했으나 실제로는 3%대 초반으로 나타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IMF가 ‘중국 효과’를 고려해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전망치를 상향했다는 점을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입 증대 효과를 고려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를 낙관했는데, 여기에는 ‘사드 보복’이라는 한국만의 특수 사정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 소비 ‘우려’

현재 한국 경제의 청신호로는 수출의 고공 행진, 그리고 국내 소비 회복세를 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9월 수출이 551억3000만 달러로 1956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역시 효자는 반도체. 삼성전자는 반도체만으로 올해 2분기에 8조3000억 원의 이익을 냈다. 3분기 반도체 이익은 이보다 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올 상반기 5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도체 이외의 13대 주력 품목도 최근 고른 수출 증가세를 보인다. 산업부는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9월 수출 증가율이 29.3%”라며 “철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멀티칩패키지(MCP) 등의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최근 소비도 회복세를 보이는 조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 증가율은 2분기 1.7%에서 7~8월 평균 2.1%로 회복세를 보였다(전년 동기 대비). 7~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6을 기록, 2분기 106.7보다 더 높아졌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통상 국내 소비지출 전망치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국내 민간 소비가 0.2%포인트 증가한다”며 “3분기 국내 소비지출은 2분기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양호한 수치에도 올 하반기를 포함한 내년 경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10월 12일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는 하반기부터 경기 상승 흐름이 다소 약해지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2.9%에서 2.8%로, 내년은 2.7%에서 2.5%로 각각 0.1%포인트 및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추석 연휴 직전 발표한 ‘2018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2% 중반 수준으로 보며 “2%대 성장률이 고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10월 ‘경제동향’을 통해 “수출과 제조업 중심으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지연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까닭은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점 △그에 따라 내수 진작이 일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는 점 △14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이 꼽힌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수출 증대가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인데, 그나마 소득이 증대된 가계들도 국내 소비보다 해외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나타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내수 진작에 기여하는 효과 또한 사라졌다”고도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10월 중으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금리도 앞으로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가계 대출을 조이고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염려되는 바는 건설 경기 위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수출 주도 성장의 한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로 들어설 수밖에 없음에도 지난 몇 년간 2,3%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투자, 특히 건설투자에 기댄 바가 크다.



청년취업 낙관 어려워

건설 부문의 성장기여율은 2015년 4/4분기 이후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2.8% 성장했는데, 건설투자 부문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1.7%로 성장률이 크게 줄어든다(‘2018년 성장률의 관건’, IBK투자증권, 2017년 10월 13일). 그간 크게 늘어난 주택 공급물량,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정부의 인프라(SOC) 예산 감축 등을 배경으로 내년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를 포함해 향후 5년간 SOC 관련 예산을 연평균 7.5% 줄이는 반면 보건·고용·복지 예산은 연평균 9% 늘리기로 했다. 특히 내년 SOC 관련 예산은 20%가량 줄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의 전개도 주목할 포인트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을 푼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경기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소득과 소비가 선순환할 것인지는 쉽사리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생산성 효과 측면을 여러모로 분석해봤는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까지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공공부문 위주인데 우리나라는 경제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도 채용 인원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시장은 당분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 둔화는 바로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둔화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청년 고용이기 때문에 청년취업률은 당분간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몇 년 후부터는 청년취업률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청년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20대 인구는 내년까지 증가하다가 2019년 소폭 감소한 이후 2020년부터는 매년 3% 이상씩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청년취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지만, 수치상으로 나아지기는 할 것이다.


‘불안’에 이용당할라

“몇 달 전부터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발주처들이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한국에 오려고 하지 않아 역으로 우리가 나가고 있다. 이들 발주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서울에 있는 핵심 기능을 해외로 옮길 것 등을 요구한다. 지금은 우리에게 ‘플랜B’를 바라는 것이지만, 북핵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기업과 거래를 끊는, ‘코리아 패싱’이 산업계에도 나타날까 걱정이다.”

한 수출 제조업체 대표이사의 토로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불안을 이용해 장사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라며 “북핵, 사드 등 대외적 위협이 장기화하면 한국 기업들은 일감을 얻지 못하거나, 납품가나 금융비용 등에서도 불이익을 보게 된다”며 “3%대 경제성장률로 다시 올라서기까지는 험난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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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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