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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이 첨단단지 되자 인재 U턴 기업-지역 相生 활력 도시 탈바꿈

포도밭이 첨단단지 되자 인재 U턴 기업-지역 相生 활력 도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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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이 첨단단지 되자 인재 U턴 기업-지역 相生 활력 도시 탈바꿈

탕정 원주민들이 옮겨온 이주택지 내 ‘블루크리스탈몰’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원주민들은 공동 쇼핑몰을 운영하며 삼성과의 공존공생을 도모한다. 뒤로 보이는 고층아파트는 삼성의 사원아파트인 삼성트라팰리스단지.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뛴다면, 기업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뛴다. 김 차장은 “직원들이 회사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지내야 생산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직원 정주(定住) 여건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특히 공을 들이는 건 주거와 교육 환경이다. 사원아파트로 4000여 가구의 삼성트라팰리스단지를 조성해 ‘5년 임대 후 분양’ 조건으로 임직원들을 살게 했고, 자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갖춰 젊은 직원들의 육아 고민 해결에 앞장섰다. 안상미 삼성샛별유치원 원감은 “재원생 전원이 삼성 임직원 자녀”라며 “회사에서 지원을 해줘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자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탕정면 내 탕정초등학교와 탕정중학교에도 삼성은 원어민 교사 채용과 각종 기자재 기부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탕정면 내에 일반 고교가 전무한 점을 고려해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기로 하고 충남교육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김 부장은 “고등학생 자녀 교육문제로 기러기 생활을 하거나 천안으로 나가 사는 임직원들이 꽤 된다”며 “삼성 사람들을 아산에 정착하게 하려면 고교 설립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자체 경쟁력 확보 ‘사활’

“출근시간에는 천안에서 아산 방향으로, 퇴근시간엔 아산에서 천안 방향으로 길이 막힙니다. 일은 아산에서 하지만, 주거와 소비는 천안에서 하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지요.”(유선종 아산시청 문화관광과장)

삼성과 현대 없이 아산의 발전을 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산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바로 이웃해 있는 천안이 생활여건이나 교육수준에서 아산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직장은 아산에 있지만 천안에 살거나, 아산에 살더라도 주요 소비는 천안에서 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산에는 영화관이나 백화점, 종합병원이 없다. 스타벅스도 천안에는 4군데 있지만 아직 아산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산시가 교육에 많은 예산을 들이는 것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2004년만 해도 중학교 성적 상위 10%인 학생이 아산 소재 고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46% 그쳤다. 아산시가 ‘내 고장 학교 다니기’ 운동을 적극 펼친 결과 이 비율은 2012년 80%까지 올라갔다.



현대차 이 과장은 “총각 때는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신혼집은 아산에 차리고 아이가 초등학교를 마칠 때쯤 천안으로 이사 가는 경향이 있다”며 “천안 쌍용·백석·불당동 등이 현대 삼성 직원들이 선호하는 주거지”라고 말했다. 김덕수 씨는 “서울에서 인기 있는 공연도 천안까지는 내려오지만 아산으로 오진 않는다”며 “영화도 천안에 가서 보고 대형마트도 천안에 있는 곳이 시설이 더 좋아서 주로 거기서 장을 본다”고 했다.

2012년 초 나온 ‘아산시 미래비전과 도시마케팅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아산시민들은 구도심 온양의 침체된 상권 부활을 아산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아산시 공무원들은 지금까지의 시 발전의 공(功)을 ‘외부의 힘’, 즉 국책사업이나 기업 유치에 돌리면서 “앞으로는 이런 성장환경이 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산시 이 팀장은 “이런 배경에서 아산 스스로의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가 택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기업 유치를 여전히 중요 과제로 삼으면서, 온천산업을 활성화해 자생적 산업역량을 갖추자는 것이다.

아산시는 2개의 산업단지를 추가 건설 중에 있다. 이성연 기업지원과장은 “수도권 규제가 완화됐어도 아산의 평당 분양가가 3~4분의 1 수준이고 교통도 날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온천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전대 한방병원, 파라다이스도고와 손잡고 온천의료관광 육성에 착수했다. 온천수와 한방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온궁’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고 도고파라다이스 내에 한의사가 상주하는 온천치료센터를 설립했다. 유선종 문화관광과장은 “수도권 지하철이 개통된 후 아산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1500만 명으로 급증했지만 대부분 저가 관광을 하는 노인들”이라며 “노후한 온천시설 개선에 투자하고 온천을 상품화함으로써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트라팰리스단지 건너편에는 2만6000여 평의 상가단지 조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몇몇 건물에선 커피숍과 식당이 성업 중이다. 이곳은 탕정단지에 땅이 수용된 원주민들을 위해 삼성이 마련한 이주택지. 삼성은 자기 땅을 양보한 원주민들에게 이주택지를 원가 이하로 분양하고 건축비도 일부 지원했다. 이제 곧 200여 원주민 가구는 1층 상점, 2층 원룸에서 임대 수익을 얻고 3층 자가 주택에서 살게 된다. 그중 66가구는 공동 쇼핑몰 사업에 뜻을 모아 유럽풍 콘셉트로 디자인을 통일해 건축하고 ‘블루크리스탈몰’ 공동 임대 및 운영에 나섰다. MD 구성을 위탁받은 진영원 스타존 대표는 “패션매장과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MD를 구성해 2013년 3월 그랜드 오픈을 할 예정”이라며 “인근 삼성 가족과 온양 관광객, 그리고 천안 시민들까지 찾아오는 상권을 만드는 것이 주민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보통은 원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그간의 개발산업 패턴에서 벗어나 원주민과 기업이 어울려 사는 첫 번째 모델이 곧 가동되는 셈이다.

삼성-지역 주민 간 相生

해마다 11월이면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과 가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김장을 담근다. 아산과 천안 지역 소외계층에게 김장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으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배추 등 김장 재료는 아산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현대차 아산공장도 매년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40~50건의 지역 대상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비즈니스만 하는 기업이 아닌, 지역과 소통하고 상생하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안재근 단지장은 “아산과 삼성은 시너지를 내는 공동체”라며 “삼성은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 증대를 도모하고 아산시는 인프라 지원을 맡아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포도밭이 첨단단지 되자 인재 U턴 기업-지역 相生 활력 도시 탈바꿈

아산시 온양온천역 인근 버스정류장.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온양까지 연장되면서 온천 관광객이 늘었지만 노인층의 저가 관광이 대부분이다.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산시의 숙제다.



신동아 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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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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