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배장과 출고장에서 검수·검품(왼쪽) 및 상차 작업을 하는 기자.
“분배장 안팎의 온도차가 10℃ 이상입니다. 분배장에선 청과류의 신선도를 감안해 낮밤 없이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해서요. 저도 며칠 전부터 감기로 고생 중입니다. 분배장에선 여름에도 긴소매 점퍼를 입고 일합니다. 겨울철엔 히터를 틀고요.”
집배송장은 저온 입하장도 갖췄다. 산지에서부터 소비지까지의 집배송에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연중 공급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구축되면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
출고장 독에서 상차 작업도 거들었다. 5t 화물차에 충남 공주 사곡농협에서 공급한 그물망 밤을 싣는 작업이다. 독과, 독에 주차한 차량의 적재함 높이와 간격을 맞춘 뒤 밤을 담은 종이상자들이 출고 수량에 맞춰 차곡차곡 쌓인 팔레트를 전동 팔레트 트럭(EPT TRUCK)에 싣고 적재함으로 옮겼다. 초심자라 조종이 쉽지 않다. 그래도 “자세만은 ‘물류 달인(達人)’에 가깝다”나?
하루 15만 팩 소포장
오후 2시10분. 2층 소포장센터로 향했다. 전처리시설과 함께 안성물류센터가 자랑하는 최첨단 상품화시설이다. 안성물류센터가 산지뿐 아니라 관련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도 소포장센터와 전처리시설의 규모 및 기술력이 국내 기존 물류센터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소포장센터 면적은 1만3530㎡. 이 중 80%인 1만560㎡에선 일반 농산물을, 나머지 20%인 2640㎡에선 친환경 농산물의 소포장을 담당한다. 현재는 시범 운영기간이라 9248㎡만 가동 중이다. 2~3년 후엔 전체 면적을 다 사용할 계획이다. 친환경 농산물 취급 공간을 특별히 마련한 건 건강을 중시하는 최신 소비 트렌드를 감안해서다.
소포장센터 전체 라인은 17개. 농산물별 특성과 기계화 수준에 따라 수동(9개 라인)·반자동(7개)·자동(1개)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는 농산물 계량 및 포장과정에서 사람 손이 닿는 부분을 최소화해 신속하고 위생적으로 작업하기 위한 것. 수요량을 감안한 단계별 시설투자로, 2020년엔 32개 라인으로 증설된다.
산지에서 소포장하기 어려운 채소류 중 상품경쟁력이 높고 대량생산이 용이한 품목이 소포장 주력 상품이다. 즉, 산지에서 수송돼온 20~30kg들이 대포장 농산물을 소비지의 구매 패턴에 맞게 소포장하는 것.
원물 자동공급 시스템(RGV)을 통해 원물이 포장라인에 투입되면 소분(小分·작게 나누는 일) 작업을 거친 뒤 해당 농산물 특성과 수요처 요구에 맞춰 스트레치·삼면·펜넷 등 다양한 포장작업을 한다. 여기에 품목명, 포장단위, 규격 등을 인쇄한 라벨을 붙인 후 상자에 담아 배출한다. RGV는 네덜란드의 세계적 원예협동조합 그리너리(Greenery)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안성물류센터 측은 소포장센터를 통해 하루 15만 팩의 과채류(고추, 오이, 파프리카, 피망 등) 및 엽채류(상추, 브로콜리, 치커리 등) 물량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자는 반자동 라인에서 브로콜리 소포장 작업을 했다. 빌린 작업 조끼를 걸치고 목장갑까지 끼니 꽤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온다. 작업준비 완료!
“밑동을 보기 좋게 가위로 다듬고 줄기에 지저분하게 붙은 잔줄기를 떼어내세요. 그러곤 2개씩 X자 모양으로 겹쳐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으세요. 그러면 자동으로 포장돼요.”
이성자 소포장센터 총괄반장이 브로콜리 손질 요령을 일러준다. 이 반장은 농협 고양유통센터의 소포장 라인 총괄반장으로 있다가 6월 17일 안성물류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소포장 일을 한 지 3년. 베테랑답게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70여 명의 소포장 직원을 이끌고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데 이골이 난 듯 능숙했다. 그는 “포장 과정을 체계화하니 일하는 사람 처지에선 무엇보다 어수선하지 않아 좋다. 자동시스템이라 일일이 저울로 과일·채소 무게를 잴 필요도 없고 정확한 수량을 맞출 수 있어서 힘이 훨씬 덜 든다”고 말했다.
이 반장 말대로 작업공간은 깔끔하다. 소포장 작업에 투입된 원물을 담았던 상자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소포장센터 한쪽에 모이도록 돼 있어 바닥에 불필요한 물건이 놓이는 법이 없다.
브로콜리 출하처는 강원 평창군조합 공동사업법인, 출하주는 대화농협이다. 그런데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살짝 과장하면 삼계탕 속 닭보다 조금 작다고나 할까.
브로콜리 다듬기는 그다지 숙련도를 요하진 않는다. 그런데 30분도 안 돼 슬슬 지겹기 시작한다. 역시 관건은 단순 작업을 장시간 하는 데 필수적인 지구력 같다. 옆 라인에선 강원 인제농협이 출하한 파프리카 소포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기자가 소포장센터에서 브로콜리 포장 체험을 하고 있다(왼쪽). 전처리시설에서 세척한 대파를 절단하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