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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품 ‘중국 암거래’ 논란 회사 고위층이 해결 지시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11-19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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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부품 ‘중국 암거래’ 논란 회사 고위층이 해결 지시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중국 쒀즈사의 피해와 관련해 (이 회사 측에) 보낸 e메일.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태블릿PC 부품이 중국 시장에서 거래되다 ‘암거래 논란’에 휘말렸다. 삼성그룹 고위층이 ‘잡음 안 나게 하라’며 중국 회사의 문제 제기를 무마하라고 지시한 것도 확인됐다.

    중국의 쒀즈(Sochip)사는 2013년 초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작한 9.7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부품을 공급받기로 하고 한국의 중간거래상에게 1029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중간거래상이 쒀즈에 준 부품 물량은 계약 물량의 절반이 안 되는 10만8000장 정도였고 그나마 3만 장은 불량품이었다. 쒀즈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중간거래상은 ‘삼성 측에 대금을 지불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해당 부품들은 제조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나와 삼성 부품을 총판하는 A사 등 두 곳을 거쳐 중간거래상으로 유통된 뒤 쒀즈에 전달된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중고 부품이 섞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직 삼성 간부 출신들이 운영하는 A사는 삼성으로부터 부품 총판권을 얻었다.

    쒀즈 관계자는 “해당 부품들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태블릿PC 용도로 독점 공급한다. 시장에선 태블릿PC 용도로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쒀즈는 이 부품들을 구매한 뒤 중국 태블릿PC 제조사에 재판매하려고 했다. 사실이라면 암거래였던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 부품 총판인 A사가 이러한 암거래나 계약 불이행 논란과 무관하냐는 것. ‘신동아’에 관련 문서를 보내온 쒀즈는 삼성 측이 비호하거나 용인한 것으로 의심했다.



    회수 조건 600만 달러 제시

    이 문서에 따르면, 쒀즈에 피해를 준 계약 상대는 중간거래상이지만, 쒀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A사에도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삼성디스플레이는 A사와 함께 쒀즈의 피해보상을 논의하는 자리에 여러 번 참석해 쒀즈를 무마하려 했다는 것.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2013년 10월 28일 쒀즈에 전화를 걸어 “진상 조사에 필요한 한 달의 기한을 주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디스플레이 B부장은 같은 해 11월 28일 A사 및 쒀즈 관계자와 함께 쒀즈의 피해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C상무와 D부장은 같은 해 11월 30일 쒀즈 관계자와 쒀즈의 피해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C상무는 “이틀 뒤 D부장이 e메일을 통해 해결 방안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 삼성디스플레이 D부장은 쒀즈 관계자에게 e메일을 보내 추후 삼성디스플레이의 다른 부품들을 놓고 쒀즈와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의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쒀즈 측은 “삼성디스플레이와 A사가 우리의 피해에 도의적 내지 실질적 책임을 느꼈거나 떳떳하지 못한 거래에 직간접 관여돼 찜찜하니까 우리의 피해보상 문제 해결과 관련된 회의에도 자주 참석했고 우리에게 해결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 17일 쒀즈의 피해 문제가 중국 언론에 보도되자 A사는 쒀즈에 언론 보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A사는 쒀즈가 가진 삼성디스플레이 부품을 모두 회수하는 대신 쒀즈에 600만 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쒀즈와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 같은 부품 회수 계약 사실을 알았다. A사는 계약금 조로 200만 달러를 쒀즈에 지급했으나 쒀즈는 이후 A사에 부품을 인도하지 않았다.

    “잡음 없게 해결하라”

    이에 대해 쒀즈 측은 “중국 언론에 보도되니 삼성디스플레이와 A사가 부품을 전량 회수함으로써 이 문제를 덮고자 했으며 이 차원에서 A사가 6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고 2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쒀즈는 중간도매상을 한국 검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쒀즈는 청와대에 진정을 내고 국회 앞에서 시위도 벌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동아’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쒀즈 측과 여러 번 만나 피해 문제를 논의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쒀즈와의 관련성은 부인했다. 다음은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의 설명.

    “우리는 쒀즈와 어떠한 계약관계도 없었으며 쒀즈의 피해와는 전혀 무관하다. 쒀즈가 중간거래상과 거래하면서 실제로 계약 물량에 못 미치는 물량만 받았는지에 대해 우리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그것을 우리가 보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총판인 A사와만 거래했다. 따라서 이후 벌어졌다는 A사와 중간거래상 간의 거래, 중간거래상과 쒀즈의 거래가 우리와 관계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설명과 관련해, ‘삼성이 무관하다면 왜 쒀즈와 자주 만나 피해 문제를 논의했고 쒀즈와 합의를 시도했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당시 삼성과 애플이 소송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비록 일방적 주장이지만 자꾸 나오면 애플의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쒀즈로 들어간 부품을 회수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룹 고위층이 삼성디스플레이에 ‘쒀즈를 한번 만나보라’ ‘잡음이 나오지 않게 조용히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 이런 지시가 있었기에 우리 회사의 임원과 부장들이 쒀즈와 접촉한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삼성 측 설명에 대해 ‘삼성 측이 쒀즈와 전혀 관련 없다면, 지레 애플의 오해를 우려해 쒀즈에 들어간 부품을, 더구나 상당수가 불량품인데도 거액을 들여 회수할 이유가 없지 않나’는 의문이 잇따른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진흙탕 논란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 회사가 억지 주장을 펴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고위층의 쒀즈 무마 지시 사실까지 불거진 마당이라 논란은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쒀즈는 ‘9.7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제품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태블릿PC 용도로 독점 공급하는 부품이어서 시장에서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애플이 요구하는 스펙 수준에 못 미치는 Bin급 9.7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부품은 ‘태블릿PC 이외의 용도’로 판매해도 되도록 애플이 양해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9.7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것은 애플과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 부품 총판인 A사에 해당 부품을 판매할 때 ‘비(非)태블릿PC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을 명기했다.”

    그러나 쒀즈는 해당 부품을 태블릿PC 용도로 쓸 요량으로 샀다. 쒀즈 측은 “삼성디스플레이의 9.7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 부품은 2012년 10월부터 한국 중간도매상들에 의해 중국 선전에서 다량 판매됐다. 같은 해 12월 모 중국 회사가 이 부품을 장착한 저가 태블릿PC를 시장에 다량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산 태블릿 쏟아지는데…

    삼성디스플레이의 해당 부품이 중국에서 태블릿PC 용도로 이미 널리 풀려 실제로 중국산 저가 태블릿PC 양산으로 이어지던 상황이었다는 것. 이처럼 많은 물량이 태블릿PC 용도로 쓰이는 동안 제조사인 삼성과 부품 총판 A사가 과연 몰랐겠느냐는 반박이다. 쒀즈 측은 “중간거래상은 우리에게서 받은 돈을 삼성 측에 줬다고 했다. 삼성과 A사가 정말 무관하다면 왜 우리와의 피해보상 협의에 나섰으며, 부품을 회수하겠다면서 우리에게 200만 달러를 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A사는 관리와 관련해 일말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마 지시를 내린 삼성그룹 고위관계자의 직접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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