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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세계 평화는 과연 올 것인가

세계적 碩學들의 난상토론

21세기세계 평화는 과연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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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문제 못지않게 쟁점이 된 것은 국내구조와 평화의 상관관계다. 이념과 체제가 전쟁과 평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가 또 하나의 쟁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프린스턴대학의 마이클 도일(현 유엔사무차장) 교수가 발제했다.

이마누엘 칸트는 “모든 국가가 민주 공화정을 채택할 때 영구평화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영구평화론’을 주창한 바 있다. 칸트는 ‘민주공화정 국가는 법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표현의 자유와 시민권을 인정하며 사유재산권을 확고하게 보장한다. 민주공화정 국가는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대의(代議)정치를 채택하기 때문에 위정자들은 시민들이 원치 않는 전쟁을 일방적으로 선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일 교수는 이러한 영구평화론에 근거해 국가의 이념체제와 정치체제는 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일교수는 민주평화론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패권국가들이 물질적인 이득이나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산한다는 명분으로 여타 국가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개입한다면, 이는 불필요한 전쟁을 야기하고 국제질서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이념과 체제가 반드시 평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고도의 도덕성과 신중한 정치력이 가미돼야 진정한 의미의 영구평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일 교수의 제한적 민주평화론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도일 교수는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해 우회적이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참석자들은 도일 교수가 주장한 자유주의 국제관계이론의 다른 한 축인 자본주의 평화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자본주의 평화론도 그 지적인 연원은 칸트에 닿아 있다. 일찍이 칸트는 경제적인 상호의존으로 국가간의 상업적 이해관계가 심화되면 될수록, 전쟁의 가능성은 적어지고 평화의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예측했다. 경제적인 상호의존도가 높은 단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상거래를 통해 구축해놓은 경제적인 부(富)가 일순간에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각 나라의 자본가들은 정치적 압력을 가하여 전쟁 방지를 도모한다는 것이 칸트의 견해다.

사실 자본주의 평화론은 전후 유럽에서 설득력 있게 가시화된 바 있다. 유럽은 자유무역지대·관세동맹·공동시장·경제동맹·통화동맹의 경로를 거치며 경제적인 유대를 강화해왔다. 이러한 유럽에서 국가간의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거의 없다. 미국·캐나다·멕시코로 구성된 북미 자유무역지대 회원국 사이에서도 국가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인 상호의존성의 심화와 경제통합이 반드시 평화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제적인 의존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화되었지만, 3국 간에는 아직도 갈등의 소지가 많다. 아시아 국가들과 중미와 남미 국가의 사례도 경제통합이 자동적으로 평화체제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예시해주고 있다. 따라서 참석자들은 시장통합이 평화체제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정치·안보상의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합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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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정외과 교수 > cim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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