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은 의회가 예산집행을 승인해 주지 않아 새 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경제난 때문에 무기 개발을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말 못하는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는 1998년을 기준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ICBM중 58%가 작전수명을 넘겼다는 사실이다. 작전수명을 넘긴 미사일은 폐기하고 새로 만든 미사일로 대처하여야 한다. 이는 미사일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무기감축협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다.
작전수명을 넘겼다고 해서 ICBM이 그날로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양적인 면에서라도 미국과 대등한 전력을 유지해야 하므로 수명을 넘긴 전략미사일을 그대로 보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 미사일은 ‘지랄탄’이 되고 만다.
1998년 12월4일 인천에서는 오래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이 오발사되는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수년 후 러시아에서 작전수명이 지난 ICBM이 오발사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러시아측에 따르면 토폴은 러시아가 보유한 ICBM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미사일이다. 속도가 빠르면 패트리어트 같은 대(對)탄도탄 요격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또 토폴의 탄두는 아주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어, 패트리어트가 자폭하며 방사하는 파편을 맞아도 터지지 않는다고 러시아측은 설명한다.
1997년 러시아는 369기의 토폴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폴-M으로 불리는 신형 토폴은 1994년부터 실전 배치됐는데, 러시아는 작전 수명이 다한 구형 토폴을 빠른 시간 내에 토폴-M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하나 예산부족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토폴은 5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무게 1000㎏의 탄두를 하나 장착한다.
기발한 발상의 몰로뎃 미사일
‘몰로뎃(Molodets)’으로도 불리는 RT-23은 토폴과 더불어 러시아에서는 제4세대 미사일로 꼽힌다. 이 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은 기차에 탑재하는 ‘철도형’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국은 이 미사일이 어디서 발사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몰로뎃은 평소에는 철도역의 안전 시설 안에 있다 필요시 철도를 따라 옮겨지므로 토폴과 달리 다른 차량과 충돌하거나 접촉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적다. 자살테러 공격을 받을 위험도 낮은 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NATO는 이 미사일에 대해 외과 수술을 할 때 사용하는 메스인 ‘스캘플’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몰로뎃 중에서 사일로에 배치되는 고정기지형은 1989년 11월28일부터 실전 배치되었고, 기차로 끌고 다니는 기차형은 1989년 12월에 배치되었다. 실전 배치된 이 미사일은 총 46기인데, 이중 36기가 철도형이고 10기가 사일로에 배치되는 고정기지형이다.
36기의 철도형은 다시 12기씩 세 팀으로 나뉘어 화차에 탑재된다. 12기의 철도형 몰로뎃을 실은 기차는 베르셋과 크라스노야르스크, 코스트로마에 있다. 철도형 몰로뎃을 싣고 있는 기차는 3대의 미사일 탑재 화차, 한 대의 발전(發電) 화차, 수 대의 지원용 화차 그리고 한 대의 지휘 및 통제차로 구성된다. 사람 눈을 속이기 위해 전부 일반 화차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사일로로 발사되는 10기의 고정기지형 몰로뎃은 타티시체보에 있다. 몰로뎃의 탑재부에는 5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3개의 탄두(MIRV)가 탑재된다. 그러나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다탄두 미사일은 전량 없애야 하므로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장차 폐기하여야 한다.
이 미사일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우크라이나에서 제작하는데, 소연방에서 떨어져 나온 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해 이 미사일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외견상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핵전력을 자랑하는 국가이지만 말못한 고민도 많은 것이다.
NATO에서 송곳(또는 바늘)이라는 뜻을 가진 ‘스틸레토(stiletto)’라는 별명을 붙여준 UR-100N은 수명이 다한 UR-100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미사일은 UR-100이 사용하던 사일로를 같이 사용한다. UR-100N 중에서도 모드1과 모드3은 550~750 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탄두를 각각 6개씩 장착하도록 제작되었다. 모드2는 강력한 힘을 가진 1개의 탄두를 장착하도록 제작되었다. 160여 기가 실전 배치돼 있는데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2007년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RK-500은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 크루즈미사일로 Tu-160과 Tu-95MS6 폭격기에 탑재한다. 최대 사거리는 3000㎞, 보유 물량은 600기로 알려져 있다. 2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핵탄두 1개를 탑재한다.
미국의 AGM-86D처럼 지하 깊숙한 곳으로 뚫고 들어가 자폭하는 탄두도 있고 한국 육군이 보유한 현무미사일처럼 목표물 상공에서 탄두부가 찢어지며 수류탄 크기의 자탄(子彈) 수백 개를 떨궈 반경 수백m 구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클러스터(cluster)형 탄두도 있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