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도로는 소련군이 아프간을 침공하기 위해 닦아 놓은 아스팔트길. 바람이 심하면 모래가 날아와 쌓여 ‘모래밭’으로 변한다. 모래 위를 달리는 차는 마치 눈 위를 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차가 모래에 빠지면 바퀴가 헛돌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차체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쌓인 모래를 치워주면서 팁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로의 모래청소부들은, 이처럼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모진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머리에 수건을 두텁게 두른 남자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불어오는 모래바람 속에서 낙타에 땔감을 가득 싣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사막에 죽어 넘어진 나무의 가지들을 모아 시장에 땔감으로 파는 사람이란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앞에 가는 대형 화물트럭을 피하려다가 시동이 멈추는 바람에 한동안 승강이를 해야 했다. 차를 밀기 위해 잠시 차에서 내렸다. 5분 남짓 차 밖에 나와 있었을까. 귓속엔 금세 모래가 굴러다녔다. 바람 부는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숨 막힐 정도의 강풍이 얼굴을 때린다. 사막을 빠져나오는 데 1시간30분 가량 걸렸다.
마자르이샤리프로 가는 3시간 동안, 자동차 차창을 통해 본 아프간은 ‘버려진 땅’ 그 자체였다. 우즈벡처럼 중앙정부의 주도로 관정(管井)이나 저수 등 관개수리사업을 제대로 추진했다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한 옥토가 그대로 버려져 있다.
버려진 평야 곳곳엔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길가에 버려진 탱크나 대포, 군용차의 녹슨 차체들이 나뒹굴고 폭격으로 지붕을 잃은 폐가가 군데군데 흉측하게 서있다. 미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알카에다 사령부 터엔 장갑차와 전차의 형해(形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미군의 폭격이 비교적 정확해 알카에다 시설 외에 다른 건물들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공사가 중단된 건물인지 폭격에 무너진 건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폐허더미’가 끝없이 이어졌다.
사막을 벗어나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오자 이곳에도 봄은 찾아와 있었다. 23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신음하는 ‘죽은 땅’에도 희망을 상징하듯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고 있었던 것이다. 돌덩이 사이로 얼굴을 살짝 내민 풀을 뜯고 있는 양떼의 모습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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