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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살인의 과격함에서 차 한잔으로 밤새우는 느긋함까지

이슬람 생활문화

명예살인의 과격함에서 차 한잔으로 밤새우는 느긋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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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는 평생 한번은 통과해야 할 통과의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출생의례다. 아기가 출생하면 첫 의식으로 아기의 오른쪽 귀에 대고 ‘아잔’, 즉 사원에서 예배시간을 알리면서 예배를 촉구하는 고사(告辭)를, 왼쪽 귀에 대고는 ‘이까마’, 즉 예배 전에 염송하는 경전구절을 읽어준다. 가장 신성한 알라의 소리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이때부터 아기는 무슬림이 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전을 주머니에 넣어 메카쪽을 향해 걸어놓기도 한다.

출생 이레만에는 작명(作名)하는 ‘아끼까’의식을 치른다. 축복받은 의미에서 그 보답으로 양을 잡아 구차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친척 부인들이 아기 보러 오는데, 올 때 액땜으로 소금을 뿌린다. 그녀들은 흉안(凶眼)의 시기가 두려워 아기가 예쁘다고 안한다. 이날 아기의 머리카락을 모두 깎아 그 무게만큼의 금이나 동등한 가치를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희사한다. 이름은 대체로 현자(賢者)의 이름을 따서 쓰는데, 남자인 경우 교조 무함마드의 이름이 가장 많다.

남아는 꼭 할례(割禮)를 하는데, 생후 일곱번째 날이나 7~12세 때 행하는 것이 관례다. 할례는 남성다움과 용감성의 상징이며, 이로써 공동체의 성원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할례는 축제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애는 돌아다니면서 어른들께 인사하고, 주위에서는 축하하고 격려해준다. 아직까지 수단이나 요르단, 그리고 사막의 부족들 속에 남아있는 여아의 할례 풍습은 음핵 절제로 혼전 성관계를 방지하고 순결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하나, 대부분의 이슬람 법학자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죽음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과정이며 영원한 삶에 이르는 교량이라고 믿는다. 그리하여 장례는 비교적 간소하게 치른다. 시신은 염습(殮襲)을 하며 24시간 내에 매장한다. 관 없이 토장(土葬)하는데, 묘역은 대단히 검소하다. 첫 3일간 주로 경전 염송으로 추모의식을 가지며 40일간 유족들은 화려한 복식을 삼간다. 장례는 소속 사원에서 간단하게 치르고 나서 묘지로 향한다. 행렬 앞에 서너 마리의 낙타가 빵이나 물을 싣고 가서 무덤 근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행렬이 지나가면 여인들은 특유의 입소리(자그라드)로 애도를 표시한다.

이슬람에는 3대 명절을 비롯해 몇 개의 종교명절이 있다. 지역마다 전통명절도 따로 있다. 3대 명절은 교조 무함마드의 탄생일(마우리둣 나비)과 개재절(開齋節, 이둘 피트르), 희생절(犧牲節, 이둘 아드하)이다. 탄생일은 이슬람력 3월12일(탄생년은 미상)인데, 이날은 주로 사원에 모여 무함마드의 공덕을 기리는 행사를 거행한다. 공교롭게도 그의 사망일도 바로 이날(632)이라고 한다. 개재절은 이슬람력 9월 한 달간 금식을 하고 나서 10월1일부터 3일간 쇠는데, 첫날에 무슬림들은 5대 종교의무의 하나인 종교부금(宗敎賦金, 자카트)을 납부한다.



희생절은 매해 성지순례가 끝나는 이슬람력 12월10일부터 시작하여 보통 3일간 쇤다. 희생물은 양이 가장 보편적이다. 본래 양은 한 사람당 한 마리, 낙타와 소는 7명당 한 마리씩 잡기로 되어 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고 대체로 집집마다 양 한 마리 정도 잡는다. 잡은 고기의 3분의 1은 본인이 쓰고, 3분의 1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머지 3분의 1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되어 있다.

이 3대 명절 외에 뜻있게 기리는 날로는 무함마드가 621년 7월27일 천사 가브리엘의 안내를 받아 날개 달린 천마(天馬, 바라끄)를 타고 메카의 금사(禁寺)를 떠나 예루살렘의 원사(遠寺)를 거쳐 승천했다가 여명 전에 돌아왔다고 하는 이른바 야행승천(夜行昇天, 사다리라는 뜻의 미르아즈)을 기념하는 승천절(昇天節)이 있다. 또 이슬람력 9월(금식월, 라마단) 27일 밤에 ‘꾸르안’의 계시가 처음으로 내려졌다고 하여 이날 밤을 ‘결정의 밤(라이라툴 까드르)’이라고 하여 기념한다. 온 밤 기도를 드리는데, 이 하룻밤의 기도는 평시 1000달의 기도보다 낫다고 한다.(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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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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