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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北 ‘리더십 체인지’ 시나리오

‘히든카드’ 美 망명한 장승길(전 이집트 대사), 장성택도 유력후보(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미국의 北 ‘리더십 체인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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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北 ‘리더십 체인지’ 시나리오

지난 3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제10기 최고인민회의 6차회의

최근 탈북자 난민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해진 이후에는 또 다른 리더십 체인지 방안이 새로 힘을 얻고 있다. 난민촌에 모이는 반김정일 인사들을 중심으로 망명정부가 수립되고, 이를 중심으로 북한 내 저항운동을 촉발시켜 권력교체를 시도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이 난민촌 건설과 국제적인 반김정일 운동을 지원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망명정부의 지도부 또한 미국에 의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 지난 199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다.

1948년 평양에서 태어난 장승길은 김일성대 아랍어과를 졸업한 뒤 1976년 직업외교관이 되었다. 외교부 부부장과 조선외교협회 부회장을 지낸 그는 1994년 이집트 대사로 부임했다가, 귀국을 앞둔 시점에서 파리 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이었던 형 장승호와 가족을 이끌고 망명길을 택했다. 특히 함께 망명한 부인 최해옥은 인민배우 출신으로 김정일·김경희 남매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까닭에 이들의 망명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후 장승길과 가족은 CIA의 엄중한 보호 속에 한번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버지니아주의 한 소도시 대학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 이외에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장 전 대사가 망명정부의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벌써 6년 가까이 미국 정부와 행동을 함께 하고 있는 장승길이야말로 망명정부의 적임자”라며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잘 써먹기 위함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특히 최고 엘리트 출신의 직업외교관이었던 그의 신분 역시 국제적인 반김정일 캠페인을 주도할 망명정부의 역할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망명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에 있는 지식인 계층 탈북자들 또한 상당수가 여기에 투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온지 20여 년이 지난 한 탈북자는 “나이는 들었지만 목숨을 걸고 싸워볼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제외하고 탈북인사 가운데 가장 직위가 높았던 장 전 대사가 적격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고령인 황 전 비서는 망명정부에 참여한다 해도 상징적인 인물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장 전 대사가 ‘북한의 이승만’이 되는 데는 몇 가지 장애가 있다. 우선 중국이 ‘친미인사’인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리라는 사실이다. 또한 그가 북한을 등진 이유가 이념적 갈등 보다는 공금유용 등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서였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렇게 볼 때 ‘장승길 카드’는 ‘장성택 안’에 비해 현실성이 다소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교체 시나리오’와 ‘망명정부 시나리오’가 서로 배타적인 방안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입장에서는 두 안을 각각 독립적으로, 동시에 추진하는 편이 실현가능성이 높다. 국경 밖에 먼저 만들어진 망명정부가 내부교체를 촉발하는 진행과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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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미국의 리더십 체인지 시나리오가 공공연해지면서 북한 지도부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당국자들과 접촉한 한 대학교수는 “바그다드 함락 직후 성조기를 들고 뛰어나오는 이라크 시민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체제안정을 위한 평양의 노력도 하나 둘씩 눈에 띄고 있다. 그 바로미터가 바로 지난 8월3일 있었던 최고인민회의 11기 대의원 선거결과다.

10기 대의원 687명 가운데 절반이 교체된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차수 및 대장급 군단장 11명이 대의원직을 상실했다는 점. 박기서 평양방어사령관, 전재선 1군단장 등 전방군단장 4명과 김명국 108기계화군단장 등 기계화군단장 4명이 대의원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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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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