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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안 통과시킨 유럽연합의 앞날

외교·안보·국방은 거부권 행사 가능… 요원한 연방국가의 꿈

헌법안 통과시킨 유럽연합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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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외무장관은 EU의 개발원조 업무와 공동외교안보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집행위원회 대외담당위원과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분담해온 업무를 한 사람이 담당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외교분야에서 EU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될 수 있다. 또 외무장관은 각 회원국 외무장관 모임인 각료이사회를 주재하고 공동외교안보정책을 집행하게 된다.

EU 외무장관은 하비에르 솔라나?

이제까지 EU의 외교는 EU집행위원회 대외담당 집행위원이 대외원조를 맡고, 그밖의 주요 국제문제는 공동외교안보담당 고위대표(통칭 Mr. Europe, 현재 하비에르 솔라나)가 맡았다. 경제와 통상은 집행위원회가 회원국으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아 행사해왔다. 즉 EU 예산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정책은 집행위원회 대외담당 집행위원이 관장했던 것. 단 공동외교안보정책 결정에선 각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인정해왔다. 이러다 보니 개발원조와 공동외교안보정책의 일관성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를 지원하는 데 있어 공동외교안보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선(先)인권개선을 요구한 반면 대외담당 집행위원은 선(先)인도적 지원을 강조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번 헌법안 논의과정에서 외교, 국방, 안보 분야에도 다수결 원칙을 도입하자는 안이 제시됐지만 영국 등 일부국가의 거센 반발로 이 분야는 회원국의 고유 권한으로 남게 됐다. 국가 주권의 핵심을 이루는 외교나 국방·안보 분야 사안이 다수결로 채택될 경우 연방국가로 가는 길이 앞당겨지겠지만 이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헌법안은 대신 외교정책의 주요 도구인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EU 외무장관이 개발원조와 공동외교안보정책을 함께 관장하도록 했다. 개발원조 업무가 집행위원회 고유 권한인 만큼 EU 외무장관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역할도 겸임하도록 규정했다. 이 업무를 수행할 때는 집행위원회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



현재 EU는 전세계에 대표부를 두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워싱턴 주재 EU대표부를 중국, 러시아대사관과 마찬가지로 1급 외교공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EU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초대 EU 외무장관은 각 국에 나가 있는 EU대표부도 지휘하게 된다.

EU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누가 초대 EU 외무장관이 될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6월말 AP통신은 현재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직을 맡고 있는 하비에르 솔라나를 유력한 후보로 지목했다. 그는 1997년 암스테르담조약 이후 신설된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 임명되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왔을 뿐 아니라 나토 사무총장도 역임해 미국과의 관계에도 큰 무리가 없는 인물이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EU의 독자적인 중동평화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해관계 따라 분열과 대립

회원국간 협상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부분은 주요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느냐는 문제였다. 한 회원국이 한 표를 행사하는 것과 회원국의 인구수에 따라 투표권을 차등 부여하는(가중다수결) 두 가지 안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것. 지난해 12월 폴란드와 스페인이 자국의 가중투표권 삭감에 반발, 헌법안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적이 있다. 결국 인구와 회원국 수를 포함하는 이중다수결이 채택됐다.

내용을 보면 중요 정책과 규정의 채택은 전체 4억5000만 인구의 65%와 25개 회원국 가운데 15개국 이상이 지지해야 한다. 또 전체 인구의 35%, 4개국 이상의 동의로 의제 채택을 반대할 수 있다. EU는 당초 인구 60%, 회원국 수의 50% 이상이 찬성할 때 가결한다는 초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안은 몇몇 강대국이 담합해 주요 의제를 결정할 수 있다며 폴란드와 스페인 등 중간 규모 국가들과 약소국들이 반발해 무산됐다. 이번에 결정된 새 규정은 2009년 11월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내무와 경찰, 사법 분야에서도 거부권 행사가 인정됐으나 각 국이 이민과 난민정책에서 공동정책을 실시하기로 합의, 이 분야도 다수결로 정하게 됐다. 헌법안은 그 외에 모두 50개 항목에서 거부권을 없애고 다수결을 도입했다. 그러나 외교, 안보, 국방, 세제(稅制)와 사회복지 분야는 여전히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는 영국식 자본주의와 달리 복지측면을 강조하는 사회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독일은 EU 차원의 사회복지 정책을 강조해왔다.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베네룩스 3국도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다수결 도입을 밀어붙였으나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일부 국가의 반발로 무위에 그쳤다. 유럽 제일의 금융서비스 중심지인 영국이 세제 분야의 다수결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분야에 다수결이 도입될 경우 금융서비스 경쟁력의 원천인 낮은 법인세율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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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병억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유럽통합 전공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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