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숫가에 늘어선 카페들. 중국식 가옥과 홍등, 영어 간판과 한문 간판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중국사회가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인은 그 원리를 세계관이자 삶의 철학으로 삼아 모든 일상생활에 적용했다. ‘천원지방’의 원리에 따라 천하는 ‘回’자형으로 이뤄졌고, 문명은 중심에서 네 주변으로 확장되어 나아가며 중심에서 주변으로 갈수록 문명의 등급이 낮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땅의 원리인 네모를 따라 도시를 만들고 집을 지었다. 옥황상제의 아들이라고 하는 황제가 사는 자금성을 지을 때도 네모의 원리를 따랐다. 민간의 전통 주택 양식인 쓰허위안 역시 그러하다. 베이징의 길과 건축물 하나하나에는 옛 중국인의 철학이 배어 있다.
‘천원지방’은 중국인의 행동 철학에서 ‘내방외원(內方外圓)’으로 나타난다. 자기를 가다듬고 규율하는 데는 네모의 원리에 따라 반듯하고 곧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사회생활에서는 늘 남들과 조화를 이루며 둥글둥글하고 원만해야 한다는 행동철학이다. 중국인들은 ‘안으로 네모나고 밖으로 둥근’ 사람을 최고로 친다. 땅의 네모 원리는 궁극적으로 하늘의 동그라미 원리에 따라야 하지만 모순되어 보이는 네모의 원리와 동그라미 원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함께한다. 베이징시가 2008년 올림픽에 대비해 간선도로를 확장하면서 2환(環)부터 8환까지 원형의 순환도로를 만들어 네모로 이루어진 도심을 감싸는 방식으로 도로를 내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중국 식당에 가서 사각형 테이블 위에 돌아가는 둥근 원의 회전판을 볼 때면 ‘천원지방’ 속에 담긴 네모와 동그라미의 원리를 생각해볼 일이다. 중국만의 원리가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의 삶의 원리로서 네모와 동그라미의 원리를!
인구 1400만명, 자전거 1000만대
넋 놓고 골목을 한참 돌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남쪽인지 도대체 분간이 되지 않는다. 구불구불 연결된 골목을 돌다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마침 양고기꼬치를 굽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베이징 사람들은 해가 지면 다들 의자를 하나씩 들고 골목으로 나온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작도 하고, 장기도 두고, 포커도 한다. 그러다가 하나에 1위안(130원) 하는 양고기꼬치에 맥주나 얼궈터우(二鍋頭酒)를 마시는 것이 하루를 정리하는 최고의 낙이다. 길을 물어본 대가로 숯불에 구운 양고기꼬치 다섯 개를 사서 쭈그리고 앉아 먹었다. 이런 데서 먹는 양고기꼬치가 번듯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세 배는 맛있다.
알다시피 중국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가 많다. 중국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04년말 현재 중국 인구는 약 12억9900만명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6억대를 보유하고 있으니 두 사람당 한 대꼴이다. 베이징시는 상주인구가 약 1400만인데, 자전거 수는 1000만대다. 그야말로 ‘자전거 왕국’인 셈이다.
중국으로 연수나 유학을 떠나려면 중국어보다 자전거를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중국, 특히 베이징에서 생활할 때 자전거는 필수품이다. 물론 광저우(廣州) 같은 곳에서는 자동차에 밀려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10명 중 1명꼴로 줄어들었다지만 베이징에서는 아직도 자전거가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베이징은 언덕길이 없는 평지여서 자전거 타기가 수월하다. 차가 늘어나고, 어떤 곳은 자동차로와 자전거 전용로 사이에 있던 차단막이나 둔덕을 없애버려 자전거 타기가 예전보다 위험해졌지만 그래도 답답한 시내버스를 타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물론 딱지를 떼이지 않기 위해선 자전거 관련 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 역주행을 해서는 안 되고,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는 사람을 뒤에 태워서도 안 된다. 자전거 주차비도 있다. 방향을 틀 때는 미리 나아가는 방향 쪽으로 왼손이나 오른손을 뻗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갑작스럽게 회전을 했다가 추돌사고라도 나면 앞사람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전거를 사면 경찰서에 가서 세금을 내고 등록하고 번호판을 받아야 한다. 번호판이 없으면 불법 자전거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베이징의 경우 매년 한 대당 4위안(520원)씩 자전거세를 징수해오다 2004년에 폐지했다.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기 이전인 마오쩌둥 시대에는 자전거, 재봉틀, 손목시계가 부유한 생활을 상징하는 3대 가정용품이었을 정도로 자전거는 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분배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를 가진 사람에게 일종의 특별소비세 같은 세금을 부과하여 매년 자전거세를 징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소득이 늘어나 자전거 한 대 사는 것쯤은 쉬운 일이 되어 특별소비세 같은 것을 부과할 필요가 없어졌다. 몇 푼 되지 않는 세금을 걷으려고 괜히 품만 많이 든다는 것이 베이징시가 자전거세를 폐지한 이유다. 또한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확충되고, 마이카 붐이 일면서 중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자전거의 비중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