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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사 출마 접은 이범관 전 고검장의 울분

“대표가 약속한 걸 특정 계파가 뒤집다니, 이게 공당입니까”

경기지사 출마 접은 이범관 전 고검장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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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고 뛰어든 정치판에 대한 회의가 쌓여갔다.

“일부 계파와 연결된 도당에서 제게 아무런 문의도 없이 멋대로 그런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무조건 막아놓고 보자는 심산에서.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는데 끝내 들어주지 않더라고요. 기본적인 사실관계만 확인했어도 제가 한나라당을 탄압했다는 엉터리 주장을 할 수 없거든요. 정치판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에게 한층 더 모욕감을 안긴 것은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입당을 허락하겠다”는 조건부 제안이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내가 지사 출마하려고 입당한 거지, 한나라당 당원 못해 환장한 게 아니잖아요. 심지어 ‘출마를 포기하면 다른 걸 주겠다’고까지 하더라고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의 전력에 대한 의혹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한나라당은 3월23일 마침내 입당을 허가했다. 보류 결정을 한 지 보름 만이었다. 그 기간에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발만 굴러야 했다.



이상한 여론조사

경선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중에 4월21일로 바뀌었지만, 애초 정해진 경선일은 4월10일이었다. 4월3일 경선 참가자 5명의 TV토론회(경기방송)가 열렸다. 토론회가 끝난 후 이규택 의원이 사퇴를 선언하고는 손학규 지사와 함께 외국으로 나갔다.

그 직후 당은 이 변호사를 경기지사 경선후보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남은 4명의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게 이유였다. 근거로 제시한 것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그에 따르면 김문수 의원이 48%로 가장 높고, 전재희·김영선 의원이 각 20%, 이 변호사가 6%로 꼴찌였다.

“어떤 식으로 여론조사를 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외부기관에 맡겼다는데, 자세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어요. 자기네끼리만 돌려보고 제게는 수치만 통보했거든요. 신인의 참여로 기존 경선구도가 바뀔 조짐이 보이자 허위사실을 사실로 둔갑시켜 입당을 막고는 손발을 꽁꽁 묶어놓았어요. 그러고는 경선이 임박해서야 풀어준 뒤 곧바로 객관성을 의심받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것을 빌미로 경선에서 배제한 건 공정 경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죠. 공당에서 있을 수 없는 불법·부당한 행위입니다. 제가 꼴찌라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요.”

그가 우선 문제 삼는 것은 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다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각 후보의 지지율이다.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응답자, 즉 부동층 비율이 50%였다. 그런데 당 여론조사에서는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하면 응답률이 100%에 가까웠다.

“어떻게 응답률이 100% 가까이 나왔냐고 물으니, 미응답자 50%를 응답자의 지지비율에 따라 배분해 합했다고 하더라고요. 지지율을 이렇게 주먹구구로 계산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캠프에서 자체 조사한 바로는 김문수 의원은 25% 안팎의 고정된 지지율을 보였고, 저를 비롯한 나머지 3명간 격차는 3~4%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뛰어든 후 기존 지지율 구도가 조금씩 변해가는 양상이었어요.”

3월14일자 ‘내일신문’에 실린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3월12일 경기도 남녀 1095명 대상) 기사에 따르면, 이 변호사의 지지율은 김문수(26.7%)-전재희(5.9%) 의원에 이어 3위(5.1%)였다. 그 뒤가 김영선(4.1%), 꼴찌는 이규택(3.4%) 의원이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이 변호사가 억울함을 느낄 만도 하다. 자신보다 뒤져 있던 김영선 의원은 경선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또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경선에서 배제한 것이 공정한지도 의문이다.

“배타적 파벌주의 우려할 수준”

이 변호사는 “경선에서 배제된 후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말로는 외부 인사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면서 실제로는 기득권 유지에 집착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경기도 모 지역 시장의 경우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상태인데도 공천했어요. 또 경남 모 지역에서는 탈당한 사람을 다시 입당시켜 공천을 줬습니다. 한마디로 원칙이 없는 거죠. 제 경우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음해성 소문을 유포하는가 하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경선에서 배제했습니다. 공정 경선의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다시는 정치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썩은 정치판을 그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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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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