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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 기업가의 정도죠”

한국형 ‘엘 시스테마’ 후원하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 기업가의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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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 도구다. 하지만 신체 곳곳이 비틀어지는 장애의 특성상, 이들이 일반 휠체어를 이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추천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영락애니아의 집’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어린이 10명을 소개받은 뒤 이들 각각을 위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휠체어’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뼈가 튀어나오고 들어간 부분까지 일일이 살핀 뒤, 하나하나 틀을 떠 제작한 것이다.

“휠체어를 직접 만든 이유는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 금호석유화학의 제품이 휠체어를 만드는 데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보호장구제작 전문업체와 협력해 기존 휠체어보다 더 편안하고 안전한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일반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금세 힘들어하고 짜증을 내던 아이들이 새로운 휠체어를 탄 뒤부터 편안해한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쁘던지…. 이제 그들도 세상을 좀 더 친근하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참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매년 복지시설에 맞춤형 휠체어를 기증하고 있습니다.”

시설이 낡은 사회복지시설 창호를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는 ‘금호 휴그린’ 제품으로 바꿔주는 일도 꾸준히 한다. 박 회장은 “겨울에 찬바람만 안 들어와도 얼마나 따뜻해지냐. 창호를 바꾸면 결로나 소음 같은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된다”며 “‘우리가 만드는 화학제품으로 소외계층의 신체적·물리적 장애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게 금호석유화학 장애인 봉사 사업의 목표”라고 했다.

급여 끝전 모으기

“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익, 공동체와 나누는 것이 기업가의 정도죠”

영유아 및 미혼모 보호시설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어린이를 돌보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오른쪽)

시각장애인을 위한 흰지팡이 보급도 이 회사가 역점을 두는 분야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다녀온 사회복지시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시각장애인 보호 시설에 갔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아직 어린 시각 장애인을 한 명 만났는데, 평생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소리만으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들에게 흰지팡이는 세상에 나서기 위한 필수품이다. 도로교통법 제11조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도로를 보행할 때는 흰지팡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동법 제49조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흰색 지팡이를 가지고 걷고 있을 때에는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매년 흰지팡이 1000개와 점자유도블록, 점자판 등을 전국의 맹아학교 및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기증하는 이유다.



박 회장은 회사 차원의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봉사 참여도 독려한다. 2008년부터 사회공헌 활동 정도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포인트 시스템’도 시행 중이다. 직원이 사회 공헌 활동을 한 경우 한 시간당 1포인트씩 적립해주는 제도다. 특별히 어렵거나 가치 있는 활동을 했을 때는 2포인트를 적립한다. 이렇게 1년 동안 모은 포인트를 정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직원 1명은 연말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돼 1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2위부터 7위까지에 해당하는 우수 직원 6명에게도 각각 상금 50만 원씩이 주어진다. 이들 7명은 승진 심사 때도 가산점을 받는다. 2011년에는 ‘단체상’을 신설해 팀원 평균 포인트가 가장 높은 한 팀에게 포상금 2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나눔을 열심히 실천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거예요. 우리 직원들은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꾸준히 많은 일을 해왔거든요. 그걸 격려하는 차원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현재 전국 사업장별로 많은 직원이 사회복지기관 자원봉사, 소년소녀 가장 돕기, 탈북가정 지원, 헌혈 등의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1사 1산 1하천 환경개선 활동, 1사 1늪지 정화 활동, 지역 농산물 구매, 사랑의 김장 담그기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 활동 프로그램 참여자도 많습니다.”

박 회장은 이와 더불어 ‘급여 끝전 모으기 및 정액 기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1991년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직원들은 “작은 후원도 모이면 큰 도움이 된다”며 급여 중 1000원 미만의 끝전을 모아 성금으로 기탁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취지에 공감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이 운동은 점점 회사 전체로 확대됐고, 급여에서 매월 일정액씩 더 떼어 성금에 보태는 이들도 생겼다. 이제는 직원들이 1년간 돈을 모으면 연말에 회사가 같은 액수를 더해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하는 전통이 생겼다.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임직원 10여 명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아 끝전 모으기와 회사의 매칭그랜트(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에서도 후원금을 내는 제도)로 마련한 성금 2400만 원을 전달했다. 봉사활동도 했다. 회장과 직원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 일은 2010년 12월에도 있었다. 기업 창립 40주년을 맞은 날, 기념행사를 하는 대신 서울 구룡마을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초심(初心) 연탄’ 5000장을 전달하는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를 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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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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