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욱 회장이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사이클 종목 입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 베트남전 때 위기를 맞았다면서요.
“백마부대원으로 1969년부터 1971년까지 1년6개월 동안 복무했습니다. 무전병이었어요. 전투에 참가하면 다른 군인들은 자기 위치를 지키면 되지만, 저는 지휘관 가까이에 있으면서 적의 동태도 살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군보다 늘 50m 정도 앞에 있었죠. 그런데 전투에서 제일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이 통신병입니다. 통신병이 없으면 전체가 고립되니까요. 어느 날 전투 중에 적의 기습공격을 받았는데, 상대방이 저를 정조준해 쏘는 게 보였어요. 아, 이제 죽었구나 싶었는데 천만 다행으로 총알이 무전기 박스에 맞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앞으로의 삶은 덤이니 나보다 사회와 국가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MG테크는 어떤 회사인가요.
“일반 소비자는 우리 회사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겁니다. 명찰이나 이불, 한복 등에 실로 글씨나 그림을 새겨넣는 기계가 자수기인데, 저희는 컴퓨터 자수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출도 하고요. 미국,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에서 쇠고기를 수입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헬스장이나 사우나, 지하철 등에서 볼 수 있는 사물함도 만들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이라 가벼우면서도 튼튼해 반응이 좋습니다.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6000만 달러(약 690억 원)쯤 됩니다.”
▼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 때 전공이 정치외교였습니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데모도 했죠. 졸업 후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유신이 선포되면서 국회가 해산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됐죠. 작은 회사에 겨우 취직해 다니다 화신그룹에 스카우트돼 일본 전자제품과 공업용 재봉기를 수입 판매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8년쯤 지났을 때 화신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1980년 타의반 자의반으로 회사를 만들어 무역업에 종사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회사 이름을 ‘무궁화무역’이라고 지었는데, 무역을 하다보니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 하더군요. 그래서 2000년에 MG테크로 바꿨습니다. 처음엔 주로 독일 재봉기를 들여와 판매했습니다.”
후회 없는 의정생활
▼ 어려운 일도 많았겠군요.
“재봉기를 팔려면 섬유회사를 뚫어야 했습니다. 당시 섬유산업이 호황일 때라 수요가 많았거든요. 하루는 백양(現 BYC)에 물건을 팔러 갔는데 경비가 잡상인 취급을 하고 안 들여보내는 거예요. 그래도 담당자를 만나 설득을 해야겠다 싶어 경비원 몰래 담을 넘다가 잡히고 말았어요. 얻어맞았죠. 그런데 그 회사 사장님이 제가 맞는 걸 본 거예요. 전에 만난 일이 있어 기억을 하셨던 모양이에요. 경비실로 전화를 걸어 저를 데리고 오라고 하더군요. 코피를 흘리며 들어가서는 ‘기계 팔러 왔다’고 하니까 미안하다며 자기 회사뿐 아니라 쌍방울, 태창 등 다른 회사까지 소개해줬어요. 그때 큰 도움을 받았죠.”
그는 단지 외국 제품을 들여다 파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기술개발을 통해 직접 자수기를 제작했다. 그의 사무실 한 켠엔 자체 기술로 처음 생산된 1호 자수기가 전시돼 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