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수의 차림의 손석희 사진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지각인생’이라는 글이다. 그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 유학한 시절에 대해 쓴 수기다. 40대의 나이에 젊은 미국학생들과 경쟁하느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고백은 특히 수험생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의 미네소타 대학 석사학위 논문이 표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뚜렷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2013년 9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 중 표절 논란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굳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 내가 하나하나 나서서 대응해주는 것 자체가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웃음) 논문 표절 의혹은 대학 측에 좀 미안하긴 했다.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대학 사람들을 참 많이 괴롭히더라.”
지금 손석희에게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보수논객 변희재다. 그렇다면 변희재는 의혹을 제기할 만한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턱도 아닌 것을 갖고 무리한 주장을 펴는 것일까. 손석희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된 단락 중 두 단락을 표집해 의혹 제기의 정당성을 직접 검증해봤다.
손석희의 2000년 미네소타대 석사학위 논문 15페이지를 구해서 보니 아래와 같은 두 줄짜리 문장이 들어 있다.
Olson(1965) argues that people act collectively only when there are ‘selective incentives’ for them to do so:
손석희 논문의 위 문장은 파이어맨&갬슨(Fireman&Gamson)이 1977년 발표한 논문 5페이지의 아래 문장과 똑같다. 17개 단어가 한자도 틀리지 않는다. 단지 ‘selective’라는 단어에 붙은 문장부호, 연도 숫자(1965)의 위치, 맨 마지막 문장부호만 다를 뿐이다.
Olson argues that people act collectively only when there are “selective incentives” for them to do so (1965).
손석희 논문의 위 문장은 파이어맨&갬슨 논문의 위 문장을 그대로 베껴 쓴 것으로 보이는데 파이어맨&갬슨 논문을 인용했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손석희 논문 15~16페이지엔 위 문장에 바로 이어서 아래와 같은 다섯 줄짜리 문장이 있다. 위 문장에서 언급한 올슨(Olson)의 1965년 저술 151페이지 내용을 발췌해 소개하는 취지로 되어 있다.
Only a separate and ‘selective’ incentive will stimulate a rational individual in a (large) group to act in a group-oriented way… group action can be obtained only through an incentive that operates, not indiscriminately, like the collective good, upon the group as a whole, but rather selectively toward the individuals in the group. (p151)
오기와 생략 부분까지 베낀 듯
손석희 논문의 위 문장들 역시 파이어맨&갬슨 논문이 올슨 저술 내용을 발췌해 쓴 아래 문장과 똑같았다. ‘selective’ 단어의 문장부호가 다르고 발췌한 페이지 표기가 ‘(p151)’과 ‘(p. 151)’로 약간 다른 것을 빼면 두 논문의 해당 단락이 동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문장들 중간에 일부 내용을 생략한 부분(…)까지 똑같다.
Only a separate and “selective” incentive will stimulate a rational individual in a (large) group to act in a group-oriented way… group action can be obtained only through an incentive that operates, not indiscriminately, like the collective good, upon the group as a whole, but rather selectively toward the individuals in the group (p. 1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