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후보와 대책위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는 사람은 유승민(劉承旼) 여의도연구소장이다. 유소장은 누구보다 이후보가 신임하는 전략가.
대책위에서 여당의 공세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 이후보의 사생활과 관한 의문사항이 있으면 유소장에게 전하고, 유소장은 이후보에게 문의한 뒤 답을 얻어 대책위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후보와 대책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보의 법무특보인 김정훈 변호사도 이후보의 일상적인 자문에 응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준비에도 불구, 김대업씨의 고발로 시작된 여권의 공세는 대단한 파괴력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느끼는 부담은 병풍에 대응하는 당의 분위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8월7일, 재보궐선거 바로 전날, 이회창 후보는 아들 병역비리 의혹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하늘에 두고 맹세컨대 내 아내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불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이어서 “만약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불법이나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있다면 나는 대통령 후보는 물론 깨끗하게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가 꺼낼 수 있는 최강의 카드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안팎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후보가 저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믿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한 의원은 “이후보의 발언만큼 분명한 게 없지 않느냐. 이제부터는 민주당의 공격에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보 기자회견의 의미를 반대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대업씨의 폭로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과 이후보가 최강의 카드를 꺼내듦으로써 사태 확산을 막으려고 한다는 해석이 그것. 실제 병풍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을 보노라면 이번 ‘위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할 경우 대선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비장감이 묻어나고 있다.
8·8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보면 배수진을 치듯 과감하게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후보의 전략이 일단 주효했던 것 같다. 호남지역 두 곳을 제외한 11곳에서의 승리는 병풍에 맞서는 한나라당의 적극전술에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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