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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휴대전화 도청한다”

전직 기무사 고위관계자의 충격 증언

“기무사, 휴대전화 도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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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군내 특정인맥에 대한 A씨의 주장은 사실보다는 해석에 가깝다. 그렇긴 해도 군 안팎에서 이와 비슷한 얘기가 나돌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심지어 DJ 정부 초기 논란이 됐던 한 사조직에 관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영관급 장교는 “YS 시절 군을 주름잡았던 모 사조직 인맥이 노무현 정부 들어 호남세 약화를 틈타 다시 득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내 호남 인맥은 여전히 무시 못할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평이다. DJ 정부 5년 동안 심화된 지역편중현상이 하루아침에 해소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국방부만 해도 수뇌부는 여전히 호남 인맥이 장악하고 있다. 국방부에서 1급 이상 요직은 장관 포함해 6명. 그중 4명이 호남 출신이다. 갑종 172기인 조영길 국방부장관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 숭일고를 나왔다. 유보선(육사 24기) 차관은 서울, 성동고 출신이다.

전남 출신으로 인사를 총괄하는 오치운(육사 25기) 차관보는 광주일고를 나왔다. 박종기(육사 26기) 기획관리실장은 전남, 광주고 출신. 차영구(육사 26기) 정책실장 역시 전남 출신으로 서울 성동고를 나왔다. 최동진(육사 25기) 획득실장은 경북, 경주고 출신.

국방부 수뇌부와 더불어 호남 인맥의 아성으로 꼽히는 조직은 군 수사기관인 헌병. 지난 인사 때 한두 자리가 바뀌긴 했지만 합동조사단과 육군 헌병감실 및 중앙수사단 요직의 상당수를 호남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앙수사단에는 헌병 고위직 인사의 고향인 전남 모 지역 출신 준사관과 부사관이 몰려 있어 눈길을 끈다. 합동조사단 장교와 부사관들 중에도 유난히 호남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청와대 경비를 책임지는 33헌병대장, 인사 관련 요직인 육본 인사운영실 기행과장, 헌병 보직장교 등도 호남 출신이다.

기무사의 월권 시비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게 DJ 정부 때의 병무비리수사다. 군검찰에 따르면 기무사는 병무비리수사 초기 수사를 방해하거나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뒷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온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김대업씨에 대한 기무사의 ‘사찰’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병무비리수사 과정에 기무사가 병무비리의 온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죠?

“기무사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비리였습니다.”

-기무요원들의 병무비리 혐의가 드러나자 기무사가 군검찰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부산 기무부대 요원인 김아무개씨가 군검찰에 자수하려 하자 기무사령부에서 막은 사례도 있고요.

“잘못 알려진 겁니다. 우리는 김씨가 군검찰에 출두하는 걸 막은 적이 없습니다. 사건이 터지자 김씨는 도망갔다가 자수하러 나타났습니다. 기무부대 요원이 군검찰에 출두한다면 사령관한테 어떤 사유인지 사전에 보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출두하기 전 감찰과에 들러 조사에 대비한 교육을 받고 가라고 한 겁니다.”

-민간인으로 군검찰 수사에 참여한 김대업씨를 기무사가 사찰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민간인이지만 군 관련 일을 했으니 순수한 민간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또 김대업이 기무사가 병무비리의 몸통이라고 떠들고 다니니 우리로서는 그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던 거지요.”

-어쨌든 앞서 말한 군사기밀 유출이나 국가보안법 혐의도 아닌데 민간인을 뒷조사하는 건 기무사 권한을 벗어난 일 아닙니까.

“사실 기무사가 김대업을 내사한 거나 군검찰이 병무비리 전과자인 김대업을 수사에 참여시킨 거나 둘 다 불법입니다.”

불륜혐의 민간인을 대공수사실로

기무사가 김대업씨를 오랫동안 사찰(또는 내사)한 사실은 지난해 ‘신동아’ 취재로 밝혀졌다(2002년 7월호). 당시 ‘신동아’는 서울지검이 2001년 김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할 때 기무사에서 서울지검에 넘긴 김대업씨 관련 문서를 확보해 이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A4 용지 12쪽 분량인 이 문서엔 기무사가 파악한 김씨의 과거 행적과 범죄사실, 전과기록 등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기무사측은 고위관계자를 통해 “업무 협조 차원에서 서울지검에 김대업씨 관련 자료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선 “사찰이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 알아본 정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무사의 일부 요원들이 1999년 병무비리수사 과정에 김씨의 뒤를 캐고 다닌 것은 당시 병무청 관계자, 군의관 등의 군검찰 진술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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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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