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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풍(憲風)’, 정계개편 불씨 되나

與 보혁갈등 일촉즉발, 野 강경·소장파 내분, 충청권 ‘관변 신당’ 출현?

‘헌풍(憲風)’, 정계개편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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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풍(憲風)’, 정계개편 불씨 되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이후 한나라당 내에선 강경보수 그룹과 소장파 그룹간 알력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개혁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행사.

이와 관련해 안개모 결성이 여권을 분열에 이르게 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출현이 열린우리당 내부의 노선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출현에 대한 반작용으로 당내 개혁그룹들도 선명성을 드러내려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진보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안개모 출범에 대해 “집권 열린우리당이 창당 때부터 삐걱거린 것은 이념과 노선이 불분명한 세력이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종인 의원은 안개모를 “노무현 대통령의 등뒤에다 대고 총질하는 제2의 후단협”이라고 했고, 유시민 의원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유 의원은 며칠 뒤 의원총회에서 공개 사과를 했지만, 안개모 소속 의원들에게 면박을 당해야 했다.

문성근의 ‘분당 예언’ 가시화할까

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당 내부의 갈등 요인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실용적인 개혁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에 도전하기 위해 본격적인 세(勢) 확산을 도모할 공산도 크다. 전당대회와 관련된 힘겨루기를 시도한다면 ‘참여정치연구회’ 등 당내 개혁 그룹들과의 일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성향의 의원들이 섞여 있는 열린우리당내 노선투쟁은 이미 7개월 전 예고됐다. 4월 초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1등공신인 문성근 전 열린우리당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은 “열린우리당은 ‘잡탕’이며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다. (나중에는) 분당(分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직후 대표적 친노(親盧) 인사인 명계남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런 돌출 발언들은 평지풍파를 낳았지만, 여권 내부에선 일종의 ‘예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면에서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결정과 안개모 출범 등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당내 분열을 떠올리는 이가 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파장 셋] ‘관습 이데올로기’로 재무장한 강경 보수주의

광복 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한국 보수세력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반공’이었다. 여기에 성장주의, 자유주의, 개발독재 등 부가적인 이데올로기가 가미돼 50년 가량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3대 문민화 정권을 거치며 민주화세력 또는 사회시민운동세력이 주도층으로 떠오르면서 지배 이데올로기도 개혁주의 또는 진보주의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 속에서 보수진영은 존재의 근거가 되는 자체 이데올로기의 진화과정을 겪지 못하고 정체상태로 빠져들었다.

한동안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논거를 발견하지 못하던 보수세력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관습헌법’에서 하나의 해답을 발견한다.

관습헌법론은 이데올로기적 갈증을 겪고 있던 보수진영에 한 줄기 소나기였다. 한 이데올로기 연구가는 “관습은 옛날부터 내려온 습성이자 관행, 한마디로 ‘과거’인데, 헌재가 이번에 관습론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평가를 함으로써 과거에 기대는 보수진영이 큰 힘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즉 헌재의 관습론이 특히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이념적 갈증과 철학적 빈곤을 해소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헌재가 제시한 관습헌법론을 개혁과 변화에 대한 거부의 논리로 해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대한민국은 이렇지 않았는데…”라는 논리구조다. 헌재의 결정은 반공, 성장주의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기폭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선 수도이전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강경 보수세력이 헤게모니를 잡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가능성 셋] 한나라당의 분화

강경 보수세력이 득세하면 개혁적 보수 또는 중도적 보수주의자들은 자연히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특히 한나라당을 합리적 보수주의의 산실로 만들고자 했던 중도 보수주의자들은 한나라당을 일탈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수도이전 논란에 관습론을 동원한 헌재의 결정은 한나라당에게는 약이자 독이다. 여권을 공격할 무기이자 내부 분열을 부추기는 도구라는 점에서 ‘양날의 칼’인 것이다.

당초 한나라당 안의 개혁적 또는 중도적 보수주의자들은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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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민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minski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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