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대는 저마다 신(절대자) 앞에 직접 선다.”
이처럼 ‘유겐트리베 독일’에 대한 사랑의 노래를 불러오는 동안 어느덧 저도 머리가 벗어져가는 노인이 돼버렸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 날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예순을 훨씬 넘긴 뒤에도 피셔 디스카우가 계속 첫사랑과 ‘젊음의 시름(Junges Leiden)’을 노래한 슈만, 슈베르트의 리트를 부르고, 그걸 60~70대의 노인들이 콘서트홀에 가 앉아서 듣는 것이 독일 문화의 일상이요, 그것이 또한 독일적 젊음의 원천이라고 어느 외국의 관찰자가 쓴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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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70이 넘어서도 아직껏 철없는 유겐트리베 독일에 대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저도 어느새 어지간히 ‘독일화(獨逸化)’한 듯도 싶습니다. 그러나 독일에 대한 제 사랑은 다분히 일방적인 ‘짝사랑’에 불과했고, 그것을 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독일대사로 한국에 온 미햐엘이 그러한 제 초라한 모습을 측은하게 생각했는지 이번에 독일연방공화국 쾰러 대통령께 알려서 이런 과분한 훈장을 타게 됐으니 기쁘고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하겠습니까. 늙었지만 짝사랑한 신세는 면한 기운으로 앞으로도 계속 좋지 않은 목소리로라도 독일을 위한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밖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