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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후 야권 新기상도

혼돈 속 도토리 키재기… ‘민주당版 박근혜’가 오래 웃는다

4·9 총선 후 야권 新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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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후  야권 新기상도

4월9일 밤 정동영 후보가 낙선이 확실시되자 “당에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왼쪽). 손학규 대표는 10일 오전 비장한 표정으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심위원들은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에 개입할 여지를 막는 데 주력했다. 범죄 전력자 공천 배제라는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도 박지원, 김홍업 등 DJ 직계를 낙천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공심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결국 호남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만약 김홍업과 박지원 두 사람에게 공천장이 돌아갔다면 DJ 시대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총 81석을 얻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와 경북, 울산을 제외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충청·제주, 부산·경남 등 호남 외에도 전국 13개 시도에서 고르게 당선자를 냈다. 그러나 지역 편중은 여전해 호남이 전체 의석의 과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의석 분포 때문에 차기 당권의 향배를 둘러싸고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하나는 견고한 지지기반을 다진 뒤에 지지세 확산에 나서야 한다는 현실론이고, 다른 하나는 호남 고립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호남 출신 당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명분론이다. 전자는 정세균 의원이나 박상천 대표, 김효석 의원 등 호남 출신 당권 예비주자에게 유리하고, 후자는 문희상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 강금실 최고위원 등 비호남 출신 당권 주자에게 유리한 논리다.

민주당 당원과 대의원들이 어떤 논리에 힘을 실어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의 한 실무당직자는 “우리 당은 총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과 구 민주당이 당대 당 통합을 통해 급조됐기 때문에 하부단위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며 “이번 전대 준비과정을 통해 당원과 대의원이 확정되면 당내 여론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야당 대표는 차기주자 보증수표



총선 직후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한 손학규 대표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멀리 내다보고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당에 뿌리를 견고히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 전문가는 “손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려는 후보군보다 스스로 한 체급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 아니겠느냐”며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본격적으로 차기 행보를 하려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손 대표가 전대 이후에도 마냥 손 놓고 물러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내년 하반기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재보선이 있게 되면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위 인사는 “만약 이번 전대에 나선다면 당 구석 구석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판단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손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 등을 통해 측근 인사를 10명 이상 당선시켰다는 점에서 언제든 컴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뒀다는 평가다.

가장 답답한 시간을 보내게 된 이는 정동영 전 후보다.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거푸 낙선의 쓴맛을 본 그는 한동안 외국에 체류할 예정이다. 정 전 후보의 한 측근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안 나왔지만, 해외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전 후보 역시 재보선 등을 통해 정치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의 패배로 차기에 대한 꿈마저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내 유력 차기주자인 손학규, 정동영 두 사람이 자의반 타의반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관심은 두 사람의 공백을 누가 메울지에 모아진다. 차기 당 대표는 2년 동안 당을 이끌며 재보선은 물론 2010년 지방선거까지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04년 총선 직전 당 대표를 맡은 뒤 탄핵 후폭풍을 뚫고 120석을 만들어낸 뒤 다시 당 대표에 당선돼 재보선 연승행진을 이끌어내며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 역시 앞으로 어떻게 당을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차기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여당 정치인의 경우 입각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여럿 있지만, 야당의 경우는 여당에 비해 제한적”이라며 “야당에서 당권을 잡는 것은 여러 모로 차기주자로 성장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누구든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등극하면 차기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은 갖추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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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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