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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명 코스모스를 찾아라’

대통령 의전 숨은 2인치

‘코드명 코스모스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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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명 코스모스를 찾아라’

8월6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

의전은 서열

의전의 기준 및 절차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열(rank)이라고 할 수 있다. 의전행사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참석자들 간에 서열을 지키는 것이다. 서열을 무시하는 것은 해당 인사뿐만 아니라 그 인사가 대표하는 국가나 조직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 대사들은 사적인 파티에서도 자신의 지위보다 낮은 좌석배치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항의하고, 퇴장도 불사하는 것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들의 서열은 주재국에 부임, 신임장을 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의 우방이라고 해서 미국대사를 의전상 우대하는 자세는 자칫 여타 참석 국가 대표들에게 큰 결례를 범하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개막식 당시 일본 총리와 황족 내외, 7개국 10명의 정상급 인사가 한국을 찾았다. 개막식에서 로열박스의 배치부터 대통령 주최 청와대 간담회 등 일정시 이들의 서열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의전 담당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됐다. 특히 일본 총리와 황족 간의 의전 서열, 국제축구연맹(FIFA) 인사들에 대한 서열을 어떻게 매기느냐가 중요했다.

의전 담당자들은 우선 국가원수, 그 다음 행정수반 순으로 하되, 동급인 경우 영어 국명의 알파벳순으로 정했다. 이는 통상 다자간 국제회의에서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의전상 황족이 총리를 앞서기 때문에 로열박스 내의 좌석 배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청와대 의전담당자, 일본과 FIFA 측 담당자들과 협의를 거쳐 오른쪽부터 고이즈미 총리-김대중 대통령-이희호 여사-FIFA 회장-일본 황족-황족 부인 순으로 자리를 정했다. 일본 총리와 황족을 떨어져 앉도록 해서 의전 서열의 민감성을 줄이면서 FIFA의 위신도 살린 것이다.

모든 국가가 1국 1표제를 행사하는 유엔 총회의 경우 매년 추첨으로 1개국을 선정, 그 나라를 시작으로 알파벳순으로 좌석을 배정한다. 따라서 유엔에서 각국별 좌석은 해마다 바뀐다. 우리나라는 영어명이 ‘Republic of Korea’이므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좌측에는 Qatar(카타르)가, 우측에는 Rumania(루마니아)가 늘 위치한다.



국내행사 때 공직자 간의 서열도 민감한 문제다. 공직자의 경우 국가별로 헌법, 정부조직법 등 서열 법령에 따른 직위순서를 예우기준으로 삼는다. 공직자와 민간인이 섞여 있을 때는 고위직 공직자를 우선하고, 민간인은 사회적 저명도, 나이, 주최자와의 친밀도 등을 감안하여 서열을 정한다. 다만 외국인이나 여성은 내국인과 남성보다 우선적으로 배려하는데, 외국인은 보통 자국 대사나 고위 관리와 민간인 사이에, 그리고 공직이 없는 여성은 남편의 지위에 따라 서열이 정해진다.

서열관계를 명확히 정하는 기준이 없는 경우에는 역학관계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과거 정부의 예를 보면 외교부, 국방부 등 안보관련 부서 장관과 차관급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간의 좌석배치에서 전자가 항상 먼저였다. 그러나 경제부처의 경우에는 차관급인 경제수석이 경제정책조정회의 등 경제관련 회의 때 장관들보다 상위 예우를 받았다. 안보부처 장관의 경우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가능해 청와대 수석이라는 중간 단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반면, 경제부처의 경우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부처 장관보다 대통령에 대한 접근이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권력자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힘이 실린다는 평범한 진리가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오른쪽이 상석

또 하나의 기본적 의전 기준은 오른쪽(Right)이 상석이라는 점이다. 문화적으로, 종교적으로 왼쪽을 불경 또는 불결하게 여겨온 전통의 소산이 오른쪽 상석의 원칙으로 발전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주빈의 경우 손님에게 상석인 오른쪽을 양보한다. 정상회담 때 방문국 정상에게 상석인 오른쪽을 양보하며, 같은 원리로 다자 정상회의 때 정상회담을 자기 숙소에서 주최하는 측이 상대 정상에게 상석을 양보한다.

다만, 국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은 국기에 대해 상석을 절대 양보하지 않는 관행이 있다. 국가의 정상은 유한한 인간이지만,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는 영원하므로 상석을 타 국가에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등은 이런 논란을 사전에 배제하기 위해 양측에 자국과 상대국의 국기를 함께 배치하는 실용성을 보이기도 한다.

오른쪽이 상석이라는 관념은 서양에서 불문율처럼 돼 있다. 따라서 여성과 데이트할 때도 여성을 오른쪽에 두고 걷는 것이 신사의 도리라고 여긴다. 다만, 대통령 등 최고위직의 경우는 여성보다 상석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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