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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비밀 보고서

민간로켓 기술 활용해 對北 정밀타격 능력 강화 … MD 참여로 미국 설득

MB정부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비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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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딜, 그 가능성과 위험성

이러한 미국 측의 우려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최근 정부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아이디어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와의 연계다. 한국이 MD체계에 일정부분 참여하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인정받는 일종의 ‘패키지딜(package deal)’인 셈. 미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의 방어까지 포괄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MD 대신 동북아 지역에 국한된 방어체제라면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반대할 명분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게 그 주요 근거다.

전임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지역 차원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중시하면서 동북아와 유럽, 중동 등 지역적 특성에 맞게 단계적으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른바 ‘맞춤형 지역 MD’의 강화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은 지난해 12월 한미 외교·국방 국장급 워싱턴회의에서 맞춤형 지역 MD 개념을 설명하는가 하면, 국방부와 국무부를 통해서도 한국 정부에 동참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이클 시퍼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3월6일자 ‘동아일보’ 기고문을 통해 이를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MD 참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미일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면서 미일 간 MD 공동구축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한국의 MD 참여를 동맹 강화의 중요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힘을 얻는 추세다. 일단은 북한이나 주변국의 미사일 전력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뿐더러, ‘안보 무임승차’에 대한 미국 측의 불만 어린 시선도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 구축함의 관련 체계를 일부 업그레이드하면 맞춤형 MD의 핵심인 SM3 요격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이전에 비해 상당부분 줄었다는 점도 핵심 논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유럽에서 MD 추진이 러시아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것에서 알 수 있듯, MD 문제는 경제적 비용 문제보다는 국제정치 이슈로서의 성격이 훨씬 크다. 이와 관련한 한국의 행보를 지켜보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시선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것.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석상에서도 MD 참여 문제가 집중적으로 토론된 바 있지만 참석자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려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이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노선에 불만스러워하는 현재 상황은 MD 참여가 현실화할 경우의 파장을 가늠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과 MD 참여가 맞교환 형식으로 동시에 진행된다면 반발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큰 뜻’ 정해졌다면

사거리 연장 미사일의 개발이 본격화할 때 예상되는 또 다른 후폭풍으로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문제가 있다. 2001년 미사일지침이 개정된 직후 한국은 역시 사거리를 300㎞로 제한하는 이 체제에 가입한 바 있다. MTCR이 미사일 기술의 자발적 수출 통제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구속력이 약한 편이기는 하지만, 우주개발을 위해 선진국으로부터 민간로켓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의미가 적지 않다. 탄도미사일의 독자적 사거리 연장이 궤도에 오르면 최악의 경우 MTCR 탈퇴가 불가피하고 나로호 발사 등을 위한 기술교류 역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우려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들은 문제의 비밀 보고서를 포함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슈는 논리개발과 비용분석, 로드맵 도출 등의 도상계획일 뿐 구체적인 기술개발 작업에 착수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아직까지는 정치적 의미와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앞서 설명한 변 전 청장의 국회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방사청은 언론에 “기초적 자원의 자료수집 등을 가리킨 것이 체계 개발 등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북한과 주변국에 정밀타격 능력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북핵 문제 등 관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술적 카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게 정부 측 인사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한미 미사일 지침은 시제품의 제작과 발사실험 단계부터 적용될 뿐 기술개발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다시 말해 지침 개정 없이도 사거리 연장을 위한 연구개발 작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독자적인 사거리 연장 계획이 이명박 정부가 그간 공언해온 ‘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력 확보’ 방침과는 사뭇 괴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까지는 여전히 큰 결심이 필요하겠지만, 지난해의 비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큰 뜻’이 무엇인지는 확인된 셈이다. 이 문서가 두고두고 동북아 국제정치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동아 201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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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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