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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발전 딜레마에 빠진 한국 외교

북미 뉴욕회담 그 후

북미관계 발전 딜레마에 빠진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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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北 개방 조건으로 북미관계 지원

캠프 데이비드 협상을 이끌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1994년 미국과 북한 간 기본합의서 체결의 계기를 마련했던 카터는 2011년 북미 직접회담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직접대화가 재개된 이후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때 밝힌 단체인 ‘세계정치원로그룹(The Elders)’은 북미대화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화 재개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 기여도에 자부심을 담은 성명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계관은 북미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베이징에 머물면서 중국 외교부를 찾았다. 8월3일 밤 중국 외교부 청사를 찾아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 부부장을 만나 북미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아울러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도 만났다. 김계관이 비교적 정중하게 중국 외교부와 협의하는 모습은 북미대화 성사 과정에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한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011년 1월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열고 41개항에 합의했는데,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실질적인 남북대화의 필요성 △북한의 추가도발 억제 등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해 대화공세를 전개했다. 2011년 초 북한의 대화공세 입장을 북미정상회담 의제와 연결해 볼 때, 북한은 중국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북대화 재개와 관련해 북측 입장을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필자가 만난 한 중국 전문가의 전언에 의하면, 중국은 연평도 도발 직후 긴장된 국면에서 북한이 상황을 악화하지 않을 경우 북미관계 개선을 주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은 현재 북한에 대한 새로운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황금평, 나진선봉지역, 청진지역 등에 산업인프라를 건설하는 협력을 구상하고 추진하고 있다.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 경제에 대해 수혈(輸血)하는 지원보다, 조혈(造血)기능을 회복시키는 경제지원 정책”을 적극 고려 중이라고 한다. 아울러 북한 경제의 조혈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1980년대 초 중국이 개혁·개방을 할 수 있었던 역사적 조건의 하나는 ‘중미관계 정상화’였다는 경험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차승인 완성’으로 가는 길목

한반도문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양자대화, 다자대화를 지켜봐온 입장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과도체제’ 간의 일회적 직접대화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2011년에 진행되는 북한, 미국, 중국의 외교적 동향들은 북미관계 발전에 대한 북한요구를 수용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북미공동코뮤니케’를 내세워 오바마 민주당 정부를 압박하면서 미국이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남북대화에 대한 관심,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9·19합의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도, 북미관계 발전에 경험이 풍부한 셔먼을 정무담당 차관으로 임명했고, 2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복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웬디 셔먼과 김계관의 전면 등장도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의지를 억제하고,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정치적 조건으로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련국들의 동향과 흐름을 지켜보면서 교차승인을 완성하기 위한 행마(行馬)가 새로운 각도에서 시도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교차승인이란 ‘냉전시대 미수교국이었던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하고, 북한이 미국, 일본과 수교하는 문제해결방식’을 말한다. 물론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6자회담의 9·19합의과정에서 논의됐던 방식이다.

한국은 두 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한반도 정세, 북핵문제 해결, 남북관계 발전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를 판단해야 할 중대한 국면에 놓여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정부는 북미관계 발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핵을 보유한 북한이 남북관계 발전, 북핵문제를 우회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태도를 지지할 수도 없다. 한국 외교는 단기적으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북미관계 발전 속도와 내용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아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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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bsj@mn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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