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신동아 창간 80주년 특집 ‘국민이 원하는 국회의원’ 여론조사의 함의

기성 질서 비판하고 색깔 분명한 인물 원해

신동아 창간 80주년 특집 ‘국민이 원하는 국회의원’ 여론조사의 함의

3/3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끝내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불안한’ 친이계에 의존하기보다는 힘이 들더라도 자력으로 당을 관리하고 선거를 관리하겠다면서 홍준표를 선택했다. “부담도 성과도 모두 박근혜에게로”라는 선택을 설명하는 데에는 2008년 공천학살의 트라우마 말고 달리 다른 길이 없다. 이 문제는 박근혜와 친박계가 총선과 대선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심리적 임계점이다. 2012 대장정의 본격적 출발점이 ‘총선 공천’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2년이 1996년과 다른 또 다른 요소는 물갈이를 일괄공정 식으로 기획, 집행, 지원할 강력한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천심사위원회가 됐건 당대표, 사무총장, 여의도연구소장이 됐건 지금의 한나라당에서 그런 능력을 발휘할 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강력한 추진 주체도 없고 대통령이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확고하고도 강력한 의지도 없는 상태에서 위기의식만 높다고 물갈이가 될 것인가? 혼란스러운 교체는 있을지 몰라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물갈이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1996년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는 물갈이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은 강력한 기획집단이 목적의식적으로 주도한 1996년 사례보다는 27명의 현역 의원이 이심전심으로 불출마선언을 함으로써 거스를 수 없는 물갈이 흐름을 만들어낸 2004년의 한나라당 사례에 더 가깝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는 “공천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기준과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발언함으로써 인위적 물갈이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점을 천명했다. 1996년 모델의 적용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 2004년 사례뿐이다.



2004년 불출마 도미노의 배경에는 한나라당이 느낀 심각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세게 분 탄핵역풍 앞에 풍전등화의 꼴이 된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지도자들부터 몸을 던져야 한다는 절박하고도 처절한 결단과 헌신이 불출마 도미노의 힘이었다. 2012년의 민심은 2004년의 민심 못지않게 사나울 것이다.

한나라당 처지 또한 2004년 못지않게 고단하다. 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의 불출마 도미노가 더 큰 규모와 속도로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도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성냥불인가 촛불인가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누군가를 태우는 성냥불이 아니라 스스로 타는 촛불로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의 불출마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지만 그런 원 의원도 자신의 불출마가 반향을 일으켜 자발적인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지는 것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공명과 공감 속에서 순리에 따르는 불출마 도미노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불출마는 불출마를 부를 것이고 명분을 세운 불출마는 그 명분에 합당한 더 좋은 새로운 인물의 부상을 불러올 것이다. 죽고 죽이는 공천학살이 아니라 서로 살려주는 상생의 공천혁명이 불출마 도미노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도, 박근혜에 대항하는 여야의 차기 도전자들도 물갈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이야말로 물갈이의 본질인 권력투쟁의 최종 귀착점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물갈이를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대세로 만들어갈 것인가. 바로 여기에 대선주자들의 1차 승부가 걸려 있다.

신동아 2011년 9월호

3/3
고성국|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bdm65@daum.net
목록 닫기

신동아 창간 80주년 특집 ‘국민이 원하는 국회의원’ 여론조사의 함의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