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임원과 사돈관계
서울시가 상암동 시유지를 롯데쇼핑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특혜 시비도 제기된다. 특혜 시비의 얼개는 이렇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롯데 측 임원은 사돈관계다.
△박 시장은 친분이 있는 건축가 승효상 씨를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서울시가 상암동 상업용 시유지를 롯데 측에 매각했다.
△롯데 측은 이 땅의 설계용역을 승씨의 회사에 줬다.
△서울시는 시유지 매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매각 방식에도 의문이 나온다.
이 논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 시장의 외아들 주신 씨는 2013년 5월 롯데호텔 이사의 딸과 결혼했다. 박 시장과 이 롯데 측 이사가 사돈이 된 것이다.
박 시장은 2011년 자신과 친분이 있는 승효상 이로재(건축설계사무소) 대표를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승씨는 언론에 “박 시장과는 그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박 시장이 관여한 단체에서 강의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승씨가 위원장이 된 후 “서울의 건축 관련 정책을 자문 심의하는 건축정책위원회의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2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 쇼핑몰 같은 상업시설을 유치해 이곳을 서북권 부도심으로 활성화하겠다며 상업위락·상업업무용지인 시유지 4필지 2만7856㎡를 매각하기로 했다. 2013년 4월 롯데쇼핑은 이 가운데 상업업무용지 3필지 2만644.1㎡를 낙찰받았다. 3필지의 낙찰가는 각각 626억600만 원, 567억1900만 원, 778억4900만 원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온비드)의 경쟁 입찰로 진행됐는데 롯데쇼핑과 다른 업체 한 곳이 참여한 결과 롯데쇼핑이 수주했다. 롯데쇼핑과 경쟁한 업체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롯데쇼핑은 이 3필지의 통합설계용역을 승씨 측 이로재에 맡겼다.
이와 관련해 이노근 의원은 “건축정책 관련 시정(市政)을 심의하는 기구의 책임자가 자신과 관련된 회사를 통해 시유지 매입 기업으로부터 해당 땅의 설계용역을 받은 것이다. 이는 이해상충에 해당하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서울시 공무원 E씨는 “승씨 측은 대규모 설계를 해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이 그런 승씨 측을 선택하자 여러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서울시는 모든 결재 문서를 서울 정보소통광장(http://opengov.seoul.go.kr)에 공개한다. 국장급 이상 간부 결재 문서 5만 건을 공개한 데 이어 과장급 결재 문서로까지 공개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정보소통광장의 해당 시유지 매각 관련 문서(DMC 사업용지(B3, I3.I4.I5)에 대한 공급신청(입찰) 결과 및 낙찰자 결정 보고)는 ‘비공개 문서’로 분류해놓았다. 일부 인사들은 “왜 이 문서를 비공개 문서로 처리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한다.
‘롯데 용역비’ 공개 안 해
시유지는 대개 두 가지 방식으로 매각된다고 한다. 첫째는 민간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아 심의한 뒤 낙찰하는 제안서 공모방식이고, 둘째는 사업계획서 심의 없이 최고가로 낙찰하는 최고가 공모 방식이다. E씨는 “상암동 시유지는 서북부 부도심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도시계획상 중요한 땅이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사업계획서를 받지 않는 최고가 공모 방식으로 매각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E씨는 “많은 논란에도 서울시는 잠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임시 사용을 허가했다. 이후 이 빌딩에서 계속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롯데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승효상 씨는 당시 모 언론사 기자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조기 개장에 대해 우려하는 질문을 하자 “안전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고…싱크홀(땅이 가라앉아 생긴 구덩이)과 석촌호수 수위 저하도 제2롯데월드와 연결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롯데가 서울시로부터 땅을 낙찰받고, 업무 관련성이 있는 시 고위직 인사인 승씨가 롯데로부터 그 땅의 설계용역을 수주한 데 대해 승씨는 “나는 롯데와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왔다. 용역을 받은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낙찰 과정의 의혹도 낭설이다. 당시 그 필지는 안 팔리는 땅이었다”고 했다.
롯데쇼핑 측은 이 논란에 대해 “2013년에 5월 모 종합건축회사와 이로재의 설계 아이디어를 검토한 후 이로재로 선정했다. 이로재는 콘셉트 및 건축 파트를 맡는다. 이로재 선정은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사업은 롯데쇼핑이 진행하는 사안으로, 박원순 시장과 롯데호텔 임원의 사돈관계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승씨 측이 롯데쇼핑으로부터 설계용역비로 얼마를 받았는지에 대해 승씨 측과 롯데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간회사인 롯데와 이로재 간 거래이긴 하지만, 이로재의 대표인 승씨는 롯데의 시유지 매입 업무와 무관하지 않은 시 고위직 인사다. 따라서 승씨는 롯데쇼핑으로부터 받은 용역비 및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씨가 박 시장에 의해 해당 공직에 발탁됐으므로 서울시도 롯데에 시유지를 매각한 과정을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일이 대꾸하면….”
기자는 ‘코드 인사’ ‘부인의 공관 작업 개입’ ‘박 시장-승효상 씨-롯데’ 논란에 대한 박 시장 및 서울시의 설명을 듣기 위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담은 질의서를 서울시 홍보 라인에 보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였다. 시 홍보 담당자는 질의 내용에 대해 “부담스러운 이슈들”이라며 “세간에 떠도는 말들에 일일이 대꾸하면…”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박 시장에게 질의 내용을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이 담당자는 “비서실로 전달했다. 비서실에서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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