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버티기에 ‘닥치고 보수 대통합’ 못해
1인 장외투쟁 先방어, 친한계 징계 後공격
내년 2월 26일 이후 張 사퇴, 원내대표가 겸임
6·3선거 거치며 국민의힘 차기 주자 대거 급부상
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장관 재부상 가능성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인사들. 장동혁 대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추경호 대구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유의동 의원,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뉴시스, 뉴스1
대부분의 정당이 선거 패배 후 따르는 재건 루틴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이런 통상적 경로를 거부하고 있다. 누구보다 당대표가 사퇴할 생각이 없다. 특이한 경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패배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선거 직후 ‘이 정도면 잘 싸운 것 아니냐’고 버티더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지고 항의 집회가 시작되자 그쪽으로 냉큼 올라탔다. 최근에는 당무보다는 단독으로 전국의 시위 현장을 떠도는 나그네 1인 장외투쟁에 더 열심이다. 그러더니 사퇴를 요구한 이들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해당(害黨) 행위를 한다는 명분을 내걸어 중앙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를 거쳐 영구 제명할 태세다.
1인 장외투쟁으로 선(先) 방어 후 징계 겁박으로 후(後) 공격, 결국 사퇴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다. 목표는 분명하다. 1년 정도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이다. 혹시 사퇴하더라도 연임 도전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하에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속셈이다. 연임 도전에 유리한 사퇴 시점은 임기가 6개월 이내로 남았을 때다. 그래야 남은 임기를 소화할 대표를 뽑지 못한다.
장동혁, 임기 6개월 이내로 남기고 사퇴 가능성
국민의힘 당헌 26조 3항 2호의 규정 내용은 이렇다. “궐위된 당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에는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다시 선출된 당대표를 지명하여야 한다.”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 사퇴하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대표를 선출해야만 한다. 새 대표 역시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나서면, 장 대표 본인의 연임 도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장 대표는 그 여지를 허용하지 않을 전망이다.내년 2월 26일까지 버티다 사퇴하면 남은 임기는 6개월 이내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대표를 겸임하는 상태에서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 원내대표가 최근 장 대표 거취 문제의 해결 시점으로 내년 2월을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이런 로드맵은 장 대표의 로드맵이기도 하지만 친윤계 또는 ‘언더찐윤’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로드맵일 가능성이 높다.
정리하면 이렇다. 장동혁 대표가 끝까지 버티면서 대표직을 수행한다. 장 대표 체제하에서 친한계와 비윤계를 정리한다. 친한계는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선거를 지원한 사실을 근거로 해당 행위로 몰아 제명 처리한다. 대표 사퇴를 주장한 비윤계는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흔들었다는 이유를 내세워 역시 해당 행위로 몰아 제명 처리한다. 그런 방식으로 친윤계 순혈주의를 강화하면서 차기 총선에서 공천할 수 있는 여분의 지역구도 확보한다. 친윤계와 언더찐윤이 그릴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장 대표는 연임을 희망한다. 2028년 4월 총선 때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그때 친장(동혁)계 국회의원을 대거 배출하면, 2030년 차기 대선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게 가능하다. 국민의힘 내 대표적 대권주자로 성장하는 최선의 경로다. 친윤계 특히 ‘언더찐윤’들이 그것까지 허용할까.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바지 사장으로 선출했던 인물을 오너로 모셔야 하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대표, 국민의힘 복당도 변수
국민의힘은 무엇보다 장동혁을 전면에 내세워 2028년 총선 승리가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더 나아가 장동혁으로 차기 대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지도 계산해 봐야 한다. 그 결과 ‘아니다’라는 답이 나오면, 어느 시점에서는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친윤계와 언더찐윤이 잠정적으로 장동혁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그 판단을 내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릴 시점을 잠정적으로 내년 2월 말 정도로 설정한 뒤, 그때까지 차기 대권주자로 밀 사람 또는 차기 대표를 맡을 바지 사장을 찾겠다는 의도인 셈이다.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내 주자는 장 대표 외에도 넘쳐난다. 2025년 6월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의외의 득표력을 보여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번 6·3지방선거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오세훈 서울시장, 보수 텃밭에서 강적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혈투를 벌인 끝에 살아남은 추경호 대구시장, 그 외에도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의원 등이다. 여기에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유의동 의원, 그리고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초접전 끝에 살아남은 박완수 경남지사 등까지 포함하면 과거 ‘9룡 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명을 당해 국민의힘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한동훈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빠뜨릴 수 없다. 장동혁 지도부 체제가 유지되는 기간에는 한 의원 복당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퇴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대표 또는 비대위원장을 겸할 정점식 원내대표 체제하에서는 복당을 허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개혁신당과 합당까지 추진하면 이준석 대표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뀐다. 물론 그즈음에는 새로운 당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탈당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홍준표 전 대표의 복당도 변수다. 2025년 21대 대선 때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도 탈락했지만, 2017년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 24.03%를 득표해 2위를 기록했다. 그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1.41%를 득표했고,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6.76%를 득표했다. 보수 대분열이 없었더라면, 홍 전 지사가 당선할 수도 있었다. 보수 대통합 흐름 속에 국민의힘 복당이 허용될 경우, 그 또한 차기 대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친윤계 기피 1호 인물이라서 복당이 힘들어 보이긴 한다.
장 대표가 내년 2월 말에 사퇴한 뒤 한동훈 의원 복당과 개혁신당과 합당이 신속하게 진행되면 두 사람 모두 차기 전당대회 대표 출마도 가능해진다. 두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대표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중도보수 지향의 혁신 드라이브를 걸 것이 분명하다. 절윤을 선언하고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윤계 특히 언더찐윤 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그들로서는 내키지 않는 길이다. 그래서 결단이 필요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면 그런 극적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일련의 빌드업 과정도 필요로 한다. 친윤계 계급장을 떼고 윤어게인 행보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하면서 한동훈 의원이나 이준석 대표하고도 관계를 개선하는 길이다. 친윤계 중심의 국회의원 연구 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 6월 16일 한동훈 의원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은 그 시작으로 의미가 크다. 이 포럼은 6월 24일 오세훈 서울시장 초청 강연도 진행했다. 한 의원은 언더찐윤 일원으로 알려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인 국회 연구 모임 ‘글로벌 외교안보포럼’에도 가입했다.
친한계와 비윤계, 징계로 완전 청산?
나경원 의원은 7월 7일 중앙일보 정치 토크쇼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 출연해 이렇게 장동혁 대표를 비판했다. “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 투표함 개표소를 혼자만 찾나? 혼자서만 하는 게 어떻게 리더인가?” 또 다른 언더찐윤 정점식 원내대표는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의 징계 추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 징계 수위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징계 절차 개시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신중해야 된다. 당의 기강 확립은 결국은 징계를 통해서 확립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정 원내대표가 장 대표 거취 여부를 내년 2월까지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면에는 언더찐윤 사이에서 ‘달래서 내보내기’로 합의가 이뤄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머릿속이 지금 복잡할 것이다. 첫째, 장동혁으로 끝까지 갈 것인가. 둘째, 한동훈으로 갈아탈 것인가. 셋째, 오세훈-한동훈-이준석을 엮되 분할통치를 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당내 주도권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가. 최근 움직임으로 봐서는 셋째 대안을 차선의 시나리오로 지향해 나가는 듯하다. 그나마 본인들에게 유리하고 안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장 대표가 친한계와 비윤계를 징계로 완전 청산하는 방식은 이해득실 관점에서 가장 유리하다. 그래서 최선의 시나리오지만 극단적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완전히 윤어게인당으로 복귀함에 따른 여론의 역풍도 감내해야 한다. 더 결정적으로는 장 대표에게 당을 헌납해야 한다. 그를 주군으로 모시고 차기 대선까지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이제까지 누렸던 당내 주도권도 장 대표에게 내줘야 한다. 그러고도 차기 총선과 대선 때 패배한다면 최악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 가운데 누군가를 차기 대표로 내세워 대권주자로 키우는 방안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범주에 속한 인물로는 일단 지난 대선 당시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원내대표로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인 정점식 원내대표도 잠재적 후보다. 추경호 대구시장도 잠재적 후보지만 또다시 대구시장직을 중간에 비워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그런 점에서 차기 대표는 또 다른 ‘바지 사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좀 더 높다. 관리형 대표를 앞세워 앞서 언급한 ‘오-한-석 분할통치’를 유지해 가는 방식이다. 연성의 관리형 대표라면 2028년 총선 공천권도 짬짜미가 가능하다.
이런저런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지지율’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인물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한때 배신자라며 외면했던 한동훈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돌아오자 친윤계가 너도나도 손을 내미는 현상에서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오-한-석 분할통치’ 구도도 현재의 여론 지형을 반영한 측면이 강하다. 친윤계 내에서 서서히 장동혁 비토 흐름이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장 대표 지지율이 높다면 없을 일이다.
‘시사IN’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웹조사 방식으로 실시해 6월 30일 발표한 향후 보수세력을 이끌 리더 적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3%가 한동훈 의원을 선택했다. 오세훈 시장은 18%로 2위를 기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4%를 획득해 공동 3위였다. 이어 장동혁 대표와 김문수 전 장관이 각각 3%, 나경원 의원이 1%로 나타났다(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응답률은 10.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은 변한다. 오세훈 시장이 1위로 올라설 수도 있고, 안철수 의원이나 김문수 전 장관이 2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오-한-석 분할통치’ 시나리오가 ‘한-오-안 분할통치’ 시나리오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를 제때 정리하는 데 실패해서 끌려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한동훈 의원이나 이준석 대표에게 접수를 당할지도 모른다. 진짜 최선의 시나리오는 ‘닥치고 보수 대통합’인데, 여전히 생각이 많아 불행한 국민의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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