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전대 결과, 민주당 미래 암시
당이 정부 출장소 되면 여당 기능 사라져
당내 통합, 지지율 제고 위한 전제 조건
내년 4월 재보선은 2028년 총선 전초전
분당 3대 조건, 차기 지도자·지역 기반·대의명분

8월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더불어민주당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후보(가운데)와 대표직을 놓고 경쟁한 정청래(왼쪽), 송영길 후보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후보는 8월 17일 치러진 대의원 투표에서는 더블스코어로 밀렸지만, 30%가 반영되는 국민여론조사에서는 미세하게 앞섰다. 김민석 후보는 1차에서 과반이 되지 못했고, 결국 선호투표 결과까지 반영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나아가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정청래계로 알려진 최민희 후보가 2, 3위를 기록한 박선원·서미화 등 친명계 후보를 제치고 수석 최고위원에 올랐다. 친청계 이성윤·한민수 후보도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친명계의 핵심으로 알려진 김용 후보는 임미애·김영호 후보의 사퇴와 지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는 호남에서의 압승으로 일찌감치 당선이 예견됐던 김민석 후보의 승리보다 더 상징적 사건이 됐다.
김민석이 풀어야 할 세 가지 과제
승자의 함성은 온전한 기쁨으로 충만하지 못했고, 패자의 쓰라림도 한없이 허탈하지는 않았다. 전당대회 직후의 분위기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될 민주당의 미래를 암시한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대규모 전투는 끝났지만, 당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특히 내년 4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거대한 힘겨루기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곡선을 타고 때론 부드럽게, 때론 격렬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어쨌든 김민석 당대표는 민주당 차기 리더십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안정적 당정 파트너십을 바라는 당원들의 지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므로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하고, 당의 통합과 확장을 기반으로 2028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의 국가경쟁력 강화, 기후위기 시대 대응, 미중 갈등 속의 안보와 외교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심지어 당내 갈등 수습까지는 갈 길이 멀고,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다. 나아가 정치 리더십은 거대 담론과 장밋빛 전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민주당이 ‘바보 노무현’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하찮은 것에 대한 연민, 사소함에 깃든 위대함을 발견하는 감각, 단단한 바위 앞에서 깨지기 쉬운 달걀의 편에 서는 마음일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화려한 비전이 아니라 ‘비통한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 김민석이 풀어야 할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첫째, 당내 갈등 극복이다. 갈등 극복 없이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제고도, 총선 승리도 공염불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상처는 ‘반명(반이재명)’ 프레임이다. 만약 김민석 캠프가 반명 프레임 때문에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 대표는 대통령의 지원 속에 너끈히 당선할 수 있었지만,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 삼각 동맹’ 규정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반명 프레임은 실재하지 않는 허상의 프레임이고, 설령 그것이 먹힌다고 해도 당원들을 적대적으로 분열시키는 행위로서 당내 선거에선 매우 부적절한 프레임이다.
선거 초반 이 프레임으로 전임 당대표인 정청래 후보를 기득권자에서 도전자로, 책임자에서 희생자로 만들었다. 정청래의 희생자 프레임 전략이 경선 초반부의 상승 추세를 만든 핵심 요인이었다. 김 대표가 선거 후반에 ‘통합과 연대 프레임’을 들고나오지 않았다면, 호남에서의 압승을 장담할 수 있었을까. 뒤늦게나마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통합과 연대의 언어로 당원들을 안심시키자 ‘안정적 당정 관계’ 이슈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신천지 음모론은 당대표가 된 지금이라도 반성해야 한다. 반명 프레임, 신천지 의혹은 정청래 전 대표뿐 아니라 그를 지지한 45.92%의 당원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누구보다 윤석열 탄핵과 이재명 당선을 위해 앞장선 동지들 아닌가. 통합은 리더의 성찰에서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반성과 성찰이 이뤄지면 정 전 대표도 적극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친청계’ 최고위원 그룹과 더 많이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 특히 보완수사권 폐지 보완 입법 같은 문제는 매우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
개헌 이슈도 난제다. 선거 과정에서 비판적이던 유튜버들과도 접촉면을 늘리고, 필요하다면 유시민 작가도 만날 필요가 있다. 정치적 반대파와 의 대대적 소통은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선결 과제다. 당내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도자는 때로 고독해야 한다. 선거 이후에도 진영에 둘러싸여 분노를 키운다면 통합은커녕 거대한 분열의 씨앗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당의 수직 계열화 경계해야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책 ‘김대중 망명일기’ 서문에서 김대중의 망명을 천주교의 피정에 비유하면서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와, 홀로 머물렀다가,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가는(Intrate toti, Manete soli, Exite alii)”(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의 말로 알려짐) 자기 승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대표는 더 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김대중 리더십의 깊이 아니겠는가.둘째,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의 추세적 하락 방어다. 이는 긴급한 과제다. 현재 대통령 지지율은 40% 지지선을 위협받고 있다. 일부 무선자동응답(ARS) 조사에서는 30%대 지지율도 눈에 띄고, 한국갤럽 등 전화 면접 조사에서도 40% 초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당정이 단지 한목소리를 낸다고 지지율이 반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통해 하락 원인을 진단하고 지지선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 제고를 위해서라도 당내 통합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유시민 작가의 비판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내 갈등이 코어 지지층 이탈 요인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청와대와 당의 수직 계열화다. 안정적 당정 관계라는 이름 아래 당이 정부의 출장소처럼 비치면 민심을 전달하는 여당의 기능은 사라진다. 부동산과 금융정책에서 나타난 민심을 숨기지 말고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정책은 선의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실패가 확인됐는데도 누구도 설명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정책보다 정부의 태도에 더 크게 실망한다. 무엇을 추진하는 능력 못지않게 잘못된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을 감안하면 그 파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부랴부랴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본 상태였다. 더 큰 문제는 피해 규모가 이렇게 큰 정책 실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민석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말한 “당청 관계, 당정 관계는 국정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대통령 지지율 40% 지지선은 매우 중요하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국정 동력 자체가 상당히 약화되기 때문이다. 김민석 대표는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숙의한 뒤 이재명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이 부분에 대해 보고하고 토론해야 한다.
셋째,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다. 지금 막 전당대회가 끝났지만 당장 보궐선거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권성동 전 의원의 피선거권 박탈로 치러지는 강릉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만약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1심 유죄판결이 3심까지 이어져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치러진다면, 내년 4월 보궐선거는 2028년 총선의 전초전이 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에겐 더 큰 정치적 리더십을 향한 결정적 기회일 수도 있고, 당대표직을 내놔야 할 거대한 시련일 수도 있다.
6·3지선에서 민주당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서울시장 선거를 졌다. 때문에 서울시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당을 계속 유지하려면 서울을 사수해야 한다.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의 유권자 지형은 민주당에 그리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진보적 젊은 층이 경기도나 인천으로 이동하면서 서울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서울시민의 반감도 상당하다.
물론 부동산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제 개혁과 함께 섬세한 공급 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공론화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들이 과거 프레임에 묶여 정책을 후퇴시키려 할 때 이를 원칙과 의지를 갖고 밀어붙일 리더십이 필요하다. 단지 후퇴한다고 해서 빠졌던 지지율이 거저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로 당정이 전력을 다해야 한다. 두 번째 실패는 더 참혹한 정치적 결과를 만들게 된다.
보궐선거 후보 공천 과정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김민석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당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상태를 유지한다면 그 갈등은 보궐선거를 계기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후보 공천 과정의 공정성 여부가 트리거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반대파의 경선이 제한되거나 공감대 없이 무리하게 전략공천을 밀어붙인다면 강한 저항이 생길 것이다. 총선 공천의 전조라는 두려움이 엄습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전당대회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민주당은 다양한 이유와 계기로 분당을 해온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분당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차기 지도자와 지역 기반, 강한 대의명분 등이 필요하다. 분당은 실제로 매우 위험한 도박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당한다고 해서 꼭 패배했던 것도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진보 진영 처음으로 과반을 얻었고, 2016년 총선 때에는 새누리당 압승이 예상된 국면에서 민주당으로부터 국민의당이 분당했음에도 총선에 승리해 여소야대 정국으로 귀결됐고, 이는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됐다. 다양한 조건과 이유가 있고, 과거의 사례가 미래에 반복되지도 않겠지만, 분당의 공통적 트리거는 공천 배제와 총선 패배에 대한 공포다. 공천 학살이 가시화되거나, 총선 패배가 예상될 때 구체적 행동에 나선다는 뜻이다.물론 지금 상태에서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것을 예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당내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었으며, 이 갈등을 극복하지 않은 채 서울시장 보궐선거 같은 큰 전환점을 만나면 갈등은 새로운 정치적 행동으로 번질 수 있다.
전당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민석 대표는 후보였던 8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표 당선 시 서울시장과 강릉 국회의원 보궐선거 준비를 즉각 시작하고, 선거 이후 당대표 재신임을 통해 책임정치와 윤리를 재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공천권이 걸린 진짜 전당대회는 내년 재보궐선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