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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新東亞 macromill embrain ‘좌절세대’와 중산층

변화에 대응 변화를 주도 변화에 책임

미래학자가 예측한 ‘4가지 미래’의 중산층

  • 박성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spark@stepi.re.kr

변화에 대응 변화를 주도 변화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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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에선 중산층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성장 덕분에 격차가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격차가 있어야만 성장하는 역설이 시작된다.

오랫동안 ‘행복’을 연구해온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시카고대 교수(심리학)는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물질적 풍요와 행복은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면서 “억만장자는 평균소득을 가진 사람보다 아주 조금 더 행복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연구 결과는 실질소득이 꾸준히 증가해도 자신을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숫자는 정체하게 마련이라고 보고한다.



공식 중산층, 체감 중산층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생긴다. 더 행복해지지도 않는데 왜 나의 소득은 매년 높아져야 하고 경제는 더 성장해야 하는가. 한국 사회는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물론 이런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지속적 경제성장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내가 더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가 격차를 따라잡기 위함이고, 그래서 얻은 남과의 격차를 현시하고픈 욕망이 격려받는 사회에서 그 격차가 사라지면 나는 무슨 이유로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가. 더 행복해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사회적이든 경제적이든 격차가 사라지면, 개인적 노력이든 운이든 부모에 의해서든 확보한 그 격차가 찬양되지 않으면 경제성장 동력도 사라진다. 중산층이 사라지는 비율만큼,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없는 사람의 숫자는 증가하며, 경제성장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중산층의 정의는 나라마다 연구자마다 달라 공통의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소득수준으로 보면 중산층인데도 자신을 하류층으로 간주하거나, 반대로 소득수준이 낮아도 정신적 만족이나 사회적 기여, 높은 시민의식을 가졌다는 자부심 등으로 자신을 중산층이나 상류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행복감을 갖는 것이 주관적이듯 중산층 의식도 주관적일 수 있다.

중산층을 정의하는 것이 이렇듯 유연하다면 오히려 중산층이 엷어진다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유연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예컨대 ‘공식 중산층’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체감 중산층’을 확산하는 것이 더욱 유효하다는 의견이 있다(이준협, 2014). 단순히 소득수준만이 아니라 기부금, 후원금을 얼마나 내고, 다양한 무료봉사를 다니는지 등을 중산층 기준에 넣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후원금을 내든 봉사를 하든 ‘돈을 충분히 벌어야’라는 단서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면 사회적으로 체감 중산층을 넓히기란 쉽지 않다. 



탄탄하고 유연한 ‘허리’

중산층에 대한 애매한 정의는 미래의 중산층 예측을 어렵게 한다. 소득 수준으로만 중산층 여부를 판단하지 말자는 최근의 논의까지 더해져 예측은 더욱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인이 평균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을 보일지도 예측하기 힘든데, 미래의 중산층 시민들이 어떤 가치를 바람직하다고 여길지 예측하기란 더욱 힘들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우선 새로운 흐름을 반영해 중산층을 재정의하고, 이들이 미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예측해보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가치가 존중받고, 어떤 리더가 사회를 이끌어가며, 어떤 직업이 사회를 지탱할지 헤아려보면 거기서 중산층의 역할을 상상해볼 수 있겠다.

중산층이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다. 탄탄하고 유연한 허리가 없으면 우리 몸은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 사회의 중산층은 사회를 지탱할 뿐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이자 주체다. 이들이 어떤 가치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한 사회의 비전과 방향이 좌우된다. 따라서 미래 중산층을 예측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적·환경적 조건에서, 어떤 비전을 추구하며, 어떤 능력을 갖춘 개인들이 사회를 움직여나갈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우리가 예측할 미래는 지금의 20대가 사회의 허리가 되는 15~20년 뒤다. 장기적 미래 예측을 할 때면 적어도 4가지 이상의 미래 시나리오를 탐색해야 한다(5~10년 뒤의 중기적 예측이라면 2가지의 미래 시나리오로도 족하다). 이 글을 20대 독자가 읽는다면 이 글에서 제시한 4가지 미래 중 어떤 미래가 마음에 드는지, 그 사회가 실현되는 데 자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는지, 그 미래를 위해 어떤 역량을 지금부터 갖춰야 할지 생각해보면 좋겠다(만일 4가지 미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필자가 제시한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해보고 선호하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능력을 기르고 어떤 사람들을 찾아야 할지 생각해보자).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한 방법으로 필자는 ‘신동아’ 2015년 11월호에 미국 하와이미래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미래 예측 기법을 사용해 ‘2045년, 4가지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번에는 미래를 형성할 주요 변수를 4가지로 잡고, 이 변수들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예측해보는 2×2(4분면) 시나리오 방법을 활용한다.

미래 사회에 영향을 미칠 변수를 도출하는 과정은 복잡할 뿐 아니라 다수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 수많은 변수 중에서 미래 사회를 형성할 변수를 몇 개 꼽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독자에게 스스로 미래를 예측해보라고 한 이유는 첫째, 미래 연구 전문가가 예측한 미래라도 많은 허점이 있으며, 둘째, 스스로 미래를 예측해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늘 남에게 자신의 미래를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제시하는 4가지 미래는 두 가지 축을 활용해 예측한 것이다(박성원 외, 2013). X축은 기술의 발전 방향(변화냐 안정이냐), Y축은 사회 구성원이 추구하고픈 가치(사회 결속이냐, 개인 자유냐)다. 이렇게 축을 구성한 데에는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driving force)이며, 사회 구성원은 이 기술을 이용해 바람직하다고 간주되는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선호 미래’와 ‘가능 미래’

예컨대 변화를 지향하는 기술이란, 합성생물학, 나노기술, 인공지능 등 기술의 결과가 인간에게 이로울지 해로울지 예측하긴 힘들지만 과학기술자의 호기심,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때문에 개발되는 기술을 말한다. 이 변화 기술을 대중은 사회적 결속력이 강한, 공동체 중심의 사회를 구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제시한 4개의 변인은 과학기술자, 사회적 디자이너, 미래 연구자, 20~30대 서울 거주 시민들이 15~20년 앞을 예측하면서 논의한 내용들을 분석한 뒤 도출한 것이다.

중산층의 미래를 예측하는 이 글에서는 기술 대신 문화, 정치, 경제 등 다른 동력의 발전 방향이라고 해석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치가 변화를 지향하거나 안정을 지향하거나 둘 중 하나를 우선한다고 가정해도 된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축은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s)를, 다른 축은 선호하는 미래(preferable futures)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미래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과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선호성이 서로 작용하면서 형성된다. 어떤 대상이라도 좋다. 미래 예측을 할 때는 현재의 추세(가능 미래)와 미래의 수요(선호 미래)를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예측된 미래는 4가지로 분류되고, 각각의 미래는 고유한 가정과 가치가 반영돼 어떤 미래가 최선인지, 최악인지 예단할 수 없다.


실용주의 사회 vs 法家의 나라

1번 미래 변화를 지향하는 흐름이 사회 결속이라는 선호 가치와 결합돼 탄생한 미래 사회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데, 목적은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 세계는 늘 변화하며, 개인도 조직도 변화를 통해 좀 더 발전한다고 가정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상생 발전하는 존 듀이 식의 실용주의 사회로 볼 수 있다(Dewey, 1927).

개인은 공동체로부터 자유롭게 자원을 가져다 사용하면서 개인적 발전을 꾀하고, 공동체는 개인들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발전한다.

시민들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실현되도록 실험하고, 이를 적용해 사회가 발전하도록 노력한다. 기존의 시스템이 갖는 문제를 찾아내고, 지배적 사고에 도전하며, 새로운 대안을 도출하는 시민이 많다. 공유나 조화, 공정이라는 공공가치가 선호된다. 소비와 보존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제 시스템,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행복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정책 담당자들의 임무다.

이 사회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통합, 융합, 종합하는 사고가 발달해야 한다. 다양한 개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개인이 모인 조직이나 공동체의 운영 원리에 대한 식견도 길러야 한다.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마음도 필요하다. 창조적 사회사업가, 비정부·비영리기구 출신, 공동체 조직가, 비전 제시자(visionary), 과학기술 정책가, 도시설계자 등이 사회 지도층으로 대접받는다.

2번 미래
안정을 지향하는 흐름이 사회 결속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탄생한 미래 사회다. 이 미래는 변화보다 안정을 우선한다. 변화에 뒤처진 사회적 약자나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하기 힘든 소수자를 찾아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빈부격차나 계층 간 대립 등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의 갈등은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면 조정,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시민이 많다.

그래서 이 미래는 일명 ‘법가(法家)의 나라’로 불린다(순자와 한비자로 이어지는 법가의 사상을 전한 회남자(淮南子)의 책 번역본 참조. Ames, Roger. 1994, ‘Art of Rulership’,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끝없는 개인의 욕망은 공동체를 안정시키지 못하고 파괴하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도덕적 리더들이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공정한 상벌 시스템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예절, 규범, 교육을 통해 사회에 바람직한 인간이 형성되고 양성된다.

1번 미래와 달리 기존의 시스템이나 사고 중 본받을 것들을 추려내고 이를 계승하거나 개선하는 노력이 경주된다. 자비, 전통, 안정이라는 가치를 담은 정책들이 선호되고, 공동체의 생존과 지속이 무엇보다 우선하며, 이를 실현하는 경제 시스템(조선시대 두레나 한밭레츠 등의 지역통화제 등)이 발달한다. 시민들은 물질적 성장보다 정신적 성장을 추구한다. 실증주의, 경험주의, 규범주의적 사고가 중시된다. 자선사업가, 전통계승자, 과학기술자, 약자를 대변하는 법조인이나 경찰관, 도덕 교사, 종교인, 갈등 중재자 등이 사회 리더로 존경받는다. 



변화의 주체이자 동력

3번 미래  안정을 지향하는 흐름과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만나서 형성되는 미래 사회다. 이 미래에선 기후변화, 자원고갈, 환경오염처럼 세계적인 문제를 우선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부여된다. 문제는 정부의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더 확대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제를 푸는 방식도 창의적인 개인들에게 맡겨진다.

아이디어가 있는 개인들의 자발적 결사체가 다양하게 조직되며, 이들이 과거엔 정부가 풀었던 문제를 해결한다. 이들에겐 공유 자원의 합리적 배분 및 사용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라는 임무가 주어져 있다(엘리너 오스트롬, 2010, ‘공유의 비극을 넘어 : 공유자원 관리를 위한 제도의 진화’ 참조). 시민들은 스스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한다.

이들은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유지되고 개선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안정을 지향하는 대중과 창의적 사회의 엘리트들이 협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발전시킨다. 합리적 선택, 경험적 사고에 익숙하다. 사회 생태계 디자이너, 사회 갈등 중재자, 환경과 에너지 전문가, 정당 조직가, 적정기술 엔지니어, 역사가, 숲 해설가, 단발성 프로젝트 기획가, 국제기구 종사자 등이 각광받는 직업이다.

4번 미래 변화를 지향하는 흐름과 개인의 자유를 더 확대하고픈 욕망이 만나는 미래 사회다. 소수의 창조적 개인이 이끄는 사회다. 변화를 이끌어가든지, 변화에 이끌려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한 사회의 혁신과 부(富)의 증대는 개인에게 얼마만큼 자유를 주는지에 달렸다. 시민들은 창조적 개인을 양성하려면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시스템이나 지배적인 사고에 도전하는 것이 적극 권장된다. 소비 사회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진보에 대한 끊임없는 확신을 갖도록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춰야 하고 늘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 혁신적 기업가, 창조적 과학기술자, 벤처투자자, 변화 예측가, 광고 전문가, 예술가, 네트워커, 디자이너, 오지 탐험가 등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으로 인정받는다.    

앞서 제시한 4가지의 미래에서 중산층은 그 미래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실현되고 확산되도록 도와주는 계층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인 중산층이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주체로 나서지 못하면 소수의 상류층이 지배하는 사회로 흘러간다.

미래의 중산층은 다양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뿐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에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계층이 탄탄하게 존재해야 책임감 있는 상류층도 생겨나고, 기댈 데 없는 하류층도 사회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미래에 중산층이 적어지느냐, 많아지느냐의 예측은 그다지 쓸모없는 작업이고, 이런 중산층을 어떤 조건에서든 양성할 수 있는 액션플랜이 당장 필요한 작업이란 생각이 든다.

박 성 원


● 1971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국 하와이대 정치학 석·박사(미래학 전공)
●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미래창조과학부 X프로젝트 추진위원, 세계미래학연맹(WFSF) 및 미래연구전문가협회(APF) 정회원
● 저서 : ‘미래는 나의 힘’


※참고문헌
박성원·김원택 외, 2013, 실감교류 인체감응솔루션 발전에 기반을 둔 미래제품/서비스 도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준협, 2014, 당신은 중산층입니까?, 현대경제연구원 VIP 리포트, 통권 제571호, 1~14.
John Dewey, 1927, The Public and Its Problems, Denver: Alan Swallow.






신동아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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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 spark@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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