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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제재 융단폭격’ 후 북한

“태평만댐 송유관 잠가라” 중국 몰아붙여야

‘평양 투항’은 對中외교에 달렸다

  • 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hoon@donga.com

“태평만댐 송유관 잠가라” 중국 몰아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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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관계자들은 중국이 북한에 3가지 전략물자를 제공한다고 본다. 첫째가 원유 공급이고, 둘째는 7만 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를 중국에서 일하게 해주는 것, 셋째는 철광석을 녹이는 코크스 등 원유만큼이나 중요한 전략물자 공급이다. 이 셋을 막으면 북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중국이 2270호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 근로자 수입뿐이다. 북한산 광물자원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북한이 필요로 하는 핵심 광물자원 공급 중단을 약속하진 않았으니 코크스 등은 원유와 함께 계속 제공할 수 있다.

원유와 핵심 광물자원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중국 정부가 관여하는 거래다. 베이징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차단할 수 있는데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 근로자 수입은 중국 사기업이 해온 것이다. 중국에는 북한식당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대개 여성 종업원)만 있는 게 아니다. 훨씬 더 많은 남성 근로자가 일한다. 중국 역시 3D 업종에서는 일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북한 근로자를 수입해 대처한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이익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북한 당국이다.

북한은 정권 차원에서의 외화 벌이를 위해 인력을 수출한다. 노동당과 북한군이 만든 여러 기관에서 중국에 근로자를 파견한 후 임금의 상당액을 떼 간다. 중국은 북한의 이 같은 인력 수출을 막는 데는 동참하겠다고 했는데, 동참은 ‘불법’인 경우로 한정한다. 불법으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중국 정부 처지에서도 다소 골칫거리여서다.

중국에는 체류 기간이 지났는데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 북한 기관에서는 돈이 필요하니 돈이 들어오는 한 굳이 그들을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 중국 기업으로서는 싼 노동력이 필요한데, 불법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보다 싼 노동력은 없으니 관계 당국에 그들을 신고할 이유가 없다.





속으로 웃는 중국

“태평만댐 송유관 잠가라”  중국 몰아붙여야

중국 단둥의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지난해 12월 1일 촬영). [채널A]

극동 러시아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하바롭스크 등에는 벌목 일을 하러 온 북한 근로자가 적지 않은데, 중국에서와 같은 이유로 이들은 불법 체류를 계속한다. 극동 러시아는 대평원이라 여름철에는 물이 빠지지 않아 벌목 작업을 할 수 없다. 벌목할 수 없는 해빙기가 오면 북한 벌목공들은 블라디보스토크 등 대도시로 나와 건설 현장에서 날품을 판다. 러시아 건설회사가 값싼 인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북한 근로자들은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약간의 뇌물을 주고 당당히 고향 방문을 하고, 날이 서늘해지면 다시 벌목을 하러 극동 러시아로 나온다.  

북한 근로자의 불법 체류가 중국과 극동러시아에서 일상화한 것이다. 이들이 바치는 뇌물은 중요한 상납금이라 북한 기관은 이들이 해외로 일하러 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

북한 근로자는 중국·러시아 범죄조직과 연계되기도 한다. 북한의 기관 중 일부는 마약과 위조달러, 양담배 등을 제조해 밀수출함으로써 조직 운영자금과 상납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물품을 세관을 통해 내보낼 수 없으니 불법으로 국경을 드나드는 북한 근로자에게 맡긴다. 근로자들이 이런 물품을 중국과 러시아의 범죄조직에 넘기면 이들이 세계 각국으로 유통시킨다.

이 같은 범죄조직의 발호는 중국, 러시아 정부에도 부담이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력 송출을 제한하는 결의안 2270호에 동의한 것은 이러한 범죄 조직을 무력화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요컨대 중국과 러시아는 부담이 될 만한 제재는 피하고 자국에 유리한 것은 받아들였다.

이렇듯 허점이 적지 않은 2270호를  놓고 박근혜 정부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만들었다”느니, 한발 더 나아가 “북한 정권을 교체하겠다”고까지 주장하니 중국은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허풍을 정확히 꿰뚫어본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3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공식적으로 압박했다.

이전까지 베이징은 외교 관계자나 언론을 통해서만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는데, 워싱턴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중국이 2270호 채택에 협조했으니 한국도 중국에 협조하라는 압박이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외면하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여해 행사를 빛내줬는데, 시 주석은 그 은공을 깡그리 외면했다.



만탑산의 비밀

북한의 3세 세습 정권을 교체하려면 박근혜 정부의 대중 외교는 태평만댐에 있는 송유관을 잠그게 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상당수 외교 전문가는 “중국의 힘 때문에 송유관을 잠그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이런 태도는 지레짐작이고 알아서 기는 행태다.

북한은 함북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에서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만탑산은 최고봉이 2100m쯤 되는 거대한 산군(山群)인데, 대부분 화강암으로 이뤄져 핵실험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만탑산 곳곳에 굴을 만들어놓았다. 정상에서 600여m 아래쪽에 터널을 뚫었다고 한다. 북한은 굴에 핵폭탄을 넣고 굴 입구를 시멘트로 막은 다음 터뜨리는데, 산이 무너지지 않으니 방사능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핵실험 직후 방사능 증가량을 체크하려고 이륙한 미국의 WC-135 정찰기가 큰 소득 없이 돌아온 데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고 한다. 북한은 또 다른 굴에서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 조만간 5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때가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고 중국을 압박할 기회라고 지적한다. 또한 북한 유사시 자동적으로 중국의 참전을 보장한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을 폐기하라는 압력을 중국에 넣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중국을 압박하지 말고 한중 양자외교로 중국을 몰아붙이라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라도 해놓고 북한 정권 교체를 외쳐야 하며, 중국은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같은 점잖은 말로 압박해본들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외교부 차관을 지낸  안호영 씨를 주미대사로 임명했으나, 중국대사에는 부총리급인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장수 씨를 파견했다. 중국 관계를 중시한 인사인데, 중국은 여전히 핵무장한 북한을 완충 국가로 유지하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중외교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한 중국의 입장을 180도 돌려놓은 뒤 북한 정권 교체를 거론해야 한다. 그래야 ‘통일 대박’에 접근할 수 있다. 





신동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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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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